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지혜로운 삶]
싫은 말 듣기가 힘들어요
좋은 소리만 듣고 싶은 것도 인간의 이기심
어릴 때부터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을 미리 알아서 해드리고 항상 칭찬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결혼 후 알아서 해주니까 신랑도 좋아하고요. 남들에게 싫은 소리나 행동을 안 하고 살아서인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듣게 되면 굉장히 힘이 듭니다.
그런데 이것도 돈을 추구하는 사람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과 똑같이 그냥 인간의 이기심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돈을 추구하는데 돈이 안 벌려서 고생인 사람이나 권력을 추구하는데 출세가 안 되서 괴로운 사람이나 칭찬을 듣고 싶은데 가끔 듣는 비난의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질문자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비난 듣는 것을 지금부터 연습해야 합니다. 본인도 질문에서 말했듯이 그 사람은 그 사람 입장에서 말하는 거지 나를 비난하려고 날 괴롭히려고 그러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 사람은 그렇게 느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란 말입니다. 비난을 듣기 싫어하는 것은 질문하신 분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건 모든 사람이 다 그래요. 비난을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단 말입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쁠 때 ‘뭐라고?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하고 반응한다면 내가 경계에 끄달린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얘기를 듣고 내가 기분 나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나의 업식으로부터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그때 그 자리에서 금방 ‘이건 내 업식’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면 그걸로 끝나버려요. 그런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하신 분은 기분 나쁨이 일어나는 즉시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게 아니라 ‘어떻게 네가 나를 욕할 수 있어’ 하며 이걸 움켜쥐고 꼭꼭 누르고 있으니 소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알아차림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데 있는 거예요. 그 사람이 나를 비난할 때 내가 싫은 마음이 일어나는 걸 즉시 알아차리고, ‘이것은 그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업식,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가 항상 좋은 말을 듣고 싶다는 내 업식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일 뿐이다’라고 알아차리면 그냥 ‘아, 내 업식이 이런 거구나, 내가 여기에 너무 집착돼 있구나’하고 끝낼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욕먹어도 괜찮아져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굉장히 고치기 힘든 일이지만 ‘아, 내가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여기에 반응을 해서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내 업식은 여기에 좀 집착돼 있구나’하고 그냥 알아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에요. 이걸 없애겠다든지 그 사람보고 욕하지 말라고 해야겠다든지 하기 때문에 힘들지요. 그 사람보고 욕하지 말라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인데 그가 내 말 듣고 쉽게 고치겠어요? 안 되지요. 그가 어떻게 해도 내가 끄떡없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랜 습관이 돼 있기 때문에 저절로 일어나는 마음을 즉시 통제할 수는 없지요. 다만 ‘내 업식이 또 일어나는구나. 또 칭찬 듣고 싶은 내 마음이 여기에 반응하는구나’라며 알아차리고 놓아버리고, 알아차리고 놓아버리기를 반복하다보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덤덤해집니다.
좀 센 비난을 몇 번 들으면 소소한 것은 없어져버려요. 108배 못하는 사람이 마음먹고 천배 해버리면 108배를 쉽게 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비난이나 싫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일어나는 마음 알아차리기’를 놓치지 않고 연습하세요. 1002호 [2009년 06월 15일 11:07] 퍼온곳 : 나를 찾는 불공(네이버 카페) |
2013.05.26 14:15
[지혜로운삶] 즉문즉설 139 - 싫은 말 듣기가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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