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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의 일이다.
강원도 철원 땅 보개산 기슭에 큰 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먹음직스런 배가 가지가 휘도록 열린 어느 해 여름. 까마귀 한 마리가 이 배나무에 앉아 짝을 찾는 듯 「까악 까악」 울어댔다.

배나무 아래에는 포식을 한 독사 한 마리가 매미 산새소리를 들으며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이때 까마귀가 다른 나무로 날아가려고 나래를 쪽 펴고 바람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주렁주렁 달린 배 한 개가 독사의 머리에 툭 떨어졌다. 느닷없이 날벼락을 맞은 뱀은 화가 날대로 났다. 독기가 오른 뱀은 머리를 하늘로 쑥 뽑아 사력을 다해 독을 뿜어냈다. 독기는 까마귀 살속을 파고들었다. 순간 까마귀는 힘이 쑥 빠지면서 온몸이 굳어짐을 느꼈다.

『내가 일부러 배를 떨군 것이 아닌데 저놈의 뱀이 독기를 뿜어대는 구나.』

까마귀는 더이상 날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면서 죽고 말았다. 뱀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세게 얻어 맞은 데다 독을 다 뿜어 죽어 버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더니 어처구니 없이 까마귀와 뱀이 죽었다.

까마귀와 뱀은 죽어서까지도 원한이 풀리질 않았다.

뱀은 죽어서 우직한 멧되지가 됐고 까마귀는 암꿩으로 변했다.

멧돼지는 먹이를 찾아 이산 저산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알을 품고 있던 암꿩의 모습이 멧돼지 눈에 들어왔다.

『음 전생에 나를 죽게 한 원수놈이로구나. 저놈을 당장 죽여야지.』

멧돼지는 살며시 등성이로 올라가 발밑에 있는 큰 돌을 힘껏 굴렸다.

암꿩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까마귀를 죽인 멧돼지는 속이 후련했다.

이때 사냥꾼이 그곳을 지나다 죽은 꿩을 발견했다. 죽은 지 얼마 안되는 꿩을 주운 사냥꾼은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단걸음에 오막살이 집으로 내려갔다.

『여보, 오늘 내가 횡재를 했소.』

『어머나, 이거 암꿩이잖아요. 어떻게 잡으셨어요?』

『아 글쎄, 골짜기 바위밑을 지나다 보니 이놈이 알을 품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겠수. 그래 돌을 집어 살금살금 다가가서 내리쳤지, 하하.』

내외는 그날 저녁 꿩을 잡아 실컷 먹었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생겼다. 결혼 후 태기가 없던 사냥꾼 아내에게 그달부터 태기가 있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열 달 후 사냥꾼의 아내는 옥동자를 분만했다. 두 내외는 정성을 다해 아들을 키웠다. 이윽고 아들은 씩씩한 소년이 되어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활쏘기를 익혔다. 사냥꾼은 아들이 훌륭한 사냥꾼이 되길 바랐다.

『자 이번엔 네가 쏴 봐라.』

 

『뭔데요, 아버지?』

『저기 저 소나무 아래 꿩말야.』

『꿩요? 난 꿩은 안 쏠래요.』

『아니 왜?』

『왠지 저도 모르겠어요. 전 멧돼지만 잡고 싶어요.』

『거참 이상하구나. 넌 왜 멧돼지 말만 하면 마치 원수처럼 여기는지 모르겠구나.』

『괜히 그래요. 멧돼지는 전부 죽이고 싶으니까요.』

『넌 아직 멧돼지 잡기엔 어리다.』

사냥꾼은 아들의 기개가 신통하다고 여기면서도 넌지시 일렀다.

그로부터 며칠 후, 사냥꾼 부자는 온종일 산을 헤맸으나 한 마리도 못 잡고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아들이 갑자기 외쳤다.

『아버지! 저기 멧돼지가 달려가요.』

『어디?』

사냥꾼은 정신이 번쩍 드는 듯 아들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는 순간 벌써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화살은 멧돼지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멧돼지가 죽은 것을 확인한 아들은 기뻐 날뛰며 소리쳤다.

『음, 저 녀석이 왜 산돼지만 보면 정신없이 구는지 모르겠군.』

아버지는 혼잣말로 뇌이며 아들의 거동을 유심히 살폈다. 아들은 장성할수록 더욱 멧돼지를 증오했다.

세월이 흘러 사냥꾼은 사냥도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세상을 떠났다.

청년기를 지나 중년에 이른 아들은 아버지 뒤를 이어 여전히 사냥을 계속했다.

어느 날 보개산으로 사냥을 나간 아들은 그날따라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이상한 산돼지를 발견했다.

그 산돼지는 우람할 뿐 아니라 온몸에서 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상한 놈이구나. 저놈을 단번에 잡아야지.』

그는 힘껏 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적중했다.

그러나 금멧돼지는 피를 흘리면서도 여유있게 환희봉을 향해 치닫는 것이 아닌가.

그는 멧돼지가 숨어있을 곳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금돼지는 간 곳이 없고 돼지가 숨어있을 만하 자리에는 지장보살 석상이 샘 속에 몸을 담그고 머리만 물 밖으로 내밀고 있었다.

『아니 이건 내가 손 화살이 아냐?』

『지장보살 석상의 어깨엔 그가 쏜 화살이 꽂혀 있었다.』

이 석불이 산돼지로 화신한 것일까.

묘한 광경에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까마귀와 뱀의 인과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처님께서 멧돼지로 화현하여 화살을 맞은 까닭을 알 리가 없었다. 그는 물 속에 잠긴 작은 석상을 꺼내려 안간힘을 썼으나 석상은 보기보다 의외로 무거워 끄덕도 하지 않았다. 날이 어둡자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그 자리를 다시 찾은 그는 또 한번 질겁하며 놀랐다. 어제 분명히 샘 속에 잠겼던 석불이 어느새 물 밖으로 나와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은가.

그는 무릎을 쳤다. 그리고는 석불 앞에 합장을 했다.

『부처님이시여!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키 위해 보이신 뜻을 받을어 곧 출가하여 도를 닦겠습니다.』

그는 곧 출가하여 3백 여 무리를 동원 절을 짓고 석불을 모셨다.

그리고는 숲속에 돌을 쌓고 그 위에 앉아 정진하여 높은 도력을 얻었다.

지금도 강원도 철원 보개산에 가면 신라시대 이순석이란 사냥꾼이 지었다는 절 석대암이 있다. 이 절의 주불 지장보살은 석 자끔의 키에 왼손에는 구슬을 들고 있으며 왼쪽 어깨에는 사냥꾼의 화살이 박혔던 자리라고 하는 한 치 가량의 금이 뚜렷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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