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근경은 뜻이 얕아 손에 잡힐 근거가 있으므로 초학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그 효과 또한 보기 쉬우니, 기초를 쌓는 초기의 공정으로 삼을 만하다. 그래서 반드시 역근의 공부를 마쳐야 바야흐로 이로 인하여 골수를 씻을 수 있는 것이다.
나 혜가는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아 역근의 공부를 행하여 이미 효과를 보았다. 그래서 역근경 원본 한 질은 소림사의 벽 속에 간수하여 인연이 있는 자가 이를 얻기를 기다리고, 오직 세수경 한 질만 의발과 함께 싸가지고 멀리 산수 사이를 다니며 노닐었는데, 뒤에 지극한 행공으로 인하여 과연 깨닫는 기이한 응보를 얻게 되었다.
이 세수경에 대해서는 일찍이 감히 가볍게 사람에게 알려 줄 수도 없고 또한 오래되면 실전하여 조사께서 서방에서 오신 목적을 저버릴까 염려되었다. 그래서 나의 비루함을 헤아리지 않고 한어(漢語)로 번역하되, 경문(經文)을 거스리지 않는 정도에서 끝내고 감히 장구(章句)를 수식하지 않았다. 일단, 세수경을 뒤에 자세하게 번역을 하고 아울러 서문을 적어 지혜스러운 자가 음미하여 소득이 있기를 기다린다. 혜가(慧可)가 삼가 서문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