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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타는 어진 여인이다.
만나는 것은 반드시 헤어지고 만다는 사실 앞에 무릎 꿇어 복종하며 헤어짐이 반드시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 하지도 않음을 알아 때로는 하늘에 흘러 가는 구름을 벗삼아 시를 생각하고 때로는 시장통의 늙은 거렁뱅이를 부축하여 시를 생각한다.
그 시들은 모두 양변을 떠나 마음의 길을 가는 나그네를 노래하고, 언설의 유희를 희롱하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이 들어 있다.
어느 9월 산 기숡에 머물다 내려온 한 줌의 바람에 밀려 초가을의 눈 섶을 닮은 화장을 하고 덜컹이는 기차에 몸을 싣고 시장에 사는 흰 머리를 한 유마라는 장사꾼을 찾았다.

유마는 아직 익지 않은 열매를 향하여 모든 정열을 불태우고 있는 나뭇잎의 언어를 들으며 마당에 있는 감나무 아래에 앉아 수자타가 기차로 달려 온 만큼이나 긴 마음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기차는 아직 이르지 않은 다음 역을 재촉하지 않는다.그냥 달릴 뿐이다. 유마의 마음도 아직 이르지 않은 미래의 마음을 기다린다거나 재촉한다거나 함 없이 두 번 다시 밟을 수 없는 마음의 이 길을 단 한 호흡을 벗삼아 가고 있었을 것이다. 마침 그 벗이 적당히 와 주었을 때 유마는 수자타에게 물었다.

유 마:수자타야,네가 부처님을 믿느냐?

수자타: 예,유마님, 저는 부처님을 믿습니다.

유 마: 네가 무엇으로 부처님을 믿느냐?

수자타: 제가 이 뜻과 말과 몸으로 부처님을 믿습니다.

유 마: 네 뜻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하였으니 그 뜻은 어떠하냐?

수자타: 제가 뜻으로 믿는 다 함은 처음과 중간과 나중의 뜻이 한결 같이 부처님을 생각하고 생각하여서는 물러서지 아니 하므로 제가 감히 뜻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하였습니다.

유 마: 네가 말로서 부처님을 믿는다 하였으니 그 말은 어떠하냐?

수자타: 제가 말로써 부처님을 믿는다 함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되 처음과 중간과 나중의 말이 한결 같이 줄어 들지 않고 면면히 이어지므로 제가 감히 말로써 부처님을 믿는다 하였습니다.

유 마: 네가 몸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하였으니 그 몸은 어떠하냐?

수자타: 제가 몸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함은 이미 얻은 뜻과 말로써 몸을 조복 시키어 행주좌와(行住座臥)에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한결 같이 흐트러짐 없이 의젓하므로 제가 감히 몸으로써 부처님을 믿는다 하였습니다.

유 마: 좋구나 수자타야,참으로 듣기가 좋구나.

수자타야, 그러면 너는 뜻으로 부처님을 생각 할 때에 부처님의 무엇을 생각 하길래 부처님을 생각하여 물러서지 않는다 하는가? 부처님의 복전을 생각함인가? 부처님의 신통을 생각 하는가? 부처님의 제도하심을 생각하는가 부처님의 32상 80 종호의 빛나는 모습을 생각함인가? 부처님의 청정한 수행을 생각 하는가? 부처님의 음성을 생각하는가? 너는 부처님의 무엇을 가지고 부처님을 생각 한다 하는가?

수자타: 저는 부처님을 생각 할 때에 부처님의 복전을 생각 하지 아니 하고,부처님의 신통을 생각 하지도 아니 하고,부처님의 제도하심을 생각 하지도 아니 하고,부처님의 32상 80종호의 빛나는 모습을 생각 하지도 아니 하고,부처님의 청정한 수행을 생각 하지도 아니 하고, 부처님의 음성도 생각 하지 아니 하고 오직 부처님 도솔천에서 왕림 하실 때의 상서로운 모습과 부처님께서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 나심과 부처님께서 왕궁을 떠나 출가 하심과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 하심과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다섯 비구를 상대로 위 없는 설법을 굴리심과 부처님께서 80수에 구시나가르 사라쌍수 아래에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게 하시고 오른 팔을 베고 누워 열반에 드신 것 등을 차례로 생각하여 각각의 때에 알맞게 법을 펴신 것을 생각 합니다.

