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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문론 十二門論]

 


2.결과가 있다는 것과 결과가 없다는 것을 관찰하는 문(觀有果無果門) ④
 


물단지 등의 사물에는 여러 연이 있지만 제2의 머리와 제3의 손에는 연들이 없는데, 어떻게 생길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대의 말은 옳지 않다.

 


제2의 머리와 제3의 손, 그리고 물단지 등의 결과는 원인 속에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진흙덩어리 속에 물단지가 있지 않고 돌 속에도 물단지가 있지 않은 것과 같다. 무엇 때문에 진흙덩어리를 물단지의 원인이라 하고 돌 등을 물단지의 원인이라 하지 않는가? 무엇 때문에 우유를 타락의 원인이라 하고 실을 명주의 원인이라 하면서 부들을 원인이라 하지 않는가?

또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데 결과가 발생한다면, 하나하나의 사물이 모든 사물들을 생기게 할 것이다. 마치 손가락 끝이 수레ㆍ말ㆍ마실 것ㆍ먹을 것 등을 만들어 내듯이 그렇듯이 실은 명주만을 내지 않고 수레ㆍ말ㆍ마실 것ㆍ먹을 것 등의 사물을 낼 것이다. 왜 그러한가?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 않는데도 발생한다면, 왜 실은 명주만을 만들어 내고 수레ㆍ말ㆍ마실 것ㆍ먹을 것 등의 사물은 만들어 내진 않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 않는데 결과가 발생한다면 모든 원인들은 각각 힘이 있어서 결과를 생기게 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기름이 필요한 자는 반드시 삼[麻]에서 (기름을) 얻지 모래에서 짜내지 않는 것과 같다. 만약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면 왜 삼에서 구하지 모래에서 짜내지 않는가?

 

만약 “이전에 삼에서 기름이 나오는 것을 보았지 모래에서 (기름이) 나오는 것을 보지 않았기에 그래서 삼에서 구하지 모래에서 짜내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왜 그러한가? 만약 발생의 상이 성립한다면 “다른 때에 삼에서 기름이 나오는 것을 보았지 모래에서 나오는 것을 보지 않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삼에서 구하는 것이지 모래에서 얻는 것이 아니다. 모든 법은 발생의 상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때에 삼에서 기름이 나온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삼에서 구하는 것이지 모래에서 얻는 것이 아니다.


또 내가 이제 한 사물을 파괴할 때 모두가 모든 원인과 결과를 완전히 파괴하게 된다.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면서 발생하는 것,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 않고서 발생하는 것, 결과가 미리 존재하기도 하고 결과가 존재하지 않기도 하면서 발생하는 것 세 가지 발생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대가 “다른 때에 삼에서 기름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 말한다면 모든 원인의 상들은 성립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원인들이 존재하지 않는데 법이 무엇을 만들 수 있겠으며 무엇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만들지 않고 성취하지 않는데 어떻게 원인이라 하겠는가?

 

이와 같이 만드는 사람에게는 만드는 대상이 존재할 수 없고 또한 만들게 하는 자에게도 만드는 대상이 존재할 수 없다.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한다면 만드는 일[作]ㆍ만드는 사람[作者]ㆍ만드는 대상[作法]의 구별이 없을 것이다. 왜 그러한가? 만약 결과가 미리 존재한다면 어떻게 다시 만드는 일을 필요로 하겠는가?

 

그러므로 그대가 “만드는 일ㆍ만드는 사람ㆍ만드는 대상의 모든 원인들을 다 얻을 수 없기에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이것도 옳지 않다. 왜 그러한가? 만약 어떤 사람이 만드는 일과 만드는 사람이 구별된다는 것,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마땅히 이런 비판을 하겠지만 나는 만드는 일과 만드는 사람, 원인과 결과가 모두 공하다고 말하였다.

 

만약 그대가 “만드는 일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원인과 결과를 타파해서 '나'와 법을 성립시키니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원인 속에 미리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데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옳지 않다.

 

또 만약 어떤 사람이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런 비판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이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한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약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기도 하고 결과가 존재하지 않기도 하면서 결과가 발생한다”고 말한다면 이것도 옳지 않다. 왜 그러한가? 존재함[有性]과 존재하지 않음[無性]은 상반되기 때문이다. 본성이 상반되는데 어떻게 처소를 같이하겠는가?

 

마치 밝음과 어둠, 괴로움과 즐거움, 감과 머묾, 계박과 해탈이 처소를 같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면서 (동시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 않으면서 두 가지 모두는 발생하지 않는다.


또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는 것과 결과가 미리 존재하지 않는 것을 위의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에서 이미 타파한 바 있다. 그러므로 원인 속에 결과가 미리 존재하면서도 발생하지 않고, 결과가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발생하지 않고, 존재함과 동시에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치가 이것에 달하면 모든 처소에서 구해 보아도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끝내 발생하지 않는다. 끝내 발생하지 않으니 모든 유위법들은 다 공하다. 왜 그러한가? 모든 유위법들은 다 원인이고 결과이다. 유위법이 공하기에 무위법도 또한 공하다. 유위법과 무위법이 공한데 하물며 어찌 나[我]가 공하지 않겠는가?


출처 : 나를 찾는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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