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만약 본성을 본다면, 독경(讀經)하고 염불(念佛)할 필요가 없다. 널리 배우고 많이 알아보아야 이익될 것이 없고, 정신과 의식이 더욱 혼미하게 될 뿐이다. 가르침을 베푸는 것은 다만 마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만약 마음을 안다면, 가르침을 살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만약 범부를 빠져나와 성인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곧 업(業)을 쉬고 정신을 수양하면서 분수 따라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만약 자주 성을 내거나 기뻐한다면, 본성을 돌려서 도와 서로 어긋나게 만들 것이다. 스스로 이익을 보려 한다면, 이로울 것이 없다. 성인은 생사 속에서 자재하여, 나타나고 사라지고 숨고 드러남에 정해진 것이 없다. 모든 업이 그를 구속할 수가 없으니, 성인은 삿된 마구니를 부순다. 모든 중생이 본성을 보기만 하면, 남은 습(習)이 문득 소멸하고, 정신과 의식이 어둡지 않아서, 바로 그 자리에서 즉각 알아차린다. 다만 지금 진실로 도를 알아차리고자 한다면, 어떠한 법에도 집착하지 말라. 업을 쉬고 정신을 수양하면, 남은 습도 역시 사라져서, 저절로 명백할 것이니, 힘써 공부할 필요가 없다. 외도(外道)는 부처의 뜻을 알지 못하고, 힘써 공부하는 것을 최고로 삼으니, 성인의 뜻과는 어긋난다. 하루 종일 바쁘게 염불하고 경전을 뒤져 보아야, 정신의 본성에는 어두워 윤회(輪廻)를 면하지 못한다. 부처는 한가한 사람인데, 무엇 때문에 바삐 두루 명성과 이익을 찾겠는가? 나중에 어디에다 쓰겠는가? 본성을 보지 못한 사람은, 경을 읽고, 염불하고, 늘 배움에 열심히 공부하고, 하루 종일 도를 행하고, 늘 배움에 앉아서 눕지 않고, 두루 배우고 많이 듣는 것을 불법(佛法)으로 삼는다. 이러한 중생들은 모두가 불법을 비방하는 사람들이다. 출처 : 무심선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