유 마: 그러면 너는 말로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를 때에 어떻게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기에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한결 같아 줄어 들지 않고 면면히 이어 진다 하느냐?

수자타: 저는 부처님의 명호를 부를 때에 처음 들어간 숨과 중간에 들어간 숨과 나중에 들어 간 숨을 분별하지 않고,이와 같이 처음 발심과 중간 발심과 나중 발심을 분별하지 않고 이와 같이 처음 소리와 중간 소리와 나중 소리를 분별하지 않고 이와 같이 처음 들음과 중간 들음과 나중 들음을 분별하지 않고 이와 같이 처음 부처님과 중간 부처님과 나중 부처님을 분별하지 않고 부처님 명호를 부릅니다.

유 마: 그러면 너는 몸으로 부처님을 믿을 때에 어떻게 하기에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한결 같이 의젓하여 흐트러짐이 없다 하는가?

수자타: 저는 몸을 굽히거나 세우거나 걷거나 앉거나 눕는 그릇 위에 탐욕의 나무들을 모아 성냄의 불을 지펴서 우치의 쌀을 넣어 보시의 밥을 만들어 계율의 바리떼에 담아 인욕의 예법으로 선정의 즐거움을 모시고 정진의 부지런한 자세로 지혜자께 공양 드립니다.이러한 공양은 스스로 흐트러 지지 않고 남이 와서 흐트러지게도 못하니 감히 말하여 의젓하고 흐트러 짐이 없다 한 것입니다.

유 마: 좋구나 수자타야, 참으로 듣기 좋구나.
수자타야, 너는 부처님을 잘 믿는다.

수자타:유마님,유마님은 부처님을 믿습니까?

유 마:그렇다,나도 부처님을 믿는다.

수자타:유마님은 무엇으로 부처님을 믿습니까?

유 마: 나도 이 뜻과 말과 몸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수자타: 유마님이 뜻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하셨으니 그 뜻이 어떠합니까?

유 마: 내 뜻으로 부처님을 믿는 다 함은 처음과 중간과 나중의 뜻이 주인 없는 소가 길 없는 길을 가며 처음도 취하지 아니 하고 중간도 취하지 아니 하고 나중도 취하지 않는 뜻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수자타: 무엇이 주인 없는 소가 길 없는 길을 감인가요?

유 마: 불생불멸(不生不滅)이 그것이다.

수자타: 무엇이 처음을 취하지 않음인가요?

유 마: 불상불단(不常不斷 )이 그것이다.

수자타:무엇이 중간을 취하지 않음인가요?

유 마: 불일불이(不一不異)가 그것이다.

수자타: 무엇이 나중을 취하지 않음인가요?

유 마: 불래불출(不來不出)이 그것이다.

수자타: 각각의 뜻을 말해 주십시오.

유 마: 불생(不生)은 모든 생이 스스로 생겼다고 하든 남이 생기게 했다고 하든 스스로와 남이 같이 생기게 했다고 하든 그것들에는 생 함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아 생으로 부터 오는 모든 논리적 괴로움에서 벗어 나기를 마치 바람이 그물에서 벗어 나듯이 벗어 난다.

왜 그런가? 스스로 생 한다 함은 마치 손가락이 스스로 손가락을 가리킨 다 함과 같으니 그 주장이 결코 사실과 맞지 않은 것이고, 남으로부터 생 한다 함은 감나무에 생긴 감 열매가 다른 데서 날아와 생겼다고 함이니 그 주장이 사실과 맞지 않고,자타를 겸하여 공동작업으로 생 한 다 함은 앞의 둘의 부조리를 겸하였으므로 더 볼 것도 없이 사실과 맞지 않다.

이것은 마치 주인 없는 소를 보고 자기가 그 주인이다 하면서 길 없는 길에 이것이 태초의 길이다 하여 잡아 끄는 것과 같아 흉한 상이라 한다.그러므로 태초이든 중간이든 나중이든 생은 없으며 생이 없으므로 불생인 것이다. 어떤 이는 有에서 生한다 하고 어떤 이는 無에서 生한다 하고 가지가지 生의 모양을 들어 生함이 있다고 주장 하지만 어리석은 이의 계교일 뿐,처음과 중간 과 나중을 통틀어 생함은 없다.

