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지혜로운삶] 점이나 사주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
세상사 관점 따라 달리 보여 인생은 운명대로 안 움직여 100% 미래예측은 불가능해 노력 하되 결과는 인연일 뿐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작년에 건강 문제로 갑자기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어머니가 점을 봤더니 제가 그때쯤에 시험을 포기할 거라고 했다는 겁니다.
저는 지금껏 점 같은 데 의지하는 사람들이 한심스럽고 열심히 사는 만큼 보상이 따르는 게 인생이라고 믿었는데, 삶의 신조가 흔들리고 한 방 먹은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앞길이 답답하다 보니 저도 거기서 점을 보게 됐습니다. 제 사주가 공무원에 잘 맞고 꼭 합격할 거라고 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사주팔자나 운명이 정말 있나 하는 싶고 혼란스럽습니다. 세상일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고,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다릅니다. 눈 먼 사람이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면 코끼리는 기둥같이 생겼다고 하고, 꼬리만 만져보면 빗자루 같이 생겼다고 하고, 코만 만져보면 뱀처럼 생겼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이 부분적으로는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인류가 오랫동안 믿고 의지하고 전해 내려온 풍습이나 이념이 있다면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존재할 수가 없겠죠.
그 사람이 오늘로 담배를 끊을 수도 있고, 내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져서 하루 정도는 안 피울 수도 있으니까요. 삶에는 가변성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미래는 100%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정해진 운명대로만 인생이 움직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질문자가 기독교 신자라면, 모든 게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니 매사가 그 분의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걸 믿어야하겠죠. 내가 할 일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뿐이고 시험에 붙고 안 붙고는 하느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붙는 게 좋은 일이면 붙게 해줄 거고 떨어지는 게 좋은 일이면 떨어지게 해줄 겁니다. 그래서 ‘주여! 뜻대로 하옵소서!’ 라고 기도하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 시험에 붙는 게 나와 세상에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니까요. 같은 이치를 불교적으로는 ‘다만 인연을 따른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믿음의 문제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논할 게 아니라 다만 그 믿음이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늘을 믿든 나무를 믿든 돌멩이를 믿든, 믿음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믿음의 내용은 진위를 따질 수도 없고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믿음은 믿는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퍼온곳 : 나를 찾는 불공(네이버 카페) |
2013.08.16 16:34
[지혜로운삶] 즉문즉설 278 - 점이나 사주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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