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문론 十二門論]
5. 상이 있는 것과 상이 없는 것을 관찰하는 문(觀有相無相門)
또 모든 법은 공하다. 왜 그러한가?
상(相)이 있는 것에서 상은 상을 띠지 않네. 상이 없는 것에서도 상은 상을 띠지 않네. 그 상이 있는 것과 상이 없는 것을 떠나서 상이 어떻게 상을 띠겠는가?
그러므로 상이 있는 사물에서 상이 상을 띠는 일은 없다.
상이 없는 사물에서도 상이 상을 띠는 일은 없다. 어떤 법이 상이 없는 것이기에 상이 있는 것으로써 상을 띠겠는가? 가령 코끼리에는 두 개의 어금니가 있고 한 개의 코가 늘어져 있고 머리에 세 개의 돌기가 있고 귀는 삼태기[箕]와 같고 등뼈는 굽은 활과 같고 배는 크고 축 늘어져 있으며 꼬리끝에 털이 나 있고 네 다리는 투박하고 둥글다. 이것을 코끼리의 상이라고 한다. 이 상들을 떠나서 다시 코끼리가 상으로써 상을 띠는 일은 없다. 가령 말은 쫑긋 솟은 귀를 갖고 있고 갈기가 축 늘어져 있고 네 다리에는 같은 발굽이 있고 꼬리 전체에 털이 나 있다. 이 상들을 떠나서 다시 말이 상으로써 상을 띠는 일은 없다. 이와 같이 상이 있는 것에서 상이 상을 띠는 일은 없다. 상이 있는 것과 상이 없는 것을 떠나서 제3의 법이 상으로써 상을 띠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상이 상을 띠는 일은 없다. 상이 상을 띠는 일이 없기에 상을 띠게 하는 법[可相法]도 성립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상이 있기 때문에 이 사물이 상을 띠게 하는 것[可相]이라는 것을 안다. 이 이유 때문에 상과 상을 띠게 하는 것은 모두 공하다. 상과 상을 띠게 하는 것이 공하기 때문에 모든 사물들이 또한 공하다. 왜 그러한가? 상과 상을 띠게 하는 것을 떠나서 다시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물 아닌 것[非物]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물이 소멸한 것이기에 사물 아닌 것[無物]이라 한다. 만약 사물이 아니라면 무엇이 소멸하겠는가? 그래서 사물 아닌 것이라 한다. 사물과 사물 아닌 것이 공하기에 모든 유위법들이 다 공하다. 유위법들이 공하기에 무위법들도 공하다. 유위법과 무위법이 공하기에 나[我]도 공하다.
출처 : 나를 찾는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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