不滅은 만일 生하는 것이 아니라면 멸하여 없어 지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는 주장에 대하여 버럭 소리를 질러 움츠리게 하는 것이니 바로 불생이므로 불멸인 것이다. 태어나지 않은 것은 늙음도 병듦도 죽음도 없으므로 불멸인 것이다.만일 멸함이 있다면 아이가 어른이 됨에는 아이가 멸하여서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아이는 없지 않으냐? 인연 따라 일어 나고 인연 따라 소멸 하는 이 과정을 보고 생멸을 주장 한다면 수원역을 보고 서울역이라 하는 격이니 틀림없이 잘 못 내려 가는 곳을 그르치고 말 것이다.

수자타야. 이 생멸의 모양은 잠 든 이의 꿈과 같으니 진실 한 듯 하지만 깨고 나면 없는 것을 가지고 꿈이 생 하였다고 하고 꿈이 멸하였다고 하는 것이며,수자타야,이 생멸의 모양은 병자의 헛 것과 같으니,몸이 허약하여 헛것을 봤다가 말았다가 하는 가운데 저것이 보였다 말았다 한다고 하지만 진실로는 보이는 것이다 안 보이는 것이다 할 것이 없으며,

수자타야,이 생멸하는 모양은 물방개가 집으로 삼는 물거품 같은 것이니 물거품은 진실로는 물도 아니요 거품도 아니요 단단한 것도 아니요 물렁한 것도 아니며,

수자타야,이 생멸하는 모양은 그림자 같으니 인연에 따라 생한 것이 인연 따라 없어지는 것일 뿐 실체가 아니며,수자타야,이 생멸하는 모양은 이슬과 같으니 잠시 이루어 진 것이긴 하나 속히 없어 지는 것 가운데에는 진실한 집을 지을 재료는 없으며,수자타야,이 생멸하는 모양은 밤 하늘의 번개와 같으니 번쩍일 때에는 생이라 하다가 캄캄 할 때에는 멸이라 하는 것에는 의지할 만한 진실한 것이 없다.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은 불생불멸이다.

불상(不常)은 모든 영원한 소망의 창살을 부수는 날선 검과 같은 것이다.그러므로 영생복락이라는 이루어 질 수 없는 불륜의 사랑에서 오는 모든 사변적 괴로움에서 벗어 나기를 마치 나그네가 남의 집을 홀연히 떠나 듯이 가볍게 벗어난다.

영원한 것이 있다면 태초가 그대로 영원하여야 하고 만일 중간이 영원 하다면 중세가 아직 그대로라야 하며,만일 나중이 영원하다면 처음과 중간이 없어야 한다.그렇다고 한다면 한번 태어나면 소년이 되어서는 안되고 한번 소년이 되어서는 어른이 되어서는 안되고 한번 병들면 나아서도 안되고 한번 죽으면 (천국이고 뭐고) 다시 태어나서는 안 된다.이는 이치에 어긋나는 주장이다.

불단(不斷)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면 순간 뿐이라고 하는 소견을 묶는 포승줄이니,순간 뿐이라면 어느 순간을 들어 진정한 순간이라 하여야 하느냐?태어 날 때의 순간이냐 한 살 때의 순간이냐 열살 때의 순간이냐 아니면 죽을 때의 순간이냐? 만일 태어날 때의 순간이 진정한 것이 라면 한 살 때와 열살 때와 죽을 때의 순간들은 없어야 하는데 네가 보라 과연 그 순간들이 네게 없는지. 그러므로 불멸이니 이는 날은 저물고 비는 내리는데 끊어진 다리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괴로움에서 마치 날샌 장사가 징검다리 건너듯이 훌쩍 벗어 나는 것이다.

불일(不一)은 모든 것이 알고 보니 하나로서 너도 나도 땅도 하늘도 다 하나라는 노랫 말을 하여 대는 어린아이의 입을 다물게 하는 위엄이다.만일 모든 것이 다 하나라면 손이 머리여야 하고 다리가 손 이여야 하는데 네가 손으로 생각 하게 하고 다리로 등을 긁겠느냐?그러므로 不一이니 이는 범아일여(凡我一如)로부터 고용된 고요함에서 오는 뒤죽박죽의 괴로움을 벗어나기를 마치 어른이 아이가 지키는 감옥을 벗어 나는 것처럼 깨끗하게 벗어 나게 하는 것이다.

