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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모든 일을 생각하니 한바탕 꿈이로다. 일대사(一大事)를 깨치고자 홀연히 깊은 산중 들어가니(… ) 이 세상에 으뜸가는 훤칠한 대장부라….” 구한말 우리나라에 선풍(禪風)을 크게 일으킨 고승 경허스님의 ‘입산가’중 일부다. 하안거(夏安居) 결제를 앞두고 전국 산사의 선방을 찾아든 스님들이 바랑지고 산길을 오르며 불렀음직한 노래다. 지난 몇달 동안 문자 그대로 절간 같았던 전국의 선방들이 다시 스님들로 붐비고 있다. 수행스님들의 가장 중요한 공부철인 하안거가 28일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날 불교 조계종과 태고종 등 한국 불교 주요 종단들이 일제히 시작한 하안거를 10문10답으로 풀어본다.

 

1. ‘안거’란 무엇인가

안거는 불교가 발상한 인도에서 부처님이 살아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비가 오는 우기에는 바깥에서 수행하기 어렵고 벌레들을 죽게 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외출을 삼가고 일정한 곳에 머물면서 수행에 힘썼는데 이것이 이후 안거로 정착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방 불교에서는 안거를 하안거(음력 4월15일∼7월15일)와 동안거(음력 10월15일∼이듬해 정월 15일) 두번에 걸쳐 치른다. 안거 첫날은 제도를 맺는다는 뜻에서 결제(結制)라 하고 안거를 마치는 것을 해제(解制)라 한다. 현재 전세계에서 ‘안거’라는 정기적이고 집중적인 전통 수행법이 대규모로 살아있는 불교는 한국불교뿐인 것으로 전해진다.

 

2. 어떤 사람들이 안거에 들어가는가

1만명을 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조계종 소속 스님 가운데 대략 2200명 안팎이 안거에 참여한다. 해마다 안거에 참여하며 참선 수행을 위주로 하는 스님을 선승(禪僧), 경전 공부를 위주로 하는 스님을 학승(學僧)이라 하고, 수행을 위주로 하는 스님을 이판(理判), 절의 행정이나 살림을 위주로 하는 스님을 사판(事判)이라고 하나 이것이 분명히 구분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학승이 교학을 공부하다 선방으로 가기도 하고, 사판이 절의 살림살이를 하다 안거에 들기도 한다. 이판이든 사판이든 스님들이 출가한 근본이유는 수행해서 부처, 즉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결제에 들어가는 절차는

안거는 안거철이 시작되기 전, 입방(入房)원서를 쓰는 방부(房付)들이기부터 시작한다. 입방이 허락되면 늦어도 결제 하루 전에 해당 선방을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용상방(龍象榜)을 짠다. 용상방이란 각자가 맡은 소임을 써 붙이는 안내문이다. 통상 해당 선방이 소속된 총림이나 사찰의 가장 큰 어른인 방장이나 조실을 시작으로, 선방을 통솔하는 열중(悅衆), 절안에 불을 끄고 켜는 명등(明燈), 불을 때고 방안의 온도를 맞추는 화대(貨臺), 화장실 청소 담당인 정통(淨桶), 차를 끓이고 과일을 내놓는 다각(茶角), 절의 살림살이를 맡는 원주(院主) 등등을 정한다. 안거 첫날은 방장스님이나 조실스님을 모시고 법문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4. 안거하는 스님들의 하루 일과는

각 선방의 청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새벽 3시 잠을 깨우는 도량석 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잠자리를 정리한 뒤 간단히 세수를 마치면 열중스님의 죽비가 울리고 참선이 시작된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는 참선은 50분 좌선, 10분 행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5시에 방선 죽비가 울리면 산책을 하다 5시40분쯤에 발우공양이 시작된다. 이후 8시에 죽비소리와 함께 입선해서 11시까지 다시 좌선이 시작된다. 11시20분쯤에 다시 발우공양이 있고, 이후부터 오후 2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오후 2시부터 4~5시까지 공부를 하다 방선을 하면 각자의 소임에 따라 청소를 한다. 5시 식사 뒤 7시에 간단한 저녁예불과 함께 다시 정진이 이어지고, 저녁 10시까지 정진을 계속한다.

