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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는 꽃을 수놓은 매미날개처럼 얇은 망사를 두르고 허리는 우유빛 속살이 붉그스레한 옷감을 대신 하는 뜻 이외에, 나의 탄생이 인간세계의 업으로 태어났음을 분명히 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배꼽을 드러낸 채, 발목이 잘룩한 아라비안 나이트 바지를 입은 처녀의 나이가 이제 갓 14~5세나 되었을까?

5백마리의 흰 소 무리들을 돌보는 여러 목동들을 거느리고 드넓은 니련자하 강가에 나와 이제 막 지나가는 겨울의 강가에서는 보기 드문 범람을 구경하는 척 하였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벌써 며칠 째 이 강가에 나와 잎사귀 우거진 보리수 나무 밑에 고목처럼 버티고 앉아 있는 삐쩍 마른,등인지 배인지 모를 얇은 몸퉁이에 앙상한 마른 나뭇가지처럼 버티고 있는, 갈비뼈들은 숫자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게,그렇게 벌써 며칠 째 버티고 있는 움직이지 않는 저 사람이 궁금해서였다.

바람 한 줌으로도 충분이 쓰러뜨리고도 남을 백골과 같은 가벼움이 가득찬 저 몰골 위엔 다만 번개처럼 번뜩이는 눈빛만 아니었다면 벌써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 화장을 하게 했을 법한 저 사람. 까치가 날아와 둥지를 틀고 바람에 나부끼던 꽃잎들마저 새로운 씨앗을 틔우는 머리의 상투는 고궁에 꽂혀있는 깃발과 같았다.

처녀는 날 마다 집에 돌아가면 그 나무 밑에 앉아 있는 그 사람 때문에 초저녁 잠을 설치고도 새벽이면 일어나 침상가를 거닐며 혼자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어쩌면 어제 밤 그 사람은 쓰러져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꽃봉오리 같은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하고,어쩌면 밤새 울던 승냥이들이 아무 힘이 없을 그 사람의 등뒤로 다가가 툭 하고 앞 발로 건드려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향냄새가 베어 난 잠옷을 벗어 던지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어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스스로가 괜히 알지도 못하는 낮선 남정네한테 별 관심을 다 둔다고 생각이 들어서는 다시 잠옷을 갈아 입고 아직 채우지 못한 수면시간을 연장하려고 침상에 들어 누워보기도 하지만 종내 떠나지 않는 나무 밑 그 사람의 형상이 때론 무섭기까지 하였다.

오늘 그녀는 마침내 결심을 하였다.
그것은 오직 거역할 수 없는 자기 본성의 온화함과 아직 남자를 모르는 순결함으로 머리를 빗어 올리고 난 후의 결심이었다.

아직 새벽이 다가 기 전,그녀는 새벽별이 유난히 반짝이는 어스름한 마당을 가로질러 집안 사람들이 알기 전에 얼른 외양간으로 달려가 이미 너무나 익숙하여 가느다란 별빛만으로도 분별하는 지혜자의 눈으로 검거나 노랗거나 빨간 티가 있는 소는 빼고, 티라고는 한 점도 없는 5백 마리의 흰 소 중에서 다시 어린 송아지를 둔 어미 소는 속 마음이 자기 새끼에게 가 있다는 이유로 빼고, 건강하고 즐거움만 있는 한가로운 소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하며 마을 축제 때 마다 부르는 천상의 아름다운 인연을 노래로 불러주며 가느다랗고 긴 손으로 우유를 짜서 지난 해 아버지가 먼 여행 길에 천신들께 제사 지낼 때 쓰신다며 구해 온 우르빌라 지방의 오래되고 더 없이 깨끗한 대나무 통에 받아 넣고,역시 겨 하나 섞이지 않은 하얀 쌀을 골라 먼저 이슬을 받아 놓은 물로 씻은 다음 꿀로 버무린 뒤 우유를 부어 섬섬옥수의 연장선으로 동그랗고 움푹 패인 조막같은 주걱으로 휘 저을 때 마다 아름다운 가르빙가 새 같은 목소리에서는 절로 노래가 나와 만든 우미(牛米)죽을 끓여 자기 집에서 제일 크고 깨끗하여 오직 하늘의 신들에게 제사 지낼 때만 쓰기가 허락되어진 참나무로 만든 그릇에 가득 담고는 남들에겐 마치 보기 드문 겨울 강물의 범람을 구경 나온 것처럼 한가로이 거닐 듯 어제의 여기 니련자하 강가에 나온 것이다.

아, 다행히 어제 밤에 죽지는 않았구나!
승냥이들도 앞 발로 떠밀지는 않았구나!

그녀는 자기 어머니가 이 다음에 시집갈 때 쓰라고 만들어 준 카시미르산의 실크 보따리에 우미죽과 이슬물과 망고과일을 한 줌 가득 안고도 거뜬히 보드라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그 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아,,, 멀리 서 볼 때에는 그저 삐쩍 마른 갈비뼈만 매달아 놓은 것처럼 보이더니 가까이 갈수록 그것은 잘 엮어 놓은 싸리문같이 촘촘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비록 머리는 산발하여 흐트러진 머리칼이 간혹 삐쳐 나와 보였어도 바로 한치 앞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의 예사롭지 않음은 자기장으로 인한 오로라의 한가운데 휩쓸려 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것은 서늘하기도 했으며 전율이기도 했으며 그리고 향긋한 기쁨이기도 했다.