불이(不異)는 하나가 아니라면 모든 것은 다 다른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에 대한 것인데,만일 모든 것이 다 다르다면 죄를 짓고 그 과보를 받아도 짓는 이와 받는 이가 다르다 함이니 그렇다면 왜 범죄한 사람을 잡아다가 감옥에 살게 하느냐? 왜 도둑질한 손을 잘라서 몸이 구원을 받지 못하느냐? 그러므로 不異 이니 이는 짓고 받는 것이 다르다는 논변의 괴로움에서 마치 봄이 겨울을 빗대어 마른 나무 가지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이 활짝 피어 모든 헐벗은 논변들을 벗어 버린다.

不來는 과거가 흘러가서 현재가 되었듯이 그렇다면 현재가 흘러가서 미래가 오는 것이라고 하는 시간의 유희에서 훌훌 벗어나 삼세(과거 현재 미래)에 뚜렷이 빗질 하는 아름다운 손과 같구나. 현재가 흘러가서 미래가 온다고 한다면 흘러가는 그것은 과거인가 현재인가 아니면 미래인가? 흘러가는 그것이 없이 어떻게 과거가 흘러갔다 하고 현재가 흘러 간다 하겠는가?만일 흘러가는 그것이 있다고 한다면 말해 보라 그것은 과거에 있는가 현재에 있는 가 아니면 미래에 있는가? 그러므로 不來이니 속절없이 미래의 천년 왕국이 온다온다 하며 기다리지만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현재를 소비한다고 오는 것(來)이 아니다. 그 어떤 미래이든지 네가 기다리는 미래는 수자타야 허망한 것이 되리라.

不出은,그러면 오는 것이 아니라면 마땅히 나가는 것(出)은 틀림 없지 않은가 하는 소견을 찌르는 창과 같은 것이다.
오는 것이 아닌 것은 나가는 것도 아니다.말해 보라,아직 짓지 않은 죄가 오는 것이냐? 그러면 죄가 비로소 네 앞에 이르면 이번엔 나가는 것이냐? 죄가 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는 것이라면 곡식도 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할 터인데 왜 너는 가만히 앉아 곡식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들로 나가며 너는 왜 가만히 앉아 죄가 나가기 만을 기다리지 않느냐? 그러므로 알아라 不來인 것을.

이것이 내가 뜻으로써 부처님을 믿는다 함이다.

수자타: 유마님이 말로써 부터님을 믿는다 하심은 어떤 말로써 부처님을 믿기에 그러하다 합니까?

유 마: 나는 원인을 말하고 그 원인의 과보를 말하여 부처님을 믿는다.
어떤 것이 원인을 말하고 그 과보를 말 함인가? 모든 것에는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기고 이것이 존재 하므로 저것이 존재 하며,이것이 사라지므로 저것이 사라지고 이것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저것이 존재 하지 않음을 말 함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늙기 시작하고 늙어서는 병들어 죽는다. 그 사이사이에 무수히 생멸하는 즐거움과 괴로움과 즐거움이기도 하고 괴로움이기도 한 것과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것들 사이에 끼여 가지가지 견해를 내다가 한 잔 술에 늘어지게 한 잠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을 다 잊고 또 다른 방에 들어가서는 다른 옷을 입고 다시 그와 같은 일을 하고 또 한다.
무엇이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함인가?

태어남(生)에서 늙음이,늙음에서 병듦이,병듦에서 죽음이 생긴다고 한다면 이것은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함이다.

무엇이 이것이 존재 하므로 저것이 존재 함이냐?
수자타야,죽음은 괴로움이다.병듦은 괴로움이다.늙음은 괴로움이다.수자타야 그러므로 태어남은 괴로움이다.괴로움이 존재 하는 것은 괴로움의 원인이 있고 괴로움의 원인 존재 하므로 괴로움을 없애는 길이 있고 괴로움을 없애는 길이 있으므로 열반의 길이 있다면 이것은 바로 이것이 존재 하므로 저것이 존재 함이다.

또한 말하자면, 내가 과거에 존재 했었으므로 현재에 내가 존재 하고 현재에 내가 존재 하므로 미래에 내가 존재 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바로 이것이 존재하므로 저것이 존재한다 함이 된다. 따라서 어떤 나의 과거는 어떤 나의 현재이며 어떤 나의 현재는 어떤 나의 미래이니 수자타야,너의 과거를 알고 싶으냐? 지금의 네가 받고 있는 그것이 너의 과거이며, 수자타야,너의 미래를 알고 싶으냐?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그것이 바로 너의 미래이다. 이러한 이치를 사무쳐 깨달은 사람은 하여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대장부의 길을 간다.

