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지혜로운삶]
딸아이의 유리 공포증
정신과 치료부터 시작 근본적 치료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 돌아보고 아이·남편에 참회해야
딸이 몇 년 전 집에서 갑자기 유리가 깨져 놀란 뒤로 유리 공포증이 심합니다. 길을 가다가도 유리만 보면 놀라고 물건을 만질 때도 유리 파편이 있을까봐 휴지를 대고 만집니다. 거기다 아빠하고 잘 안 맞아서 자꾸 집에서 내보내달라고 하는데 막상 방을 얻어 내보내고 나면 며칠 못가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남편은 독선적이고 자기 생각이 강한 사람이라서 이런 아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받으라고 하는데 본인은 약도 먹으려고 하지 않고 그렇다고 강제로 입원시킬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딸아이는 항상 모든 원망을 저한테 돌립니다.
이미 병이 깊었기 때문에 우선 응급처치가 필요하니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야 됩니다. 어떻게 설득을 해서든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게 시급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응급처치고 근본적으로 치유하려면 엄마가 기도를 해야 합니다. 응급치료만으로는 언제든 다시 발병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응급치료와 근본치료 두 가지가 다 같이 필요합니다.
이건 단순히 유리가 깨져서 생긴 병이 아닙니다. 언제 발병해도 발병할 심성을 갖고 있었는데 유리가 깨진 사고를 계기로 나타났을 뿐입니다. 연애 실패를 계기로 발병할 수도 있고, 교통사고를 계기로 발병할 수도 있고, 마음속에 취약한 바탕이 있고 병의 씨앗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그 사건을 계기로 해서 발병이 된 겁니다.
근본적으로는 엄마인 질문자 본인에게 이런 정서적 불안이 있었을 겁니다.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세요. 지금 딸이 일으키는 불안 심리의 근원은 질문자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나 아이가 어렸을 때 가졌던 불안과 갈등, 그러니까 남편에 대한 미움, 남편에 대한 불신, 이런 마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남편이 완고하다, 독선적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다 남편을 탓하고 원망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정말 딸을 위한다면 먼저 남편을 미워했던 것에 대해 깊이 참회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이 생기고 지금 이 일이 내 어리석음으로 인해 생겨난 것인 줄을 알게 되면, 딸이 어떤 행동을 해도 ‘쟤가 도대체 왜 저러나’하며 거부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고 그런 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딸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행동에 즉각적으로 부딪쳐 반응을 하면 아이도 흥분을 해서 더 격한 행동을 보이지만 딸의 상처를 이해하고 포용하면 병증이 차차 수그러듭니다.
아이가 엄마를 원망할 때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다고 그러느냐’고 반발하지 마세요. 아이는 지금 환자입니다. 눈으로 보기에 육신이 멀쩡해서 환자라고 보이지 않으니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 아이가 사실은 심각한 환자 상태인 줄을 알아야 합니다. 암에 걸려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면 답답하다든지 돈이 아깝다든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부모로 인해 생긴 상처가 다 치유되어야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대부분 부모들이 그 과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 맡겨버리든지 남한테 맡겨서 해결하려고 하는데, 제가 병원에 데리고 가라는 것은 응급치료 때문이지 거기서 근본치료를 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내가 지은 과보니까 아이의 어떤 병증도 내가 감당하고 안아내야 합니다. 아무리 짧게 해도 3년 이상 기도하며 모든 상황을 받아내야 합니다.
내 카르마, 잘못 살아온 인생을 환골탈태 하는 변화가 있어야만 아이가 좋아집니다. 내 성질을 그대로 움켜쥔 채로는 3년이 아니라 10년, 20년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됩니다. 남편 탓하지 말고, 아이 탓하지 말고, 밖을 찾아 더 이상 해매지 말고 자기를 변화시키세요. 과거에 정말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남편과 아이의 마음을 다 수용해야 됩니다. 만약 딸과 남편이 서로 다른 것을 요구하면 이것은 이것대로 저것은 저것대로 받아줘야 합니다. 그 두 가지가 대립돼서 동시에 수용할 수 없으면 받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를 하세요. 그렇게 자기가 죽어야만 아이가 변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몹시 급한 형편이니까 이런 근본치료에 앞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우선입니다. 응급실 가서 치료받듯 정신과에 가서 상담하고 약물치료도 하는 게 좋겠습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퍼온곳 : 나를 찾는 불공(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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