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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존이 세상일을 등져 현실을 도피하지 않았음과 같이

    불자는 마땅히 현실과 맞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

    중생을 외면하고 어찌 성불을 바라리오

                                       -효봉스님-

 

 

 

     '중생을 사는 해'

                                   -효봉스님-

 

 

 

     佛不相見인데 如何是佛인고?

 


보조스님의 ‘공적영지空寂靈知한 마음’을 이르는 말에...

“이미 상모相貌가 없을진댄 또한 대소가 있 으랴...(중략)...

피차가 없는 즉 왕래가 없고, 왕래가 없는즉 생사가 없고,

생사가 없는즉 고금이 없어 미오迷悟가 없다”고 하였다.

여기 어찌 새해를 맞는 일 또한 있겠는가.

그러나 왕래가 없어 고금이 없는 그 자리에 서지 못하고 무턱 고금을 허물치 말 것이다.

고금이 흐름이 없는 자리에 선 자는 누구인가.

흔히 ‘부처’라 일컫지만 부처가 부처를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데 무엇을 일컬어 ‘부처’라 하는가?

‘부처’라 일컫는 그놈이 ‘부처’임이 분명한 것을 또한 누가 아는가? 이를 알지 못하고서는 살아 흐르는 고금 속에 죽어 사는 것을 아파해야 하느니, 다시 보조 스님의 말에 ‘이같은 일체근경一切根境과 일체망념一切妄念과 내지 갖가지 상모와 갖가지 명언을 얻지 못하고서 어찌 본래 공적하여...(중략)... 영지한 마음을 얻는다 하겠는가’하였다.

이는 덧없음에 붙들려 허물하고 미혹되어 끌려가는 일에서 뛰어나와 덧없는 사물을 이끌어 영지한 자리에 올라섬이니 가히 조계산을 옮기는 큰 용단이 있어야 한다.

이는 또한 흐르는 고금을 거슬러 이를 지배함이니 세존이 세상일을 등져 현실을 도피하지 않았음과 같이 불자는 마땅히 새해에 현실과 맞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

자기 영광이 외외당당巍巍堂堂하니 가히 잡을 수 없으며 고금의 다름도 신구의 차별도 범성凡聖의 차이도 없으니, 이 영명본분靈明本分은 신구범성新舊凡聖의 차별뿐만 아니라 일체 계급을 초월하고 일제 방편을 초월하여 기기상응機機相應하고 구구상살句句相殺하여 참으로 대해탈문大解脫門이요 대자재용大自在用이라. 본사 석가모니불은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이셨고 가섭존자는 미소로써 이에 화답하셨다.

대중 여러분! 오늘 새해 첫날 영산의 세존염화를 어느 곳에 보는가. 분명히 착안하라. 일찍이 저물 줄 모르는 태양이 생사의 구름을 꿰뚫고 태양인 채 대중의 은은신중殷殷身中에 자재하고 있다. 제불국토도 육도사생도 그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지고 있으니 눈 있는 자 분명히 내어 보라. 돌?! 불멸의 태양이 무슨 간시궐인가! 또한 보조스님은 “이 공적한 마음은 성인이나 범부에게 있어서 조금도 감하지 않는지라...(중략)...불조佛祖가 사람과 다름이 없다”고 하셨으니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길을 가르침이라. 중생을 외면하고 어찌 성불을 바라리오.

대중아, 금년은 중생을 사는 해로 하는 것이 어떠한고.

오늘 새해 첫날에 고곡일편古曲一片으로 대중을 하축賀祝한다.

 

 

   신구를 찰파하니

   비로정毘盧頂을 좌단坐斷하도다

   안전眼前에 법 없고 불 또한 없도가.

   불 없고 법 없음이여

   하늘은 높고 땅은 평平하고 녹수는 잔잔하고 고산은 푸르도다.

                                                1966. 1. 1

     효봉스님

     1988년~1966년

     1925년 석두 스님을 은사로 득도

     1957년 조계종 총무원장

     1958년 조계종 종정

     1962년 통합종단 초대 조계종 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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