무엇이 이것이 없어지므로 저것이 없어지는 것인가?
탐욕이 없어지므로 구하나 얻어지지 않는 괴로움이 없어지고, 사랑하나 헤어지는 괴로움이 없어지며,성냄이 없어지므로 미워하나 만나지는 괴로움이 없어지고 어리석음이 없어지므로 양변의 얇은 논변에서 오가는 괴로움이 없어 진다.또한 태어남이 없어지므로 늙음이 없어지고 늙음이 없어 지므로 병듦이 없어 지고 병듦이 없어 지므로 죽음이 없어진다면 이것을 일러 이것이 없어 지므로 저것이 없어진다 함이다.

무엇이 이것이 사라지므로 저것이 사라짐이냐?
괴로움이 사라지므로 괴로움의 원인이 사라지고 괴로움의 원인이 사라지므로 괴로움을 없애는 것이 사라지고 괴로움을 없애는 것이 사라지므로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사라져 자취 없는 들판엔 소도 없고 소도 없으므로 소의 발자국도 없고 소의 발자국도 없으므로 소를 찾는 주인도 없구나. 이렇게 말하므로 나는 말로써 부처님을 믿는다 하였다.

수자타: 몸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하심은 어떤 몸으로 믿기에 그렇다고 하십니까?

유 마: 나는 내 몸을 몸이라고 여기지 않는 몸을 가지고 부처님을 믿는다.어떤 연고냐?
내 몸이라 하였을 때에는 「나」 도 없고 「나」가 없으므로 「나의 몸」도 없는 까닭에 이러한 이치의 몸을 가지고 부처님을 뵙고 부처님을 뵈어서는 부처님을 뵙는 것도 뵈이는 부처님도 없는 예불을 드린다.이것을 예불 아닌 예불이라 하며 몸 아닌 몸이라 하며,법 아닌 법이라 하며,머물지 않은 머뭄이라 한다.

몸이 일어 날 때에는 不生의 몸을 보며,몸이 사라 질 때에는 不滅의 몸을 보며,몸이 항상하다 할 때에는 不常의 몸을 보며,몸이 순간이다 할 때에는 不斷의 몸을 보며,몸이 마음과 하나이다 할 때에는 不一의 몸을 보며,몸이 마음과 다르다 할 때에는 不異의 몸을 보며, 몸으로 (들어)온다 할 때에는 不來의 몸을 보며,몸에서 나간다 할 때에는 不出의 몸을 본다.

모든 것에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도 유일한 無所不在한 것은 없다.그러므로 몸은 여러 요소의 화합물에 지나지 않으며,화합하여서는 여러 요소의 강약에 의하여 강약온냉(强弱溫冷)하며,거기에 이것은 내 몸이다 하는 것은 남의 물건을 훔쳐내어 이것은 내 물건이다 하는 것과 같이 염치 없는 소견이니라.

수자타야, 네가 보기에 내 몸은 독특한 것이냐?

수자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유마님의 몸의 가로와 세로와 길이와 형상은 저의 몸에 견주어 독특한 것이 없습니다.독특한 것이 만일 있어서 독특한 것이라면 저에게도 독특한 것이 있어서 제가 독특하다 할 것인데 제가 만일 독특하다면 다른 사람은 독특하지 말아야 합니다.

유 마: 수자타야 네가 보기에 내 몸은 유일한 것이냐?

수자타: 아닙니다.제가 보기에 유마님의 몸이 유일 하다고 한다면 제 몸도 유일 하여야 하고 마찬가지로 다른 몸들도 다 유일하여야 하는데 그렇다면 서로가 서로를 알아 보지 못해야 합니다.유일한 것은 유일 함으로 유일 하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 마: 수자타야, 네가 보기에 내 몸은 무소부재한 것이냐?

수자타: 아닙니다 유마님. 제가 보기엔 유마님의 몸은 두 곳도 같이 겸하지 못 하온데 하물며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공간에 무소부재하다 하겠습니까?

