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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열전
2019.12.24 11:01

18. 한국편 - 균여대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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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균여(均如) 대사 ②

(3) 균여의 화엄사상

<화엄경>은 양적으로도 여타의 경전에 비해 훨씬 방대하고 내용적으로도 깊은 진리를 설함에 있어 경 중의 경이라 할 수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정리하면 性起사상, 一心사상, 十地 및 보살도사상, 그리고 重重無盡한 法界緣起사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相卽相入하고 相依相存하는 법계연기를 균여는 의상의 ‘法界圖’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지면관계상 ‘법계도’에 대한 균여의 해석을 통해 균여 사상의 일단만을 살펴보고자 한다. ‘법계도’는 흰 종이와 검은 글자와 붉은 선으로 되어 있다. 이를 器世間 衆生世間 智正覺世間으로 부르기도 한다. 백지 위에 흑자를 쓰고 적화를 그려야 ‘법계도’는 완성된다. 이 셋은 상의상존의 관계에 있다. 여기서 만일 적화를 지워버려면 백지의 개념도 흑자의 의미도 없어져 버린다.

법계도에서 백지의 개념 흑자의 개념은 赤印의 개념과의 관계에서만 성립한다. 이 논리는 백지와 흑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일 ‘법계도’에서 흑자를 지워버리면 적화도 백지도 그 존재 이유를 잃게 된다. 다시 말해서 ‘법계도’에서 흑자는 적화와 백지를 떠나면 그 의미를 상실한다. 백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일 종이를 없애버리면 흑자와 적화도 없어진다. 즉, 흑자와 적화는 종이를 떠나지 않기 때문에 종이(白紙)는 종이 자체 속에 흑자와 적화를 그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 된다.

이 논리는 器世間 衆生世間 智正覺世間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기세간이 없으면 그곳에 살 중생도 없게되며 중생을 제도할 부처도 없게 된다. 중생이 없으면 중생이 사는 기세간도 없어지며 부처도 없어진다. 다시 말하면 중생이 있기 때문에 중생이 사는 기세간이 있고 중생을 구제할 부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생은 그 중생신 속에 기세간과 부처를 본래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풀이한 균여는 이를 설명함에 다음과 같은 경구를 인용하고 있다.

“보살은 보살 身中에 여래의 지혜를 具有하고 있음을 스스로 안다"

중중무진한 법계에서 ‘個’의 개념은 ‘地’와 관계상에서만 성립될 수 있다. 이 연기법에 의해서 법계는 성립될 수 있는데 개개물물은 서로 의존관계에 있으면서도 혼융되지 않고 그러면서도 자기의 특성을 잃지 않는다. 균여는 이 법계연기의 이론을 ‘법계도’를 가지고 잘 설명하고 있다. 즉, 백지와 흑자와 적인은 결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상의상존 관계에 있으면서도 자기의 특성을 조금도 잃지 않고 뚜렷이 갖고 있으며, 이것이 화엄철학의 극치라는 것이다.

(4) 저술의 史的 의의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화엄사상가로서는 원효(617-686)와 의상(625-702)을 들 수 있는데 아깝게도 원효의 <華嚴經宗要>는 현존하지 않는다. 의상은 철저한 계행과 신앙생활에 전념하며 도제양성에 몰두했던 때문인지 저술은 많지 않으나 다행스럽게도 <화엄일승법계도> 1권은 현존하고 있다.

一然이 말했듯이 바닷물의 맛은 한 숟가락만 마셔봐도 전체 맛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의상의 ‘법계도’는 문장이 아주 간단하고 저술의 분량은 대단히 적지만 의상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책이다. 그러므로 신라시대 이래 최근세까지 끊임없이 연구 전승되어 왔던 것이다. 신라시대에는 <法界圖記叢髓錄> 4권이 저술되었고 고려시대에는 균여의 <華嚴一乘法界圖圓通記> 2권이 씌여졌다.

또 조선시대에는 김시습의 <法界圖注幷序> 1권 및 道峰有聞의 <法性界科註> 1권이 저술되었다.

