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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조단경>에서 -

지도(志道) 선사(禪師)가 육조(六祖)에게 물었다.

“저는 출가한 이래로 <열반경>을 본 지가 거의 10여년이 되었습니다만, 아직 그 근본 뜻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가르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육조가 말했다.

“너는 어느 곳을 밝히지 못했느냐?”

“‘모든 행위가 무상(無常)함이 곧 생멸법(生滅法)이라, 생멸이 사라지면 적멸(寂滅)이 곧 즐거움이다’라는 이 구절에 의문이 있습니다.”

“너는 무엇이 의문이냐?”

“모든 중생에게는 전부 두 몸이 있으니, 색신(色身)과 법신(法身)이라 하는 것입니다. 색신은 무상(無常)하여 생겨나고 소멸하는 것이지만, 법신은 항상(恒常)하여 앎도 없고 느낌도 없습니다.

그런데 경(經)에서 말한 ‘생멸이 사라지면 적멸(寂滅)이 곧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몸이 적멸하는 몸이며, 어떤 몸이 즐거움을 받는 몸입니까?

만약 색신이라면 색신이 멸할 때에는 사대(四大)가 흩어져 모두가 고통이니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가 없고, 만약 법신이 적멸한다면 곧 풀, 나무, 기와, 돌과 같으니 누가 즐거움을 받겠습니까?”

육조가 답하였다.

“너는 불제자이면서도 어찌하여 외도의 단상사견(斷常邪見)을 익혀서 최상승법(最上乘法)을 논하려 하느냐? 너의 견해에 의하면, 색신 밖에 따로 법신이 있으며 생멸을 떠나 적멸을 찾는 것이다. 또 열반이 늘 즐겁다는 말을 미루어 그 즐거움을 받는 몸이 있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곧 생사에 집착하여 생사를 아까와 하면서 세간의 즐거움을 탐하는 것이다.

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 모든 어리석은 사람은 오온(五蘊)의 화합(和合)을 보고는 자신의 모습으로 여기고, 모든 법을 분별하여 바깥 삼라만상의 모습으로 여겨, 생(生)을 좋아하고 사(死)를 싫어하여 순간순간 흘러가며, 꿈과 같고 환상과 같은 허망한 가짜를 알지 못하고 헛되이 윤회를 받으며, 늘 즐거운 열반을 도리어 괴로운 모습으로 여겨 종일토록 치달려 구하기만 할 뿐이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이를 불쌍히 여기시고는 이에 열반의 참된 즐거움을 보여 주신 것이다.

찰나에도 생하는 모습이 없고 찰나에도 멸하는 모습이 없어서 다시 없앨 만한 생멸이 없으니, 이것이 곧 적멸(寂滅)이 눈앞에 드러나는 것이다. 적멸이 눈앞에 드러날 때에도 적멸이 눈앞에 드러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늘 즐겁다고 하는 것이다. 이 즐거움은 받는 사람도 없고 받지 않는 사람도 없다. 어찌 하나의 본체니 다섯의 작용이니 하는 이름이 있을 수 있으며, 어찌 또 열반이 모든 법을 구속하여 영원히 생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이것은 곧 부처님을 비방하고 법(法)에 상처를 입히는 짓이다. 나의 게송을 들어라.

위 없는 대열반은 두루 밝고 늘 고요히 비추거늘,

범부는 어리석어 죽음이라 말하고,

외도는 끊어 버림에 집착하고,

소승(小乘)의 사람들은 조작이 없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들은 모두 생각으로 헤아린 것에 속하니,

견해라는 것이 본래 모두 그렇다.

망령되이 헛되고 거짓된 이름을 세워 놓고는,

어찌하여 진실한 뜻이라 여기는가?

오직 헤아림을 넘어선 사람이어야 취하고 버림이 없으니,

오온(五蘊)과 오온 속에 있는 나[我]와,

밖으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색(色)의 모습과 하나하나의 음성은,

한결같이 꿈이나 환상과 같음을 알아서,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견해를 일으키지 않고,

열반이라는 견해도 만들지 않으며,

항상하다느니 무상(無常)하다느니 하는 양 쪽과,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이 끊어져서,

늘 온갖 경계에 응하여 작용하면서도,

작용한다는 생각은 일으키지 않으며,

모든 법들을 분별하면서도,

분별한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겁화(劫火)가 바다 밑바닥까지 태우고,

바람이 산을 때리더라도,

참되고 변함 없는 것은 적멸의 즐거움이니,

열반의 모습도 이와 같다.

내 이제 억지로 말하여,

네가 삿된 견해를 버리도록 만드노니,

네가 말을 따라서 이해하지 않으면,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무심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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