유 마: 너의 말과 같이 모든 형상으로 존재 하는 것이나 형상 아닌 것으로 존재 하는 것이나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生滅常斷一異來出을 주장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느니라. 나는 생함이 없는 몸으로 삼학(戒定慧)을 배우며 나는 멸함이 없는 몸으로 삼독(貪嗔痴)을 멸하며 나는 항상 함이 아닌 몸으로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으며 나는 순간에 머물지 아니 하는 몸으로 열반을 얻을 것이며,나는 하나가 아닌 몸으로 모든 부처님께 나아가 공양을 올리며 나는 또한 다르지 아니한 몸으로 모든 중생을 내 몸같이 여길 것이고,나는 오는 것이 아닌 몸으로 사바세계에 오고 나는 가는 것이 아닌 몸으로 사바세계를 떠날 것이니라. 이와 같으므로 나는 감히 몸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하였으니 세세생생에 나는 이러한 바른 믿음을 기억하고 억념하여 대중을 만나고 대중을 가르치고 대중과 함께 길을 갈 것이다.

수자타: 유마님 부처님의 요긴한 뜻은 무엇입니까?

유 마: 수자타야,부처님의 요긴한 뜻은 첫째도 둘째도 세째도 괴로움에서 벗어 나라 하시는 것이다. 괴로움에서 벗어 나라 하심은 첫째도 둘째도 세째도 네 마음에서 빚어진 思念의 굴레에서 벗어 나라 하신 것이다.네 마음에서 사념의 굴레 라 함은 일체의 희론 즉,모든 이념들이다.

부처님은 바로 이 모든 이념들을 인간이 만들고 도리어 그 이념에 속박당하고 그 속박에서 벗어 나기 위하여 의식을 집전 하는 것이 마치 힘센 사람에게 부탁하여 자기 몸을 꽁꽁 묶어 달라고 한 다음 그물을 씌우게 까지 하고 큰 도로에 데려다 달라고 儀式을 일삼는 어리석은 짓거리들과 같아 이른바 모든 종교이며 철학이며 과학이며 경제이며 등등이니라.

단 한가지의 사념일지라도 그것은 씨앗이 되어 장차 이념을 만들어 내고 그 이념은 도로 인간을 구속하는 밧줄이 되어 그 밧줄에서 벗어 나고자 종교와 철학과 경제와 과학 등의 문화이념을 재창조 하는 것이니 이러한 운동은 끝없으리라.

그러므로 부처님은 이러한 이념에 구속 당하는 인간들의 정신 활동에 큰 문제가 있음을 보시고 그 속박에서 벗어 나지 않는 한은 그 이념에 의하여 이루어진 모든 성취는 설사 하늘에 땋는 재화와 명예와 권세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일지라도 반드시 허물어 지고 만다는 괴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아 차라리 모든 이념의 사슬인 사념들을 쉬라고 가르친 것,이것이 바로 무위의 법이며 자연의 법이니라.

그러므로 부처님의 이 가르침을 꿰뚫어 보신 저 어지신 나가르쥬나(용수) 큰 보살님께서 부처님 울타리 안에서 까지 일어나는 사념운동에 대하여 한 칼을 높이 들어 첫 사자후로 일갈대성 하셨으니,

(대저 萬物 萬想은,)
不生亦不滅 (새로)나는 것도 아니며 (도로) 없어 지는 것도 아니며
不常亦不斷 늘 항상 한 것도 아니며 딱히 어느 한 순간만도 아니며
不一亦不異 동일한 것도 아니며 다른 것만도 아니며
不來亦不出 오는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아니라는
能說是因緣 이러한 인연의 법을 능히 말씀 하시어
善滅諸戱論 모든 (이념의)희론들을 잠재우시니
我稽首禮佛 나 이제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를 올리오니
諸說中第一 이러한 가르침은 모든 말씀 중에 제일이시나이다.

라고 중론의 첫 머리를 삼으셨다.
이것은 모든 이념들을 쉬라는 말이다.
그것들로 너를 피곤케 하지 말라는 말이다.

