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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碧嚴錄]下



제86칙 운문의 주고삼문(廚庫三門)



[垂示]
垂示云. 把定世界不漏絲毫. 截斷衆流不存涓滴. 開口便錯擬議卽差.
且道作麽生是透關底眼. 試道看.

[수시]
세계를 꽉 움켜쥐어 실오라기만큼의 번뇌도 생기지 못하게 하며,
모든 물줄기[衆流]를 끊어 물 한 방울도 흐르지 못하게 한다.
말을 했다 하면 바로 틀리고 사량분별 했다가는 곧 빗나간다.
말해보라, 무엇이 관문을 꿰뚫는 안목인가를.
말해보리라.

[본칙]擧. 雲門垂語云, 人人盡有光明在. 看時不見暗昏昏. 作生是諸人光明.

自代云, 廚庫三門. 又云, 好事不如無.



거론하다.(擧.)

운문스님이 법어를 내리셨다.

“사람마다 모두가 광명을 가지고 있다.(雲門垂語云, 人人盡有光明在.)
- 새까만 먹통이다.

이를 보려고 하면 보이지 않고 어두컴컴하다.(看時不見暗昏昏.)
- 보려고 하면 눈이 먼다.

어떤 것이 여러분의 광명이겠느냐?"(作生是諸人光明.)
- 산은 산, 물은 물이다.
  칠통 속에서 먹물을 씻는구나.

스스로 대신하여 말하였다.“부엌의 삼문(三門)이다.”(自代云, 廚庫三門.)
- 노파심이 간절하다.
  말을 주절거려 무엇 하겠는가?

또 말하였다.“좋은 일도 없는 것만 못하다.”(又云, 好事不如無.)
- 스스로 겨우 반절은 알았구나.
  그래도 조금 멀었다.

[평창]
운문스님이 방장실에서 법문을 하여 사람을 인도하였다.
그대들의 자신 속에 각기 한 광명이 있어 예나 제나 빛을 드날리니,
지견(知見)과는 완전히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이 광명을 물으면 결코 모른다.
그러니 어둡고 캄캄한 경지가 아니겠느냐?
20년 동안 이처럼 법문하였으나 그의 뜻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향림(香林)스님이 훗날 이를 대신 말씀해주시기를 청하자
운문스님은 “부엌의 삼문(三門)이다”하였고,
또한 “좋은 일도 없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그는 평소에 대신한 말이 한 구절 뿐이었는데,
어떻게 해서 여기에는 두 구절이 있을까?
앞의 한 구절은 그대들을 위하여 간단히 한 가닥 (가느다란 방편의) 길을 터놓고서
그대들이 알도록 한 것이다.
영리한 자라면 이를 듣자마자 눈썹을 치켜세우고 바로 떠날 것이다.
그(운문스님)는 사람들이 여기에 집착할까 두려워하여
“좋은 일도 없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이는 여전히 그대들을 위하여 자취마저도 쓸어준 것이라 하겠다.

요즈음 사람들은 “광명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장 눈을 똑바로 뜨고 “어디가 부엌이며, 어디가 삼문이냐”고 말들 하지만
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그 의도하는 바를 알아차릴지언정
저울 눈금을 잘못 인식하지 말라고 했다. 
이 일은 눈으로 보는 것에도 있지 않고, 또한 경계[境]에도 있지 않다.
모름지기 지견(知見)이 끊기고 득실(得失)을 망각하여,
말끔히 훌훌 벗고 텅텅 비어 말끔한 각자 자신 속에서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운문스님은 “밝은 대낮에는 왕래하기도 하며 사람을 분별하기도 하지만,
홀연히 한밤중이 되어 해와 달과 등불이 없을 때,
전에 가봤던 곳은 그만두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어떤 물건을 집으려 한다면 집을 수 있으까?”라고 말하였으며,
「참동계(參同契)」에서는

   밝음 속에 어둠이 있나니
   어둡다고만 하지 말고
   어둠 속에 밝음이 있나니
   밝다고만 하지 말라. 고 하였다.

만일 명암(明暗)을 모두 끊어버린다면 말해보라, 이는 무엇이겠는가?
그러므로 (「원각경」에서는)
“마음의 꽃이 피어나 시방세계를 비춘다”하였고,
반산(盤山)스님은

   광명은 경계를 비추지 않고
   경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광명과 경계를 함께 잊으면
   이는 어떤 물건일까? 라고 하였으며,

또한 (三平義忠스님의) 다음과 같은 말이 있기도 하다.