이는 신라 화엄사상의 전승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상기 저술 중 균여의 저술을 제외하면 <법계도기총수록>은 신라시대에 씌어진 여러 주석서를 모아 편집한 것이므로 중간중간 누락된 부분이 적지 않아 법성게 30구를 이해하는데 아쉬움이 적지 않다. 김시습의 <법계도주>는 너무 간결하며 禪的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이론 전개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유문의 <법성게과주> 역시 제목 그대로 <법계도>를 알기 쉽게 과목으로 나눈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에 비해 균여의 <법계도원통기>는 의상의 30구를 한 구 한 구 주석하고 있으므로 의상사상을 이해하는데 없어서 안 될 중요한 자료다. 의상은 緣生의 법에는 주인될 것이 없다는 이유로 <법성게>를 지은 다음 그 작자 이름을 명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대에 이르러 法藏의 작이다, 智儼의 작이다, 珍崇의 작이다라는 등 이론이 분분했다. 이 저자 문제에 대해 균여가 <元常緣>과 <崔致遠所述傳>의 기록을 제시하면서 <법계도>가 의상의 저술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균여는 10부 65권이라는 다작을 남겼는데 아깝게도 많은 부분이 산실되고 현존하는 것은 5부 18권뿐이다. 현존하는 그의 저술 중에는 중국의 지엄 법장의 저술은 물론 신라인의 章流도 상당히 인용되고 있어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균여 저술이 가지는 의의로서 빼놓을 수 없는 특기할 것은 향가 11수의 저작이다. 현존하는 25수의 향가 중 <삼국유사>에 실린 14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균여의 작이다. 이 11수의 향가는 우리의 고대 국문학 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균여가 <화엄경>의 ‘入法界品’에 나오는 보현보살의 열 가지 서원(普賢十願歌)에 마지막으로 總結無盡願을 하나 더 붙여 11수의 향가를 지은 것은 균여가 보현행원의 실천가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방대하고 어려운 화엄의 진리를 일반인 누구나가 알기쉽게 하기 위해서 다시 말하면 불교를 전문인만의 것이 아닌 일반 대중화하기 위한 원력으로 봐야 한다.

신라시대 이래 고려 초까지 왕실 내지 귀족 불교화되어 있던 불교를 일반민중 속에 뿌리내리고 꽃피게 하려 했던 균여의 정신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균여전에 의하여 균여의 이 11수 향가는 실제로 여기저기 마을의 담장에 씌어지기도 하고 이 노래를 불러서 3년간이나 고생하던 난치병이 씻은 듯 낫기도 했다고 한다.

균여 저술의 사적 의의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첫째, 신라 화엄사상, 특히 의상의 화엄사상이 끊이지 않고 연구 전승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양적으로 가장 많이 현존하고 있는 균여의 화엄 저술을 통해서 중국 및 신라의 화엄사상 내지 산실된 화엄장소의 내용까지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균여작 11수를 통해서 우리의 고대 문학을 연구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향가를 통해서 화엄의 이론을 일반 서민이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균여의 실천불교 정신은 더욱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5) 맺는말

불교만큼 이론과 실천의 양면을 강조하는 종교도 드물 것이다. 실천불교를 대표하는 것이 禪이라면 모든 불교의 이론을 한 마디로 표현해서 敎라 한다. 그런데 한국불교에 있어, 신라 · 고려 · 조선을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교학 불교를 대표해 온 것이 화엄사상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엄사상을 주석하고 분석한 저술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게 또한 사실이다.

이같은 실정에서 5부 18권이나 되는 균여의 저술이 현존하고 그로 인해 산실된 신라 시대의 화염장소의 내용을 다소나마 살펴볼 수 있으며, 11수의 향가를 통해서 신라인의 언어 문자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가치를 아무리 평가해도 부족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균여의 위치는 한국 불교사상사에 있어서 참으로 큰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균여에 대한 연구는 국문학을 하는 학자들에 의해서 국문학 연구의 일부분으로서 어느 정도 연구성과가 나와 있다. 또 사학도들에 의해서도 불교사적인 연구가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화엄사상사적인 측면에 있어서의 연구분석은 아직도 상당히 미흡한 상태에 있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불교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무비 스님

 

[출처 :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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