하나님이 있다는 이념,
하나님이 없다는 이념,
이 세상이 있다는 이념,
저 세상이 없다는 이념,
천지가 창조됬다는 이념,
천당 간다는 이념,
지옥 간다는 이념.
영생한다는 이념,
죽으면 다 소용 없다는 이념,
부활 한다는 이념,
만물이 하나라는 이념,
만물이 다르다는 이념,
너와 내가 하나라는 이념,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이념,
복이 온다는 이념,
복이 간다는 이념,
죄가 온다는 이념,
죄가 간다는 이념, 공산공생 하여야 한다는 이념,
자산자생 하여야 한다는 이념,
구원이 있다는 이념,
구원이 없다는 이념,
이러한 모든 이념들 때문에 너는 피로하여져서 하루 종일 수고를 한다마는 밥을 얻지 못하여 괴롭다는 이념이 생기고,목숨을 다 바쳐 사랑하지마는 헤어져 괴롭다는 이념이 생기고,이렇게 원인 된 이념이 다시 결과인 다른 이념을 낳고 이 이념은 다시 원인이 되어 또 다른 괴로움의 이념을 만드나니 비로소 이 세상은 사람이 사람을 낳고 원숭이가 원숭이를 낳게 된 것이다.

수자타야, 너와 내가 할 일은 이제 더 없다. 이 모든 희론이 되는 이념들을 쉬게 하고 사념의 동작을 멈춘다면 멈춤이 곧 그침이요 그침이 곧 계율이며 계율이 곧 선정이요 선정이 곧 지혜이니 다시 무엇을 구하여 계율로 삼고 선정을 삼고 지혜를 얻을 것인가?
마땅히 모든 부처님을 찾는 수고로 네 사념덩어리에서 나오는 이념하나를 쉬게 함만 못하리라. 밖으로 부터 누가 네게와 너를 소란 하게 할 것이리라.안으로 누가 나와 그 소란을 마중하여 둘이 같이 떠들 것이리라.이와 같이 안 밖으로 같이 떠드는데 누가 있어 너를 구제 할 것이겠는가!

아아,, 보라 이 세상은 안과 밖의 부딪침으로 쉴 틈이 없구나!
밖은 네 처자와 권속들과 빚쟁이들에 둘러 쌓여 늘 너를 소란 케 하고 안은 너의 걱정과 근심의 이념들이 예쁜 화냥년 처럼 화장하여 다섯 방에 나뉘어 있다가 들어 오는 소란을 마중 나가 부딫히면 이른 바 세상일이 되느니라.가엾은 이 일 때문에 때로 스스로 목숨 까지 끊으면서도 일을 마치지 못하느니라.

수자타야 이 일은 불자로서 마땅히 해결 하여야 하나니 마치 저 부처님꼐서 모든 희론을 잠 재우듯이 너도 너의 이념들을 잠 재워서 안과 밖이 서로 부딫쳐 일을 내게 하여서는 안 되느니라.
이 보다 더 부처님을 잘 믿을 수가 없으리라.

수자타: 유마님, 어디 가시려 합니까?

유 마: 그렇다. 잠시 나는 이 시장을 떠날 것이다.

수자타: (근심 어린 눈 빛으로) 가시면 언제 오시렵니까?

유 마: 모르겠다.
하지만 수자타야 너무 걱정 하지 말아라.
만나면 반드시 헤어 지는 것이니 너와 나라고 하여 예외인 것은 아니다.
내가 없더라도 스스로 뜻을 굳게 가져 삼보를 비방 하는 곳에 가지 말며 삼보의 이름을 듣지 못한 곳에 가지 말며 삼보에 대한 믿음을 퇴전케 하는 곳에 가지 말고 오직 이 한 마음의 자취를 어린 아이가 기러기 자취를 따라 눈길을 주듯이 부처님의 자취를 따라 길을 만들어 가면 반드시 네 마음에 흔들림 없는 금강의 믿음이 이루어지리니 마치 대지가 금강을 품듯이 하리라.
수자타: (눈물을 머금은 채) 유마님.. 기억해 주세요.
제가 오늘 탄 기차가 마지막 기차라는 것을,,다시는 기차를 탈 일이 없다는 것을.. 유마님이 다시 돌아 오실 때까지 저는 기차를 안 탈 것입니다.

(유마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며 심한 기침을 하고는 수자타의 물기 어린 모습을 뒤로 한 채 꾸부정 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 간결하게 염송하는 음성…)

諸行이 無常하니 色受常行識 이 무상하고
諸法이 無我이니 眼耳鼻舌身意 가 무아이고
一切가 皆苦이니 色聲香味觸法이 개고이고
涅槃이 寂靜하니 三界가 평안하다……

(수자타는 한 동안 감나무 아래에서 유마의 읇조리는 소리를 들으며 서 있다가 힘 없는 아이의 발길을 하고는 두 줄기 눈물을 유마의 마당에 심으며 사라져 갔다.
초가을에 저무는 날의 고즈녁함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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