   이 견문(見聞)이란 견문 아니니
   그대에게 보여줄 성색(聲色)은 전혀 없다.
   이 속에서 깨친다면 전혀 일이 없으니
   채와 용이 나뉘건 말건 무슨 상관이 있으리요.

 (좋은 일도 없는 것만 못하다는) 끝의 구절을 알고서
(부엌의 삼문이라는) 앞 구절을 맛보아라!
결코 끝 구절에서 살림살이를 하지 않을 것이다.

고인(「유마경」에 나오는 말)은
“안주함 없는 근본으로써 일체법을 세운다”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지혜의 빛을 희롱하거나 알음알이를 놀려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또한 일이 없는 것으로 알아서도 안 된다.

옛사람(「보운경」)의 말에
“차라리 수미산처럼 유견(有見)을 일으킬지언정
겨자씨만큼도 무견(無見)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성문이나 연각들은 흔히 이런 견해에 떨어져 있다.
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다.


[송]自照列孤明. 爲君通一線. 花謝樹無影. 看時誰不見. 見不見. 倒騎牛兮入佛殿.



본래 갖추고 있는 밝음이 홀로 빛나니(自照列孤明.)
- 삼라만상이 서로 손님과 주인이 되어 함께 어울린다.
  코가 깨졌구나. 눈먼 놈아, 무엇 하느냐.

그대 위해 한 가닥 (방편의) 길을 열어놓았노라.(爲君通一線.)
- 어찌 한 가닥 길뿐이겠는가. 열 개의 해가 함께 비춘다.
  한 가닥 길만 열어줘도 되지.

꽃잎은 시들고 나무는 그늘도 없노니(花謝樹無影.)
- 언구를 늘어놓아 언제 (생사윤회를) 끝마칠 기약이 있겠는가?
  어느 곳에서 찾을꼬. 검은 칠통 속에 먹물을 담았구나.

살펴보면 그 누가 보지 못하랴.(看時誰不見.)
- 눈이 멀었군.
  절대로 울타리에 의지하거나 담벼락을 더듬어서 길을 가서는 안 된다.
  두 놈 세 놈 눈이 멀었다.

보아도 보이지 않음이여.(見不見.)
- 돌을 모두 잘라버렸다. 눈이 멀었군.

도리어 소를 타고 불전(佛殿)으로 들어간다.(倒騎牛兮入佛殿.)
- 삼문의 중앙에서 합장한다.
  나에게 화두를 되돌려다오.
  (원오스님은) 치면서 말한다.
  어느 곳으로 가느냐.
  설두스님도 귀신의 굴 속에서 살림살이를 하는구나.
  알겠느냐.
  한밤중에 해가 솟고 정오에 삼경(三更)을 알린다.

[평창]
“본래 갖추고 있는 밝음이 홀로 빛나니”는
사람마다 자기 자신 속에 본래 하나의 광명이 있으나
평소에 활용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운문스님은 그대들에게 이 광명을 여러분 앞에 내보인 것이다.
무엇이 여러분의 광명일까?
“부엌의 삼문”이라 하였다.
이는 운문스님이 오롯이 홀로 밝음을 말한 것이다.
반산(盤山)스님은
  
   마음의 달이 호젓하게 밝아
   광명이 온갖 것을 비추는구나. 라고 하였다.

이것이 곧 진상(眞常)이 홀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 뒤에 여러분에게 가느다란 방편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고도 “부엌의 삼문”이라 한데에 집착할까 염려하였다.
부엌의 삼문은 그만두더라도 아침에 핀 꽃 또한 시들고 나무 또한 그림자가 없으며,
해도 지고 달도 어두우니, 온 하늘과 땅이 캄캄하기만 하다.

여러분은 보았는가.
“살피기만 한다면 누구인들 이를 보지 못하랴.”
말해보라, 누가 보지 못하였는가를.
여기에 이르면 “밝음 속에 어둠이 있으며, 어둠 속에 밝음이 있어",
모두가 앞뒤로 걸어가는 것처럼 스스로 볼 수 있다.
설두스님의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좋은 일도 없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노래한 것이다.
마땅히 이를 보아야 하는데도 보지 못하며,
밝혀야 하는데도 밝히지 못한다.

“도리어 소를 타고 불전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새까만 칠통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반드시 그대 스스로가 소를 타고 불전으로 들어가 보거라.
이 무슨 허튼 소리냐! 


출처 : 나를 찾는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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