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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6 12:10

개운조사와 도교사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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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불교경전 가운데 능엄경은 유일하게 신선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고, 도교적 수련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주목되는 경전이다. 특히 본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개운조사(開雲祖師)의 능엄경 주석서인 "유가심인정본수능엄경환해산보기"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도교수련에 관한 내용을 밝히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본고에서는 개운조사의 생애와 유가심인정본수능엄경환해산보기(이하 개운해로 약칭)에나타난 도교사상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이것이 능엄경의 불교사상과 어떠한 맥락에 놓여 있는지를 밝혀 보고자 한다.

Ⅱ. 개운해의 도교사상(道敎思想)

1. 능엄경의 사상사적 위치

개운해의 도교사상을 분석하기에 앞서 능엄경이 어떤 경전인가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능엄경은 당대 중종 신용원년인 705년에 중천축사문인 반자밀제에 의해서 번역되면서 처음 중국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이 경은 번역과정에서 많은 의문점이 있어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이라고 보는 부정적 관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능엄경은 대승불교의 중관(中觀),유식(唯識),천태(天台),화엄(華嚴),선(禪),밀교(密敎)와 같은 여러가지 사상들이 폭넓게 수렴되어 있으면서도, 잡다하게 흐르지 않고 일관된 체계속에서 소화되고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능엄경은 중국은 물론이고 고려중기 이래 한국의 불교계에서도 호평을 받게 된것 같다.

능엄경이 중국불교계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규봉종밀(圭峰宗密)(780-841)에 의해서였다. 종밀은 당시 대립하고 있던 선(禪).교(敎)간의 회통을 주장하면서 그 회통의 틀로써 돈오점수(頓悟漸修)를 제시한바 있다. 그런데 종밀은 이 돈오점수의 원리적 근거를 능엄경 10권에서 인용하고 있다.

"이치로는 한꺼번에 깨닫는 것이어서 깨달으면 없어지려니와, 사실로는 한꺼번에 덜리는 것이 아니므로 차례차례로 없어진다"(理則頓悟乘悟倂銷事非頓除因次第盡)가 바로 그 대목이다. 이치는 단박에 깨달을수 있으나 사(事), 즉 우리몸에 남아 있는 습기(習氣)는 시간을 두고 점차로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밀의 사상을 이어 영명연수(永明延壽)(904-975)도 그의 저술인 종경록(宗鏡錄)과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에서 능엄경을 인용하여 선교일치,돈오점수를 주장한바 있다. 만선동귀집에서는 돈오점수를 다음과 같은 비유로 설명한다. "마치 해가 대번에 솟아오름에 산천의 이슬은 점점 녹아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송.명대에 들어와 신유학자들도 능엄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장횡거(張橫渠),주자(朱子) 같은 인물들도 능엄경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피력하였다. 비판의 촛점은 능엄경 전반부에 나오는 칠처징심(七處徵心)과 세계망상(世界妄想)장이 유교적 세계관을 부정한다는 것이었다. 칠처징심에서는 보통 사람이 자기마음이 있다고 여기는 일곱군데(七處)를 차례차례 논파하면서 어디에도 마음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신유학자들은 마음이 우리 몸안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칠처징심의 주장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었다.즉 신유학자들이 수양의 존재론적 근거인 마음을 부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세계망상에서는 산하,대지,국토와 같은 현실세계가 우리의 망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주장한다. 이처럼 주관세계(자기마음)와 객관세계(天地自然)를 모두 환상으로 간주하고 부정하는 능엄경의 관점은 천지자연의 이법(理法)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는 유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질수 없었음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만약 신유학자들이 능엄경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질서도 한갓 망상(妄想)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해야 하는 곤란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유학자들이 주로 문제삼고 있는 칠처징심과 세계망상의 부분이 능엄경의 전체내용 중에서 전반부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전반부는 주로 인식(認識,마음)의 문제를 다루고 후반부는 실천(實踐,수행)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전반부는 돈오점수(頓悟漸修)의 틀에 비추어 보면 돈오에 해당하는 부분에 해당한다. 바꾸어 말하면 오(悟)란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해서 심(心)에 대해 체계적이면서 논리적인 분석을 가하고 있다. 이와같은 심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도교경전에서는 찿아보기 힘든 부분으로써 상대적으로 불교만이 지닌 장점으로 평가된다.

능엄경에서는 이러한 돈오(頓悟)를 설명하기 위해서 대승불교의 중관(中觀),유식(唯識),여래장(如來藏)사상을 동원하고 있는 점이 이색적이다. 중관사상은 귀류논법(歸謬論法)을 동원하여 마음이 소재하고 있다고 여기는 7군데를 파(破)하고 있다. 중관 다음에는 유식사상을 동원하여 망심은 없지만 진심은 있다는 주장을 편다. 즉 중관이 온통 심(心)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으로 일관한다면 유식에서는 긍정으로 전환한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여래장사상을 동원하여 진심이 너의 마음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전체가 여래장임을 주장한다.

이같은 전개과정은 선사상(禪思想)이 깔고 있는 이론적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중관의 부정을 거친 다음에 유식의 긍정 여기에서 다시 여래장을 통하여 긍정의 확대라는 순서로 이어진다. 흔히 회자되는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라"는 현상세계의 부정에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총체적인 긍정으로의 전환이 이와같은 과정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능엄경에 대해서 신유학자들이 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반면에 도교 내단서(道敎 內丹書)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점이 눈에 띈다. 태을금화종지(太乙金華宗旨), 혜명경(慧命經), 금선증론(金仙證論)등의 내단서에서 능엄경이 상당부분 인용되고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들 내단서들은 성명쌍수를 지향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특히 청대의 선인 유화양의 혜명경과 금선증론은 강하게 성명쌍수를 주장한다.

"불교에서 성(性)과 명(命)을 쌍수하는 맥이 이미 없어졌으니, 네가 그 명맥을 잇고 인연 있는 대로 제도하라고 하셨다......세상의 구도자들이 흔히 어록(語錄)을 높이 알지만, 어록 가운데에는 실제와 맞는 것이 있고, 함부로 지껄인 것이 있음을 알았다. 배우는 사람이 여래의 혜명의 진리를 알지 못하고 헛말뿐인 구두선(口頭禪)에 빠져 끝내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말며, 오히려 어록의 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제 뭇 경전과 스승의 가르쳐 줌(師傳,사전)들을 훑어보니 능엄경과 화엄경과 육조단경은 실제와 맞고, 선사어록이니 화상어록이니 하는 것은 헛말이다."

선종(禪宗)은 당대이후로 중국불교의 주류가 되었으므로 청대의 유화양이 말하는 불교라 하면 다름아닌 선종(禪宗)을 지칭한다. 유화양에 의하면 선종은 구두선(口頭禪)에 빠져 성명쌍수의 맥이 끊어 졌다고 평가하고 선사들의 어록에 담긴 내용도 역시 마찬가지로 간주한다. 그렇지만 예외적으로 능엄경에는 성명쌍수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해서 높이 평가한다. 이를 놓고 볼때 다른 불교경전과는 달리 능엄경 가운데 명(命)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도교 내단학에서 능엄경이 참고가 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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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권용(魯 權 用)

원광대학(圓光大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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