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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이야기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과 대세지보살은
억겁 전생에 조리와 속리라는 이름을 가진 형제로 태어났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표독한 서모 밑에서
온갖 학대를 받다가 아버지가 멀리 타국으로 돈벌러 떠나자
일곱살 짜리 형 '조리'와 다섯살 짜리 동생 '속리'는
계모의 꾀임에 빠져 바다 건너 저멀리 대륙과 아득히 떨어진
고절처 무인도에 내다 버림을 당한다.

철부지 어린 형제는 몇날을 추위와 굶주림에 서로 부등켜 안고
울고 또 울다가 마침내 기진맥진하여 쓰러진다.
순간 뼈를 녹이는 침묵이 대양의 처절한 소음을 삼키니,
죽음의 사자도 손발이 떨려 가련한 형제의 최후 순간을
지켜만 보고 있을때
형 조리는 열손가락을 돌로 쳐 흐르는 피로 누더기가 된 옷에,
부모 잃고 버림받은 어린 영혼의 가슴에 사무친 아픔들을
대비의 발원으로 승화시켜 비원을 써내려갔다.
피로 누더기 천이 빨갛도록 한자 한자 대비원(大悲願)을 적었다.

발원의 내용은
'우리 형제가 죽으면 부모 없는 설움으로 슬픔에 젖은
사람에게는 대성자모 자부가 되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친절한 벗이되고 사랑하는 형제가 되며,
헐벗은 사람에게는 옷이되고,굶주리는 사람에게는 밥이 되며,
온갖 병고 중생들에게 명의가 되고 양약이 되어 고쳐주고,
영원한 해방을 줄수 있는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는 중생에게는
부처님의 몸을 나투어 구제하겠노라'고 썼다.
열 손가락이 문드러지도록 저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즐거움을 주겠다는 손고여락(損苦與樂)이 되겠노라고 다짐했다.

열 발가락이 짓이겨 지도록 시방세계를 쫓아다니며
고독한 영혼의 고통을 뽑아주고,외로움을 달래어 기쁨을 주는
발고 여락(拔苦與樂)이 되겠노라 발원했다.
바짝 말라 이미 미이라가 되어버린 아우 속리 가슴에서
흘러나온 서른 두가지 발원도 함께 다 쓰고는
형제는 꼭꼭 부등켜안고,
만경창파도 무심치 못해 몸부림치는 해조음을 들으며
대비원을 성취하는 기막힌 생을 마감했다.

외국 갔다 돌아온 아버지가 백방으로 두 아들의
행방을 찾아다닌 끝에 바다를 건너 무인도에 왔을땐,
두 무대기의 하얀 유골뿐이었다.
후처와 작당하여 죄악을 자행한 뱃사공은
호기를 잡은듯 뺑소니를 치건만,
가건 말건 관심밖의 일로 흘러보내고,
자식의 유골을 품에안고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시간의 부름이었던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아버지도
비장한 심경으로 조약돌 사이에 널려있는
어린 자식들의 누더기 천조각에 쓰여진 피의 유서인

'대비발원문'을 보고,
자신의 수족을 모조리 부수어 붓을 삼아
사십팔원의 혈서를 쓰고는,
불쌍한 두 아들의 뽀얀 백골을 찢어지는 가슴에 품고
절해고도에서 한줌의 흙이 되었단다.
한많은 삼부자의 처절한 생은 석양의 황혼속에 서서히 막을 내렸다.
그런데,그분들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아버지는 아미타여래 이셨고,
조리와 속리는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시다.
이 두 보살은 자신들이 고초받은 것처럼 아픔을 느끼는,
영겁토록 외롭고 서러운 중생들의 깊고도 깊은
한을 풀고 계시는 분들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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