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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문론 十二門論]

 


1. 인과 연들을 관찰하는 문(觀因緣門) ②
 

이와 같이 안과 바깥의 모든 법은 다 연들에서 생긴다. 연들에서 생기니 자성이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법이 자성이 없다면 타성도 없고, 자성과 타성 양자도 없다. 왜 그러한가? 타성에 의존하기에 자성이 없는 것이다.

 

만약 “타성에 의존해서 (자성이) 있다”고 말한다면 소는 말의 본성에 의존해서 있는 것이고 말은 소의 본성에 의존해서 있는 것이다. 배는 능금의 본성에 의존해서 있는 것이고 능금은 배의 본성에 의존해서 있는 것이다. 여타의 것도 모두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만약 “타성에 의존해서 있지 않고 그저 다른 것에 의존해서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면 이것도 옳지 않다. 왜 그러한가? 만약 부들[蒲]에 의존하기에 자리[席]가 있다면 부들과 자리는 일체가 되어 다른 것이라 이름하지 못한다.

 

만약 부들이 자리에 대해서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면 부들에 의존해서 자리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또 부들 또한 자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부들 또한 연들에서 생겨난 것이기에 자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성이 존재하지 않으니 부들의 본성에 의존해서 자리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리는 부들을 자체로 하지 않아야 한다. 여타의 물단지. 연유 등 바깥의 연들에서 생긴 법들도 모두 이와 같이 얻을 수 없다. 안의 연들에서 생긴 법들도 모두 이와 같이 얻을 수 없다.『칠십론(七十論)』에서 이렇게 말한다.

연법(緣法)은 실제로 생기는 일이 없네. 만약 생기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면 하나의 심(心)에서 생기는가, 여러 심에서 생기는가?

 

이 12연기법(十二因緣法)은 실제로 자기에게서 생기는 일이 없다. 만약 생기는 일이 있다면 하나의 심(心)에서 생기는가, 여러 심(心)에서 생기는가? 만약 하나의 심에서 생긴다면,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함께 생기는 것이다. 또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왜 그러한가? 모든 사물은 원인이 전에 있고 결과가 후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 심(心)에서 생기는 일이 있다면, 12연기의 법들은 각각 독립해 있는 것이다. 앞의 분지가 심과 함께해서 소멸했을 때 뒤의 분지가 무엇을 원인[因緣]으로 삼겠는가? 소멸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어떻게 원인이 될 수 있겠는가?

 

만약 12연기법이 미리 존재한다면 하나의 심이거나 여러 심에서일 것인데, 두 가지 모두 옳지 않다. 그러므로 연들은 모두 공하다. 연들이 공하기 때문에 연들에서 생긴 법도 공하다. 그러므로 모든 유위법들은 다 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위법들이 공한데 하물며 어찌 나(我)가 공하지 않겠는가?

 

5온(蘊)ㆍ12처(處)ㆍ18계(界)의 유위법에 의존해서 나(我)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장작[可然]에 의존해서 불[然]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만약 온ㆍ처ㆍ계가 공하다면 나[我]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장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불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我]에 의존해서 나의 것[我所]이 존재한다. 만약 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유위법이 공하기 때문에 무위인 열반법도 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 그러한가? 이 5온이 소멸했을 때 다시 여타의 5온이 발생하지 않으니 이것을 열반이라고 이름한다. 5온은 본래 자체가 공한 것인데 무엇이 소멸하기에 열반이라 하는가?

 

또 나 또한 공한데 누가 열반을 얻겠는가? 또 발생하지 않는 법[無生法]을 열반이라고 이름한다. 만약 발생하는 법이 성립한다면 발생하지 않는 법도 성립할 것이다. 발생하는 법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를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후에 다시 설명할 것이다.

 

그러므로 발생하는 법은 성립하지 않는다. 발생하는 법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 법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발생하는 법이 성립하지 않는데 발생하지 않는 법이 어떻게 성립하겠는가? 그러므로 유위법ㆍ무위법ㆍ나[我]는 모두 공하다.


출처 : 나를 찾는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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