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guage
한국어
조회 수 69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다음 글은 학송스님의 "아이고 부처님"이란 책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학송스님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오랫동안 교직에 계시다,

60이 넘어 출가하신 분입니다.

 

창원에서 교직 생활을 할 적 일이다. 닷새마다 장이 열리는 상남장터엔

곡물을 파는 윤노파가 터줏대감처럼 분위기를 꽉 잡고 있었다.

이따금 껄쭉한 음담패설도 한두 마디 섞어가며 고객을 곧잘 웃기는지라

밑도 끝도 없이 내뱉는 말도 가히 밉지 않아서 그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 단골이 되었다.

- 중 략-

그런데 어느 날 윤노파는 나를 보자마자 장터 사람 다 들으랍시고 큰소리로

"아이고,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요,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요."

라며 연신 외치는 것이었다. 그 당연한 말씀을 새삼스럽게 왜 그러시나 싶어 내가 가만 있으니 윤노파께서도 더 이상 반복하시지 않고 됫박을 짚으시기에 내가 무슨 사연이 있으신지 조용히 물어 보았다. 그러자 윤노파는 신이 난 듯 됫박을 내려놓고 얘기 보따리를 푸시는데 혼자 듣기 아까운 말씀이었다.

"내가 우리 계꾼들하고 강원도로 놀러 갔는기라, 어느 절인고 구경간다고 다들 버스에서 내리는데 나는 다리가 아파서 절에 못 올라 간다하고 혼자 남았지. 그런데 혼자 있으니까 무슨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이런 산골 절에는 꼭 시주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서라도 올라가서 절에 시주를 해야 할 터인데...' 사실은 내가 다리가 아픈게 아니고 한 쪽 눈이 멀어서 울퉁불퉁한 산길을 못 올라가는기라.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내가 한 쪽 눈이 당달인 줄 모르는기라.

에라 기어서라도 가서 시주를 해야지 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엉금엉금 더듬어서 기어올라가는데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그냥 다리 아파 앉아 있는 양하고 보는 사람이 없으면 또 더듬어서 올라가는데 힘들 때마다 '이런 산골 절에는 꼭 시주를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기라.

그런데 갑자기 물방울이 하나 눈에 똑 떨어지대, 아이고 비가 오나보다 하고-비가 오면 땅이 질어져 기어가기가 힘이 드니까 걱정이 되어서- 하늘을 쳐다보니 맑고 맑데....... 그런데 어어 이상타 눈이 보이는기라. 당달이 눈이 환하게 보이는기라. '아이고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 아이고,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

서둘러 엮어 낸 사연에 가슴이 뭉클해 온다. 한 쪽 눈이 청맹인지라 높낮이에 익숙하지 못해서 굴속이 심한 산길을 더듬어 갈 수밖에 없는 터라 그게 힘겨워서 다리가 아프다고 핑게 댔던 거다. 그 거짓스러움을 떨치고 작은 금액이나마 꼭 시주를 해야겠다는 성스러운 마음을 일으켜 실천하려는 정성이 하늘에 닿아 제석천왕을 울렸나 보다. 관세음보살님의 보살핌이런가. 맑은 대낮에 물방울이 웬일인고!

 

가난한 산골 절에 꼭 보시를 해야겠다는 윤노파의 순박한 무주상 보시의 가피를 이야기 한 글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설화 부처님 이마의 도끼 - 설화 短長中庸 2009.09.03 7437
21 설화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의 설화 短長中庸 2009.10.26 8849
20 설화 서산대사(西山大師)와 사명당(四溟堂)의 도술시합 短長中庸 2010.12.23 11010
19 설화 선광공주(善光公主)이야기 短長中庸 2009.09.03 7976
18 설화 수미산(須彌山)의 세계 file 短長中庸 2009.12.24 9543
17 설화 신통한 법사들 - 밀본의 최사설화 短長中庸 2009.10.27 6462
16 설화 십우도(十牛圖)의 비밀 file 短長中庸 2010.07.15 13575
» 설화 아이고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요 短長中庸 2009.11.11 6982
14 설화 안성 칠장사의 전설 file 短長中庸 2009.10.21 7403
13 설화 약사신앙 file 短長中庸 2009.10.21 7312
12 설화 옛집을 지나는데 전생이 완연하다 file 短長中庸 2009.10.26 7565
11 설화 원효의 깨달음 短長中庸 2009.10.26 7505
10 설화 의상(義湘)과 선묘(善妙)낭자 短長中庸 2009.10.26 7641
9 설화 전남 영암 미륵당 전설 短長中庸 2009.10.27 6612
8 설화 정진스님의 예언 短長中庸 2009.10.27 7425
7 설화 제바달다는 누구인가 短長中庸 2009.10.27 7579
6 설화 조개속에 현신한 관세음보살 file 短長中庸 2009.10.26 7422
5 설화 조사스님들의 이야기(플래쉬모음) 短長中庸 2010.01.26 9631
4 설화 조신(調信)의 꿈 - 조신 설화 短長中庸 2013.11.01 3349
3 설화 청나라 순치 황제의 사연 短長中庸 2011.06.21 1132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