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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열전
2019.12.27 16:03

40. 한국편 - 백곡(白谷)화상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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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백곡(白谷)화상

- 척불(斥佛)의 부당성 항의한 대장부 -

(2) 법계(法階)와 선교관(禪敎觀)

여말선초에는 태고보우와 나옹혜근의 문하 법손들이 적지 않게 배출되어 법맥을 상승해 왔다. 그러나 곧 이어 단행된 조선 초기의 종파 축소 및 통폐합을 비롯하여, 이후 도첩제 및 승과제의 폐지 등으로 불교계는 종맥가통마저 상실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럴 무렵에 서산대사 휴정(1520~ 1604)이 출현하여 선대상전(先代相傳)의 법맥을 확고하게 일으켜 세우고 있음은 이미 주지하는 사실이다. 휴정이 확립한 법맥은 물론 그의 법조 벽송으로부터 영관으로 이어져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 휴정보다 나이는 23세 연하이면서도 동문의 위치에서, 당시는 물론 오늘의 한국 불교계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던 고승으로 부휴선수(浮休善修)(1543 -1615)가 있다. 즉, 지엄으로부터 영관에 이어진 임제의 법맥이, 영관 이후에는 휴정과 선수 양대 문하로 나누어져 발전되어 나온 것이다. 백곡은 이 선수파의 법계에 속한다. 선수의 7백여 제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벽암각성의 법을 전해 받았으므로, 그는 곧 선수의 법손이 되는 것이다.


영관 이후 휴정의 문하와 선수 문하의 활동은 불교계 내의 법계형성 분포로나 당시 외란에 처한 국가적 현실참여에 있어서 양대 산맥을 이룬다. 흔히 휴정 이후 조선 불교계는 휴정 문하에 의하여 주도된 것으로만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은 선수 이후 각성, 처능 대에 이르러서는 휴정 문하 못지않게 그 세(勢)가 번성하였다. 국가적 현실참여의 활동 면에서 보더라도 임진왜란 때에는 휴정과 그 문도에 의하여 의승군의 활동이 주도되다가 병자호란 과정에서는 양계파가 쌍벽을 이루고 각성 이후 응준과 백곡이 팔도도총섭을 역임했던 사실 등이 그것을 말해준다.


선수, 각성으로 전해져 온 법을 이은 백곡의 선교관은, 휴정의 그것과 기본적으로는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여기서 한 걸음 더 발전적인 모습을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즉 선교관은 철저하게 합일적이고 일치적인 것이다. 이는 한국불교의 통합사상적 성격을 또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한국불교의 통불교적 전통은 신라 원효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을 그 근원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원효의 사상이 고려시대에는 의천의 교관겸수로 나타나고 그것은 다시 지눌의 정혜쌍수로 전개되면서 선교일치의 총화적이며 통불교적인 사상의 흐름을 형성해 왔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그런 사상이 휴정(休靜)에 의해 재삼 확인 실천되고 있었다 할 만한데, 여기서 편의상 백곡의 선교관을 휴정의 그것과 비교하면서 살펴본다. 휴정의 선교관은 그의『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말하고 있듯이 ‘선시불심(禪是佛心) 교시불어(敎是佛語)’라는 한 마디에서 명료하게 드러난다. 세존이 삼처(三處)에서 전심한 것이 선지(禪旨)이며 그 분 일대의 설법이 교문(敎門)이므로 선은 곧 불심이요 교는 곧 불어라는 것이다.


휴정이 입적 10여 년 후에 출생한 백곡도 또한 이 같은 선교일치적 기본 입장에서는 거의 다름이 없다. 그의 문집 가운데 선과 교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짤막한 ‘禪敎說(선교설)’에서 백곡은 ‘선자심야(禪者心也) 교자회야(敎者誨也)’라고 정의하고 있다. 선은 마음으로써 전하고 교는 말을 빌려 홍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선교에 대한 이같은 두 사람의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정의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것의 수용에 있어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보여준다.


즉, 휴정은 선교일치를 말하면서도 수행과정에 있어서는 선과 교를 역시 선후의 관계로 파악하고 있다. 사교입선(捨敎入禪)의 공(功)을 말하고 있음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설은 활처럼 굽은 것이라고 보고 조사의 마음은 활줄처럼 곧은 것이라고 봄으로써 선과 교의 우열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백곡의 선교에 대한 견해는 자못 다른 바가 있다. 한 마디로 말해 그의 ‘禪敎說(선교설)'에 나타나는 일관된 정신은 선과 교로 구분해서 양문을 국집하는 그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는 선문과 교문이 나누어지고 선문자는 이사난변(理事難辨)하고 교문자는 공유호집(空有互執)함으로써 스스로 오류를 범하는 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가공의 허위를 천착(穿鑿)하며 서로 비방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타인을 그르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이어서 그는 선과 교가 불이(不異)하면서도 이(異)하고 이(異)하면서 불이(不異)하다고 전제하고, 그 이유로서 선과 교가 오직 그 근원이 하나이므로 도리가 다를 바 없고, 다름이 있다면 심(心)과 구(口)의 다름이 있을 뿐이라 하였다. 이처럼 백곡의 선교관은 이이불이(異而不異) · 불이이이(不異而異)의 입장으로 결국 선교일치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선교관은 실은 선교 이전의 불분(不分)을 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백곡은 다시 선과 교로 나누어서 그 이(理)가 각각 다르다고 보는 견해에 대해서 논리적인 방법으로 그 부당성을 지적하여 매우 놀라운 견해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것은 흔히들 세존이 가섭에게 선을 전하고 아난에게 교를 전했다고 하지만, 이는 믿을 수 없다는 논리이다.


다시 말하면 불법은 세존으로부터 가섭 · 아난으로 전해져 온 것인데, 만약 가섭이 선이라면 전교(傳敎)의 아난에게 선을 전할 수는 없을 것이며, 아난의 교 또한 전선(傳禪)의 가섭에게서 선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선이라면 주고받는 자가 다같이 선이지 교가 아니며, 다만 교라면 그 경우도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백곡의 이러한 견해 한 마디로 선종계보설이나 교외별전설 마저 부정하는 것으로서, 대단히 파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으로 보건대, 백곡은 선과 교가 완전히 합일된 것으로 파악하는 선교관을 갖고 있으며, 이는 휴정에게서와 같은 선과 후, 시와 종, 우와 열의 선교관과는 근본적으로 입장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휴정의 선교관을 초월하는 백곡의 선교관에서 우리는 통불교적 사상의 새로운 전개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한편, 당시 시대상황에 따른 한 조류였다 할 유불일치 혹은 유불회통사상에 대해서도 그는 보우나 휴정 등과는 분명히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백곡은 두 사상이 진리성에 있어서는 서로 회통될 수 있음을 굳이 부언하지는 않았지만, 그 깊고 얕음과 우열에 있어서 유교는 불교에 비해 천열(淺劣)하다는 것을 직설하고 있는 것이다.

 

무비 스님

 

[출처 :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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