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편양(鞭羊) 禪師 - 걸인과 함께 양치며 살던 聖者 - (3) 사 상 조선불교는 한마디로 禪敎兩宗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납자들은 선교를 겸수하는 것을 정규과정처럼 여겨왔고, 또 그렇게 실천해 왔다. 처음 출가입산하면 3년 내지 10년을 행지생활을 하면서 중노릇하는 제반을 익힌다. 행자 중에서도 총명한 사람은 조사어록과 경전을 이수하기도 한다. 사미계를 받고 득도하면 본격적으로 三藏을 배우는데,《華嚴》《傳燈》《拈頌》등 이른바 大敎를 수료하면 걸망을 메고 諸方禪院을 歷訪하며 참선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보통 ‘捨敎入禪’이라 일컫는다. 이런 과정을 편양선사도 어김없이 거쳤다. 선교를 겸수한 것이다. 그리하여 40이 넘어 견성로도 후의 保任行을 마치고는 다시 산사에 머물며 수학납자를 提接하였는데 교학을 이수해야 할 학인에게는 삼장을 강설하고 참선대중에게는 禪家 특유의 방법으로 祖師禪旨를 선양하는 등 선교를 한 장소에서 한 스승이 가르친 것이 조선불교의 한 특색이기도 했다.
선원의 조실이 강원의 강사를 겸하였으므로 자연히 선교일치의 사상이 확립되기도 했지만, 편양선사는 교보다 선을 우위에 놓고 교는 선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여겼다. 서산대사의 선과 교를 편양과 사명이 전수하였으므로 이 두 분의 격을 여타 제자들보다 한층 높이 평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편양선사의 문집에 ‘禪敎源流尋도說’이라는 글이 있다. 이 尋검(?)說은 선사의 禪敎觀이라 해도 좋고 선사의 사상을 십분 함축한 내용이라 해도 좋다. 이 글은 선사의 선과 교에 대한 견해를 아는데 충분한 내용이어서 한마디로 선사의 선교관이라 하겠다. 이제 이 심검설을 분석 검토하면서 선사의 사상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선사의 선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선사는 선을 교보다 우위에 두었으므로 심검설의 첫머리에 놓고 선을 俓截門이라 일컬었다. 물론 이는 선사의 스승이신 서산대사의 사상과 일치하며 멀리 중국 옛 조사들의 사상을 잘 계승한 것으로 이해된다.
달마는 인도를 떠나 중국에 이르러서 제자 慧可에게 전했는데 혜가는 29조가 되고 혜가는 다시 30조인 僧璨에게, 승찬은 道信에게, 도신은 弘忍에게, 홍인은 慧能에게 전했다.
이 혜능이 33조이며 동토의 6조이니 중국적인 선을 확립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천하에 선법이 가득 차게 되었다. 마조는 6조 혜능의 수제자인 南岳懷讓의 법을 이은 碧眼宗師로서 直心是道란 말을 처음 사용하였으며, 대기대용을 적절히 잘 구사하여 많은 납자의 눈을 뜨게 한 스님이다. 이 마조의 일갈이야말로 세존의 염화미소, 바로 그 소식이며 달마가 동토에 처음 오셔서 전하신 선의 진수이니 이 선을 체득하면 一超直入如來地하므로 경절문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고려 말에 이르러 태고보우선사가 중국에 가서 임제종지를 받아와서 대대상승하여 편양에 이르렀으므로 자연히 간화선의 종지를 따르게 되었다. 위의 글은 화두를 드는 요령을 설명한 것으로서 중국 大慧宗杲禪師의 가르침과 궤를 같이한다.
“연이나 당기에 스스로 차별이 있을지언정 법은 차별이 없나니 樹王을 일으키지 않고 鹿苑에 노닐며 돈설이 곧 사제를 설한 것이니라. 그런즉 仙苑과 覺場이 한자리요 화엄과 사제는 일설이라, 화엄이 반드시 사제보다 현미하지 않으며 사제가 반드시 화엄보다 얕지 않느니라. 다만 근기를 따라 대소의 차별이 있나니 마치 하늘이 비를 내림에 초목이 윤택함을 받되 초목이 스스로 길고 짧음이 있을지언정 그 비는 한맛이니 불설도 또한 그러하여 교는 근기를 따라서 다를지언정 그 실제는 다 일법이니라"
선사는 또 심검설에서 염불문 공부를 언급하고 있는데, 참선 · 간경과 함께 수행의 삼대로 중 하나인 점으로 보아 여기에서 설한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점이라고 하겠다.
