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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열전
2019.12.31 16:19

50. 한국편 - 효봉선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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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효봉(曉峰)선사

(3) 참회의 길

집을, 고뇌의 집을 벗어난 마음은 날듯이 가벼웠다. 이로부터 삼년 동안 스님은 엿판 하나 메고 명산대천(名山大川)을 북(北)에서 남(南)으로 또 동(東)에서 서(西)로 종횡무진 방랑(放浪)생활을 시작한다. 어제의 영화와 신분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인간(人間) 재구성(再構成)을 위해 고행(苦行)의 길에 오른 것이다.

입고 나선 옷을 팔아 엿판과 한복 두벌을 서울 남대문(南大門) 거리에서 바꾸었다. 이 옷으로 삼년을 지내는 동안 깁고 꿰매어 오색 누더기가 되었다고 한다. 더러는 귀찮은 눈을 피해 바보짓도 해보이고, 아무 목적도 없이 하루에 백 칠십리 길을 환상(幻想)을 쫓아 간 적도 있었다. 장마철에는 서당에 들러 글을 가르쳐 주는가 하면 시집가는 색시의 농짝을 밤새워 져다주고 푸짐한 대접을 받은 때도 있었다.

누더기 엿장수의 뒤를 따르는 시골 아이들에게 엿을 거저 나눠주다가 밑천이 떨어지기도 했다. 먼 길을 갈 때엔 굶기가 일쑤여서 한때는 엿판에 콩을 넣고 다니다가 시장하면 솔잎과 물에 불린 콩을 씹으며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산길을 잘못 들어 비를 맞아가면서 밤을 지새운 일도 있었고, 술에 취해 얼음 위에서 하룻밤을 잔 일도 있었다.

한번은 울산(蔚山)을 지나는 길이었는데 방어진(方漁津) 바닷가에 가니 깔끔한 바둑돌이 하도 좋아 그걸 줍기에 정신이 없었다. 뒤늦게야 주위에 물이 들어온 걸 알고 허둥지둥 뛰어나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엿 장사를 않고 바둑돌 장사를 하오?" “엿을 팔 때는 엿장수요 바둑돌을 팔 때는 바둑돌장수지요" 이렇듯 겪기 어려운 갖은 고생을 달게 받으며 자신(自身)을 가누기에 전념(專念)했다. 스스로가 선택한 고행(苦行), 그것은 참회의 길인 동시에 안심입명(安心立命)의 세계를 찾아 헤맨 구도(求道)의 행각(行脚)이기도 했다.

(4) 해후(邂逅)

1925년 여름, 정처 없던 나그네의 발길은 마침내 금강산(金剛山)에 이르렀다. 유점사(楡岾寺)에 들러 모시고 공부할만한 스승을 찾으니, 신계사(神溪寺) 보운암(普雲庵)에 <금강산 도인(道人)>이라는 석두(石頭)스님이 계시다고 했다. 그 길로 하룻길이 창창한 신계사(神溪寺)를 찾아갔다.

큰 방에 스님 세분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절을 하며,

“석두(石頭)스님을 찾아 뵈러 왔습니다" 하니,

풍채가 좋은 한 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유점사에서 왔습니다"

이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몇 걸음에 왔는고?"

하고 다구쳐 물었다.

스님은 벌떡 일어나 큰방을 한바퀴 빙 돌고 앉으면서,

“이렇게 왔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석두(石頭)스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곁에 앉아 있던 노장은 껄껄 웃으면서,

“십년 공부한 수좌(首座)보다 낫네"라고 감탄하였다.

 

이렇게 만난 것이다. 만날 사람끼리 만난 것이다. 스승을 찾아 헤매던 나그네와 제자를 기다리던 스승은 이때 서로가 말은 없어도 두 마음은 하나로 맺어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본질적이고 가장 구체적인 결합(結合)은 이와 같은 만남(邂逅)으로 이루어진다. 만남에 의해서 인간은 비로소 <나>를 자각(自覺)하게 되는 것이다. 스님은 내 갈 길이 여기 있었구나 하고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날로 머리를 깎아 계(戒)를 받고 법명(法名)을 원명(元明)이라 불렀다(효봉(曉峰)이란 이름은 뒷날에 지은 스님의 법호(法號)다). 음력 칠월 초여드레 스님의 나이 서른여덟.

 

그 뒤 스님은 이날만 되면 옷을 갈아입었다. 여느때 같으면 갈아입을 때가 아니기로 그 까닭을 물으면 ‘오늘은 내 생일이야’라고 하였다. 그날 스님은 새로 탄생한 것이다.

 

무비 스님

 

[출처 :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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