 

5. 수행은 어떻게 하는가

조계종 스님들의 대부분은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을 기본으로 한다. 화두는 견성, 즉 깨달음을 위한 도구로 중요화두로는 ‘무(無)’, ‘이 뭣고?’ 등이 대표적이다. 수행은 이 화두를 의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픈 줄 알고, 배가 부르면 배가 부른 줄을 아는 나란 놈은 이 뭣고?”하며 간절히 의심하다보면 사량분별과 주객이 끊어진 자리에서 화두 삼매에 들고, 마침내 걸림이 없는 경지, 본래면목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래 미얀마나 태국, 스리랑카의 상좌부 불교(소승불교)의 위파사나가 전해지면서 위파사나를 수행하는 스님도 늘어났다고 한다. 위파사나는 자신의 몸, 느낌, 마음, 법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며 공부를 진전시키는 수행법이다.

 

6. 가행정진·용맹정진은 무엇인가

안거 기간이 절반 정도 지나가면 전국 대부분의 선방에서 1주일 정도의 기간을 정해 가행정진이나 용맹정진을 한다. 가행정진은 보통 5∼6시간인 취침시간을 2∼3시간으로 줄이고 하는 정진을, 용맹정진은 아예 잠을 자지 않고 하는 정진을 말한다. 가행 정진 기간에는 낮에 쉬는 시간도 줄이고 좌선 시간을 크게 늘린다. 가행정진이나 용맹정진을 하다보면 졸게 마련인데, 이때 경책하는 스님이 장군죽비로 어깨를 쳐서 잠을 깨운다. 조계종 교육원에서 내놓은 책 ‘간화선’에 따르면 수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반드시 눈을 뜰 것, 음식을 알맞게 섭취할 것, 코 앞에 천길 벼랑이 있다고 생각할 것 등이 있다.

 

7. 안거 중에는 어떤 의식이 있나

매달 보름날과 그믐날에는 수행을 멈추고 포살(布薩)법회를 한다. 포살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계경(戒經·계율을 적은 경전)인 범망경(梵網經)을 읽고 지은 죄가 있으면 참회해서 악을 그치고 선행을 하도록 고무하는 의식이다. 3개월 안거를 끝내기 직전에는 스스로 잘못을 참회하는 ‘자자(自恣)’의식을 진행한다.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 반성하고 도반으로부터 잘못을 지적해 달라고 청하는 것으로 도반끼리 탁마하는 수행자의 모습이 살아있는 의식이다. 선방 스님들에 따르면 최근의 자자는 잘못을 드러내고 지적해주는 것에 더해 안거를 마치는 감회를 이야기하는 의식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한다.

 

8. 선방에 가지 않는 스님들은 안거철 어떻게

선방에 들어가지 않는 사판 스님이나 신자들도 안거철에는 규칙적으로 공부, 부처님 이후 전해져 오는 수행전통을 지키려 애를 쓴다. 특히 도심에 있는 시민선방이나 포교원에서는 안거철을 이용해 규칙적으로 수행하는 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 지난해 동안거철에는 도법스님을 비롯한 일단의 스님과 신도들이 선방 대신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움직이는 선원’ 같은 대안 수행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일반 신자들 가운데서도 스님과 마찬가지로 아예 선방에 입방, 엄격한 수행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9. 안거철이 끝나면 무엇을 하는가

소임이 있는 스님들은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납자(衲子·헤어진 옷을 기워입은 사람이란 뜻으로, 선방스님들을 일컫는 다른 말)들은 갈 곳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안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산철(해제철) 수행을 하는 이도 있고, 토굴에서 혼자 수행을 하는 스님도 있다. 걸망 하나 지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참선도 하고 스승을 찾아 도를 묻기도 한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구름처럼 물처럼 떠돌아다닌다고 해서 선방스님들을 운수납자(雲水衲子)라고도 한다.

 

10. 실제로 깨달음을 얻는 스님들도 많은가

구한말 경허스님이 스스로 깨쳐 선풍을 크게 일으킨 뒤 깨달음을 인가받은 고승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깨달음의 언저리에는 갔으되, 확철대오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스님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불교 일각에서 간화선 위주의 수행 풍토에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안도 많이 나오고 있다. 대안은 경전도 제대로 모르는 채 선방에 앉아 ‘이 뭣고?’만 참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교학과 참선 수행이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이나 염불선 수행에서 초기 근본불교나 남방불교의 수행법인 위파사나 수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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