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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문론 十二門論]

 


2.결과가 있다는 것과 결과가 없다는 것을 관찰하는 문(觀有果無果門) ③
 

“그렇다면 법이 존재한다.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만 여덟 가지 이유 때문에 얻을 수 없다.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또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해서 발생한다면 그렇다면 원인과 원인이 서로 파괴하고 결과와 결과가 서로 파괴한다.

 

왜 그러한가? 마치 명주가 실에 있고 과일이 그릇에 있는 것과 같다. 단지 이 머무는 곳[住處]을 원인이라 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실과 그릇은 명주와 과일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원인이 파괴된다면 결과도 파괴된다. 그러므로 실 등은 명주 등의 원인이 아니다. 원인이 존재하지 않기에 결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원인에 의존하기에 결과가 성립하는 것이다. 원인이 성립하지 않는데 결과가 어떻게 성립하겠는가? 또 만약 만들지 않으면 결과라 하지 않는다. 실 등의 원인은 명주 등의 결과를 만들 수 없다.

 

왜 그러한가? 가령 실 등은 명주 등이 머무는 것이기에 명주 등의 결과를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원인이 존재하지 않고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원인과 결과가 둘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원인 속에 미리 결과가 존재한다는 것이나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구해서는 안 된다.


또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존재하는데 얻을 수 없다면, 상(相)이 현현할 것이다. 마치 냄새를 맡고서 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소리를 듣고서 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웃음 소리를 듣고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연기를 보고서 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고니[鵠]를 보고서 못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와 같이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존재한다면 상이 현현할 것이다. 이제 결과 자체를 얻을 수 없으니 상도 얻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해서 발생한다면 실에 의존해서 명주가 존재하고 부들[蒲]에 의존해서 자리[席]가 존재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만약 원인이 만들지 않는다면 다른 것도 만들지 않는다. 마치 명주는 실이 만든 것이 아닌데 어찌 부들이 만든 것이겠는가?

 

만약 무엇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결과라고 하지 않는다. 만약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원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그러므로 원인 속에 결과가 존재해서 발생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또 만약 결과가 무엇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상주하는 것이다. 열반의 상과 같다. 만약 결과가 상주하는 것이라면 모든 유위법들은 다 상주 하는 것이 된다. 왜 그러한가? 모든 유위법들은 다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법들이 다 상주하는 것이라면 무상한 것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무상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또한 상주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상주하는 것에 의존해서 무상한 것이 존재하고 무상한 것에 의존해서 상주하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상주하는 것과 무상한 것 두 가지 모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해서 발생한다고 말할 수 없다.


또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해서 발생한다면 결과는 다시 다른 결과에 대해서 원인이 된다. 마치 명주가 입는 일[著]에 대해서 원인이 되는 것과 같고, 마치 자리[席]가 가리는 일[障]에 대해서 원인이 되는 것과 같고, 마치 수레가 싣는 일에 대해서 원인이 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른 결과에 대해서 원인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만약 “땅에 냄새가 미리 존재하는데 물로 뿌리지 않는다면 냄새가 피어나지 않듯이 결과도 이와 같아서 만약 여러 연(緣)을 만나지 않는다면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왜 그러한가? 그대가 말한 바와 같이 인식되는 때가 결과이다. 물단지 등의 사물이 결과인 것은 아니다. 왜 그러한가? 인식될 때 짓는 것이다. 물단지 등은 미리 존재하기에 짓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짓는 것을 결과라 한다. 그러므로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해서 발생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또 인식함의 원인[了因]은 단지 현현하게 할 수 있을 뿐이지 사물을 생기게 할 수는 없다. 마치 어둠 속의 물단지를 비추기 위해서 등불을 켤 때 여타의 침상 등의 물건들도 비추듯이, 물단지를 만들기 위해 여러 연이 화합할 때 여타의 침상 등의 물건들을 생기게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인 속에 미리 결과가 존재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만약 원인 속에 미리 결과가 존재해서 발생한다면 지금 만드는 일[今作]과 앞으로 만드는 일[當作]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는 지금 만드는 일과 앞으로 만드는 일의 구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원인 속에 미리 결과가 존재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원인 속에 미리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데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것도 옳지 않다. 왜 그러한가?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 않는데 발생한다면 제2의 머리와 제3의 손이 생길 것이다. 왜 그러한가? 존재하지 않는데 발생하기 때문이다.


출처 : 나를 찾는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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