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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문론 十二門論]

 


8. 자성을 관찰하는 문(觀性門)

또 모든 법은 공하다. 왜 그러한가? 모든 법은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한다.

변이가 있는 것이 보이니 법에는 자성이 없네.
자성이 없는 법도 존재하지 않네. 법은 모두 공하기 때문이네.

만약 법에 자성이 있다면 변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법이 다 변이하는 것이 보인다. 그러므로 법에는 자성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만약 법에 확정된 자성[定性]이 있다면 여러 연에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자성이 연에서 발생한다면 자성은 만들어진 법[作法]이다. 만들어지지 않은 법[不作法]은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기에 자성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공하다.

만약 모든 법이 공하다면 발생이 없고 소멸이 없을 것이다. 만약 발생이 없고 소멸이 없다면 고제(苦諦)가 없을 것이다. 만약 고제가 없다면 집제가 없을 것이다. 만약 고제와 집제가 없다면 멸제가 없을 것이다. 만약 고(苦)의 소멸이 없다면 고를 소멸시키는 도(道)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모든 법이 공해서 자성이 없다면 4성제(聖諦)가 없을 것이다. 4성제가 없기 때문에 4사문과(沙門果)도 없다. 4사문과가 없기 때문에 현성(賢聖)이 없다. 이것이 없기 때문에 불(佛)ㆍ법(法)ㆍ승(僧)도 없고 세간의 법들도 모두 없다. 이것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절대로 공하지 않다.

2제(諦)가 있다. 하나는 세제(世諦)이고 하나는 제일의제(第一義諦)이다. 세제에 의존하기에 제일의제를 말할 수 있다. 만약 세제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제일의제를 말할 수 없다. 만약 제일의제를 얻지 못한다면 열반을 얻지 못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2제(諦)를 알지 못한다면 자기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과 자타의 이익을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이 만약 세제를 안다면 제일의제를 알고, 제일의제를 안다면 세제를 안다. 그대가 이제 세제를 말하는 것을 듣고서 “이것은 제일의제이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과실에 떨어진다. 모든 부처님들의 연기[因緣]의 법을 깊고 깊은 제일의(第一義)라고 한다. 이 연기의 법은 자성이 없기 때문에 “나[我]는 공하다”고 말한다.
만약 법이 여러 연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면 각각 확정된 자성의 5온(蘊)이 있는 것이니 발생과 소멸의 5온이 있지 않을 것이다. 발생하지 않고 소멸하지 않는다면 무상성이 없다. 만약 무상성이 없다면 고성제가 없다. 만약 고성제가 없다면 여러 연에서 발생하는 법인 집성제가 없다.
만약 법에 확정된 자성이 있다면 고(苦)가 소멸하는 성제(聖諦)가 없다. 왜 그러한가? 자성은 변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고(苦)가 소멸하는 성제가 없다면 고를 소멸시키는 도(道)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공성[空]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4성제가 없다.
만약 4성제가 없다면 4성제를 얻는 일도 없다. 만약 4성제를 얻는 일이 없다면 고(苦)를 아는 일, 집(集)을 끊는 일, 멸(滅)을 증득하는 일, 도(道)를 수습(修習)하는 일이 없다. 이것들이 없기 때문에 4사문과(沙門果)가 없다. 4사문과가 없기 때문에 향(向)이 없기 때문에 승(僧)이 없다.
만약 불과 법과 승이 없다면 3보(寶)가 없는 것이다. 만약 3보가 없다면 세속의 법을 파괴한다. 이것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공하다.

또 만약 모든 법에 확정된 자성[定性]이 있다면 발생이 없고 소멸이 없으 며 죄가 없고 복이 없으며 죄와 복의 과보가 없어서, 세간은 항상 동일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자성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법들은 자성이 없지만 타성에 의해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이것도 옳지 않다. 왜 그러한가? 만약 자성이 없다면 어떻게 타성에 의해 존재하겠는가? 자성에 의존하기에 타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타성은 그대로 자성이기도 하다. 왜 그러한가? 타성은 타자의 자성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자성도 성립하지 않는다. 자성과 타성을 떠나서 어디에 다시 법이 존재하겠는가? 만약 유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무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 궁구해 보아도 자성이 없고 타성이 없다. 유가 없고 무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유위법은 공하다. 유위법이 공하기에 무위법도 공하다. 유위법과 무위법이 공한데 하물며 어찌 나(我)가 공하지 않겠는가?


출처 : 나를 찾는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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