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uage
한국어
고승열전
2019.12.30 17:36

46. 한국편 - 한암선사 ①

조회 수 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44. 한암(漢嚴) 선사

(1) 회의 (懷疑)를 품고

어느 시골 서당(書堂)에서 나이 겨우 9살인 소년 하나가『사략(史略)』을 읽고 있었다· ‘태고에 천황씨(天皇氏)가 있었다·’ 첫 대목을 읽던 소년은 선생을 향하여 물었다.


‘태고에 천황씨가 있었다 하였는데 그러면 천황씨 이전엔 누가 있었습니까?"

당돌한 물음에 선생은 당황했다·

“그렇지! 천황씨 이전에는 반고씨(盤古氏)라는 임금이 있었지"

소년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반고씨 이전에는 누가 있었을까요?"

선생은 그 이상 소년의 회의를 풀어 주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소년인 바로 한국 선교사(韓國禪敎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선사(禪師) 방한암(方漢岩)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우주와 인간의 근원에 대하여 이렇게 회의하였으며 어떤 것이든 해답을 얻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미였다


그는 1876년에 강원도 화천(華川) 땅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가 전란(戰亂)을 피해 고향 맹산(孟山 : 平安南道)을 떠나 낯선 화천 땅에서 피난하는 동안에 얻은 아들이다. 500년 왕업의 여명(餘命)이 얼마 남지 않은 이조(李朝) 말엽 나라의 안팎이 어수선한 틈에서 숨가쁜 나날을 겪은 이조의 역사와 함께 그의 생애도 그리 순탄하지는 못했다.


한암(漢岩)은 호(號)요 이름은 중원(重遠)이고 온양(溫陽)이 본관(本貫)이다. 그는 천성이 영특하고 총기가 빼어나 한 번 의심이 나면 풀릴 때까지 캐묻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9살 때『사략(史略)』을 읽다가 떠올랐던 ‘반고씨 이전에 누가 있었을까?’하는 회의는 그 후 10여 년 동안이나 유학(儒學)의 경(經) . 사(史) . 자(子) . 집(集)을 널리 공부하고 있었을 때에도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학의 세계에서는 아무리 깊은 사색을 되풀이 하여 파고 들어가더라도 그 회의가 해명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유학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할 길이 막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의문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2) 세속(世俗)을 등진 청년(靑年)


한암은 나이 22세 때 우연히 명산인 금강산 구경을 가게 된 일이 있었다. 이 나라에 산은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금강산은 기암절벽(奇巖絶壁)이 많기로 유명하다. 더구나 그 기암과 절벽의 하나하나가 꼭 부처님이 아니면 보살의 얼굴을 닮았다고 하니 더욱 신기하다.

 

그래서 ‘보살의 자비상(慈悲像)’을 닮은 거대한 암벽(岩壁) 앞에 서 있으면 그 엄숙한 모습에 위압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대자연의 창조상(創造像)을 우러러 볼 때 사람은 저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경건함에 머리를 수그리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젊은 한암도 아마 금강산의 위용(偉容)에 접하였을 때 강렬한 종교적 감흥을 느끼고 충격을 억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이 위대한 자연의 품에서 깊은 명상에 잠겼다. 속세를 발아래 두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위용을 바라보며 문득 속세를 등지고 출가하여 입산수도(入山修道)할 것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당시 금강산의 명찰 장안사(長安寺)에 있던 행름노사(行凜老師)를 의지하여 그는 수도의 첫걸음을 디뎠다.


그는 출가할 때, 첫째로 자기 마음의 진성(眞性)을 찾아보자. 둘째로 부모의 은혜를 갚자. 셋째로 극락으로 가자는 세 가지를 그 자신에게 맹세하였다. 한암은 불교 교리의 깊은 뜻을 공부하기 위하여 신계사(神溪寺)의 보운강회 (普雲講會)에 나갔다. 어느 날 우연히 보조국사(普照國師)의『수심결(修心訣)』을 읽어내려 가다가 다음의 대목에서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고 한다.


“만일 마음밖에 부처(佛 :覺을 뜻함)가 있고 자성(自性)밖에 법이 있다는 생각에 집착하여 불도를 구하고자 한다면 소신연비(燒身聯臂)의 고행을 하고 팔만장경(八萬藏經)을 모조리 독송하더라도 이는 마치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일과 같아 오히려 수고로움을 더할 뿐이다"


한암은 홀연히 마음과 몸이 송연하여 마치 대한(大限 : 죽음의 시각을 뜻함)이 박두하는 극한의식(極限意識)을 느꼈다. 그때, 장안사의 해은암이 하룻밤 사이에 불타서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그는 한없는 무상관(無常觀)을 뼈저리게 체득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것은 몽외청산 (夢外淸山)임을 깨달았다.

 

무비 스님

 

[출처 : 염화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4 고승열전 42. 한국편 - 백곡(白谷)화상 ④ 短長中庸 2019.12.27 21
53 고승열전 41. 한국편 - 백곡(白谷)화상 ③ 短長中庸 2019.12.27 20
52 고승열전 45. 한국편 - 용성선사 ③ 短長中庸 2019.12.30 20
51 고승열전 47. 한국편 - 한암선사 ② 短長中庸 2019.12.30 20
50 고승열전 52. 한국편 - 효봉선사 ④ 短長中庸 2019.12.31 20
49 고승열전 43. 한국편 - 용성선사 ① 短長中庸 2019.12.30 19
48 고승열전 54. 한국편 - 운허용하대사 短長中庸 2019.12.31 19
47 고승열전 44. 한국편 - 용성선사 ② 短長中庸 2019.12.30 18
» 고승열전 46. 한국편 - 한암선사 ① 短長中庸 2019.12.30 18
45 고승열전 50. 한국편 - 효봉선사 ② 短長中庸 2019.12.31 18
44 고승열전 40. 한국편 - 백곡(白谷)화상 ② 短長中庸 2019.12.27 17
43 고승열전 48. 한국편 - 한암선사 ③ 短長中庸 2019.12.30 17
42 고승열전 49. 한국편 - 효봉선사 ① 短長中庸 2019.12.31 17
41 고승열전 53. 한국편 - 효봉선사 ⑤ 短長中庸 2019.12.31 17
40 고승열전 51. 한국편 - 효봉선사 ③ 短長中庸 2019.12.31 12
39 고승열전 36. 한국편 - 부휴선사(浮休禪師) ② 短長中庸 2019.12.27 11
38 고승열전 1. 인도편 - 오비구와 카샤파 삼형제 短長中庸 2019.12.20 9
37 고승열전 7. 인도편 - 마명보살, 용수보살 短長中庸 2019.12.20 8
36 고승열전 25. 한국편 - 백운경한 ① 短長中庸 2019.12.24 7
35 고승열전 26. 한국편 - 백운경한 ② 短長中庸 2019.12.24 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