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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열전
2019.12.31 16:36

53. 한국편 - 효봉선사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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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효봉(曉峰)선사

(9) 가풍(家風)-수행이념(修行理念)

계(戒) · 정(定) · 혜(彗) 삼학(三學)은 불도수행(佛道修行)의 근본이념이다. 스님은 자신이 이를 갖추어 닦았고 후학들에게도 이 삼학(三學)에 대해서 많이 말씀하였다. 삼학(三學)으로 공부하는 것을 곧잘 집짓는 일에 비유하였다.

계(戒)는 집 지을 터와 같고, 정(定)은 그 재료(材料)이고, 혜(彗)는 그 기술과 같다고.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터가 시원찮으면 집을 세울 수 없고, 또 기술이 없으면 터와 재료도 쓸모가 없게 된다고 하였다. 세 가지를 두루 갖추어야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삼학(三學)을 함께 닦아야만 생사(生死)를 면하고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잇는다고 하였다.

털끝만한 것도 부처님 계율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 시간관념은 너무도 엄격했다. 지리산(智異山) 탑전(塔殿)에서 안거(安居)할 때 동구(洞口)에 찬거리를 구하러 내려갔다가 공양 지을 시간 단 십분이 늦어 돌아오니, “오늘은 공양을 짓지 말라, 단식(斷食)이다.

수행자가 그렇게 시간관념이 없어 되겠니?"하며 용납하지 않았다. 그날 준엄하게 시간에 대한 교훈을 받은 이래 시봉으로서의 필자는 시간을 어기는 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스님은 또 시물(施物)에 대해서도 인색할 만큼 아끼었고 시은(施恩)을 무섭게 생각했다. 우물가에 어쩌다 밥알 하나만 흘려도 평소에 그토록 자비하신 분이 화를 내곤 하였다. 초 심지가 다 타서 내려앉기 전에 새 초를 갈아 끼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생활은 지극히 검박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인은 가난하게 사는게 부자(富者)살림이라고 말씀하였다.

참선(參禪)은 스님이 닦아야 할 업(業)인 양했다. 젊었을 때나 늙었을 때나 하는 일이라고는 한결같이 참선뿐이었다. 따라서 결제(結制)(공부기간)에 대한관념은 철저했다.

다른 절에 있다가 정초(正初) 같은 때 스님을 찾아뵈러 가면, 뭣하러 살림 중(결제 중)에 왔느냐고 달갑지 않게 여기었다. “어디 가 있든지 정진 잘하면 내 곁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다"

몇해 전 스님은 영양실조에다 신장이 약해져 대구 대학병원(大學病院)에 삼주일 가까이 입원한 적이 있었다. 겨울 결제일(結制日)을 하루 앞두고, 공부하는 중이 어찌 병원에서 결제를 할까보냐고 며칠만 더 머물라는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굳이 퇴원하고 말았다.

(10) 생불생 사불사(生不生 死不死)

1954년 정화운동(淨化運動)으로 인해서 스님은 발딛기를 그토록 꺼려하던 시정(市井)에 나와 머물렀다[安國洞 禪學院에서]. 어지러운 종단 일을 수습하기 위해 수도인(修道人)의 신분에는 당치도 않은 감투를 쓰기도 했다.

종회의장과 총무원장, 그리고 宗正의 자리에도. 1956년에는 네팔에서 열린 세계불교도대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기도 했었다. 스님은 평소에 국가원수(國家元首)나 관리들에 대해서 경원하였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대했을 때 하고싶은 말을 주저하지도 않았다.


서울에 머물러 있을 무렵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李承晩)박사의 생일 초대를 받고 종단을 대표해서 경무대(景武臺)로 축하인사를 가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즐비하게 옹위한 가운데서 고관대작들이 드리는 인사를 턱 끝으로 받고 있던 李박사는 스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벌떡 일어나 손을 마주 잡고 앉을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 李박사가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의 생일은 언제입니까?"

이때 스님은 李박사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生不生 死不死(생불생 사불사)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데 생일(生日)이 어디 있겠소?"

이 말을 들은 老대통령은 정색을 하고 입안으로 ‘生不生 死不死(생불생 사불사)’를 거듭거듭 뇌었다. 그리고는 스님이 나오는데 따라 나오면서 귓전에 대고

“우리나라에 도인(道人)이 많이 나오게 해주시오”라고 했다.

 

(11) 장엄(莊嚴)한 낙조(落照)

 

스님은 이년 전부터 극도로 노쇠(老衰)해 갔다. 이때부터는 규칙적인 대중생활을 하지 못했다. 치통(齒痛)으로 고생할 때에는 전생의 업보(業報)일 거라고 하였다. 스님의 성격은 천진한 어린애처럼 풀려버려 시봉들과 장난도 곧잘 쳤다. 육신의 노쇠에는 어쩔 수 없는 것 무상(無常)하다는 것은 육신의 노쇠를 두고 하는 말인가.

 

스님은 가끔 ‘파차 불행(破車 不行)이야’라고 독백을 하였다.


지난 五월 十四일 거처(居處)를 대구 동화사(桐華寺)에서 밀양 표충사 표충사 서래각(表忠寺 西來閣)으로 옮겼다. 한동안 건강이 좋아졌다가 다시 기울기 시작했다. 곁에서 보기에도 이 세상 인연(因緣)이 다해 가는 듯 싶었다. 누워 있으면서도 가끔 입버릇처럼 “무(無)라 무(無)라....."고 외마디 소리를 하였다. 무(無)란 허무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공부한 무자 화두(無字 話頭)인 것이다. 이와 같이 노환(老患)으로 누워 지내면서도 *究 하는 일만은 쉬지 않았다.


입적(入寂)하기 며칠 전, 곁에서 시봉들이 청을 드렸다. “스님, 마지막으로 한 말 씀 안하시렵니까?" “나는 그런 군더더기 소리 안 할란다 지금껏 한 말들도 다 그런 소린데" 하며 어린애처럼 티없이 웃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읊었다.


내가 말한 모든 법은
그거 다 군더더기
오늘 일을 묻는가
달이 천강(千江)에 비치니라.


이것이 스님의 열반송(涅槃頌)이다.


1966년 10월 15일. 새벽 세시, 예불(禮佛)을 모실 시각에 스님은 “얘 나 좀 일으켜 달라”고 하였다. 부축해 드리니 평소에 공부하던 자세로 앉았다. “나 오늘 갈란다" 라고 말하였다.


얼마 못 사실 것을 곁에서도 예견한 터라 태연하게 물었다. “언제쯤 가시렵니까?" “오전에 가지" 이 말을 마치자 지그시 눈을 감고 바른손에 호두알을 굴렸다. 가끔 “무(無)라 무(無)라....."소리를 하시면서. 이렇게 잠잠히 앉아 있는 것을 지켜 보고, “스님, 화두 들립니까, 지금도 성성(惺惺)하십니까?" 라고 묻자, “응, 응....." 라고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었다.


오전(午前) 열시, 맑게 개인 가을날. 굴리던 호두알이 문득 멈추었다. 표정(表情)이 굳어졌다. 마침내 입적(入寂)! 일흔 아홉 해 한 수도인(修道人)의 생애가 조용히 막을 내린 것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가?


재악산(載樂山) 기슭에 은은히 열반종(鐘) 소리가 메아리쳤다. 물든 잎이 뚝 뚝 지고 있었다.


하처래(何處來) 하처거(何處去).

 

무비 스님

 

[출처 :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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