이 심검설에서 염불문 공부를 언급했다고 해서 편양성사 자신이 염불인이었다고 여겨서는 안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불교수행의 세 가지 길 중에 속하는 까닭으로 후생들을 위해 올바른 수행방법을 제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선사는 임명종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설하고 있다.
선사의 가르침이 여기에 이르러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음을 재삼 감탄해 마지않으며 염불문 공부의 결론을 마저 들어보기로 하자
"이와 같이 관찰하여 미혹하지 않으면 생사마를 어느 곳에서 찾으리요? 이 역시 도인의 마구니를 제압하는 요절이니 학자는 모름지기 착안하여 살펴볼지니라."
또 臨命終時의 마음가짐을 맨 나중에 설하여 우리에게 생사대사를 해결하도록 촉구한 고차원적인 배려에서 선사를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간절해짐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리라.
나라가 어지러우매 승풍도 다소 흐린 점이 없지 않았을 터이나 선사는 시종일관 계율을 엄정히 하고 오로지 수행일로만을 부지런히 걸음으로써 전체 승려의 모범이 되었으며 귀감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불법문중의 동량으로서 천하승려의 정신적 의지자가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이타행이 어디 있으며 이보다 더 큰 업적이 또 어디 있겠는가. 선사의 그 모범됨과 귀감 됨의 공덕으로 선사의 문손이 연륜이 쌓일수록 더욱 성하여져서 3백여 년이 흐른 현금에 와서는 전국 전체 승려가 선사의 문손 아님이 없으니 편양선사의 도덕과 복업의 크고 장하심이 하늘과 땅에 가득하다 하겠다.
그런데 필자의 무딘 솜씨로 고작 이 정도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독자들께서는 이해하여 주시기 바라면서 끝을 맺는 바이다.
무비 스님
[출처 : 염화실] |
고승열전
2019.12.26 15:59
34. 한국편 - 편양선사 ②
조회 수 8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고승열전 | 34. 한국편 - 편양선사 ② | 短長中庸 | 2019.12.26 | 8 |
405 | 고승열전 | 33. 한국편 - 편양선사 ① | 短長中庸 | 2019.12.26 | 1 |
404 | 고승열전 | 32. 한국편 - 서산휴정(西山休靜) | 短長中庸 | 2019.12.26 | 0 |
403 | 고승열전 | 31. 한국편 - 함허득통(涵虛得通) 화상 ③ | 短長中庸 | 2019.12.26 | 10 |
402 | 고승열전 | 30. 한국편 - 함허득통(涵虛得通) 화상 ② | 短長中庸 | 2019.12.26 | 12 |
401 | 고승열전 | 29. 한국편 - 함허득통(涵虛得通) 화상 ① | 短長中庸 | 2019.12.26 | 3 |
400 | 고승열전 | 28. 한국편 - 보조지눌(普照知訥) ② | 短長中庸 | 2019.12.26 | 1 |
399 | 고승열전 | 27. 한국편 - 보조지눌(普照知訥) ① | 短長中庸 | 2019.12.26 | 2 |
398 | 고승열전 | 26. 한국편 - 백운경한 ② | 短長中庸 | 2019.12.24 | 13 |
397 | 고승열전 | 25. 한국편 - 백운경한 ① | 短長中庸 | 2019.12.24 | 8 |
396 | 고승열전 | 24. 한국편 - 일연선사 ② | 短長中庸 | 2019.12.24 | 6 |
395 | 고승열전 | 23. 한국편 - 일연선사 ① | 短長中庸 | 2019.12.24 | 3 |
394 | 고승열전 | 22. 한국편 - 정중무상 선사 | 短長中庸 | 2019.12.24 | 3 |
393 | 고승열전 | 21. 한국편 - 자장대덕 ② | 短長中庸 | 2019.12.24 | 10 |
392 | 고승열전 | 20. 한국편 - 자장대덕 ① | 短長中庸 | 2019.12.24 | 7 |
391 | 고승열전 | 19. 한국편 - 혜통화상 | 短長中庸 | 2019.12.24 | 2 |
390 | 고승열전 | 18. 한국편 - 균여대사 ② | 短長中庸 | 2019.12.24 | 0 |
389 | 고승열전 | 17. 한국편 - 균여(均如) 대사 | 短長中庸 | 2019.12.23 | 6 |
388 | 고승열전 | 16. 한국편 - 혜초(慧超) 화상 | 短長中庸 | 2019.12.23 | 0 |
387 | 고승열전 | 15. 한국편 - 의상대사 | 短長中庸 | 2019.12.23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