그런 예전에 없던, 그렇다고 아직 나이 어린 처녀로서 세상의 온갖 감정과 경험에 기울어진 경향에 젖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지만,또한 아무리 더 원숙한 경향을 기다린다 할지라도 다시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에 휩싸여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멈칫하게 된 것이 그만 그 사람의 눈길을 끌게 되고 말 줄이야….

아주 힘겨운 듯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기를 쳐다보는 그 사람의 눈길이 어쩌면 저렇게 바로 오늘 새벽에 보았던 그 별빛과 같을까 하는 생각도 잠간,곧 그녀는 그의 쇠잔한 음성을 듣게 되었다.

“어서 오시오 벗이여.앉으라 청할 자리도 없고, 평안한가 여쭐 만한 기력도 없구려.하지만 만나서 반갑다오!”

처녀는 그의 음성에 자칫 가지고 온 음식보따리를 놓칠 뻔 하였다.

(아, 저이가 나를,나를 방금 벗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버지께 들었다.
시집 갈 나이가 됬다며 금년 정월 초하룻날에 하나 밖에 없는 딸을 불러다 앉혀 놓고는 아버지는 그 마을에선 하나 밖에 없는 마지막 남은 지혜의 음성을 그녀에게 들려 주었다.

“애야, 벗이라고 불러 주는 이가 있다면 너는 그 사람을 의지해도 좋다.
벗이라고 불러 주는 이가 있다면 너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도 좋다.
벗이라고 불러주는 이를 만나면 너는 그 사람에게 너를 맡길 만하다.
그러나 애야,
너를 연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너는 그 사람을 의지하지 말아라.
너를 ‘내사랑’이라고 부르는 이가 있다면 비린 냄새 나는 기름 종이에 둘둘 말아진 썩은 생선을 대하듯 멀리하라.
너를 끝끝내 ‘나의 반려자’라고 부르는 이를 만나면 너는 그 사람에게서 될 수 있으면 신속하게 멀리 떠나라.”

이러한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그녀는 내심 어쩌면 마침 이와 같은 지혜자의 말씀을 닮은 말을 나에게 하였을까?
벗이여! 라고.
그의 음성은 아주 오래 전부터 들었던,마치 면면히 이어지는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비파소리 혹은 파도소리 같았기도 하였지만,그녀에게는 벗이라는 호칭에 아직 아무 사내도 모르는 처녀의 몸에 날선 창칼과 같은 긴장감과 경계심으로 겹겹히 둘려진 무장을 한꺼번에 내려놓고 말았다.

(저이가 방금 나를 벗이여 라고 부르지 않았는가 말이다 벗이여 라고..!)

전율에 떠는 아주 짧은 시간은 그것 없이 보내는 아침과 저녁이 아무리 오래 반복되어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아주 긴 시간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짧게 보낸 처녀는 색갈이 돋보이는 아주 고귀해 보이는 카시미르산 보따리를 내려 놓으며 방망이 치는 가슴을 감추며 대답했다.

“ 숲속은 지내기가 거칠고 위험하답니다. 벌써 며칠 째 아무 것도 드시지 못 하셨을 텐데 우선 제가 가지고 온 이 음식으로 허기부터 면하세요.그렇게 해 가지고는 앞으로 며칠을 더 버티시기가 어렵습니다. 비파줄을 없애고 난 후 어떻게 비파소리를 얻겠습니까? 부디 이 음식으로 힘을 얻으시고도 하던 일을 계속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님이라고 호칭하여 부르고 싶었지만, 그렇게 부르면 금방 얼굴이 빨개질 것 같아서 도저히 부르지 못 하고 아무 호칭 없이 말을 한 그녀였다.

처녀는 보따리를 풀어 아직 은근히 온기가 남아있는 하얀 우유죽이 들어 있는 참나무 그릇과 어제 밤에 댓돌 밑에 갈잎으로 받아 둔 이슬 물을 담은 대나무 전병을 꺼내어 그 가느랗고 긴 우유 빛 나는 손목을 내밀어 그 사람 앞에 내밀었다. 향긋한 우유냄새는 손목을 타고 그 사람의 코끝에 까지 흘러 들어가 건기 때의 강처럼 말라버린 열정을 돋우는 힘이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깃 들어 있었다.

(그렇다,나는 이제 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무려 6년 동안 나는 세상 사람으로서는 하기 힘든 고행을 하느라고 했지만 내가 바라는 그것은 얻지 못했다. 누가 더 이상 이런 고행을 할 수가 있으랴! 하지만 그럼에도 얻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권유할 수는 없다.아마 그들은 이런 고행을 6년은커녕 단 일주일이나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일반 사람들이 보통으로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아니다. 아주 특출한 체력과 인내를 가진 초인들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또는 겨우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 법은 쓸만한 법이 아니다.그렇다면 내 이제 마땅히 이 고행으로는 얻어질 것이 없다고 판단하여도 잘못은 없으리라.이 처녀가 주는 음식을 받아 먹으리라.)

이렇게 마음을 굳힌 그 사람은 그러나 마침 처녀가 내미는 그릇을 받을 힘만 남아 있는 것처럼 간신히 손을 내밀었으나 이미 쇠잔한 기력은 힘이 손끝까지 연결되지 못하여 바르르 떨고 있었다.
처녀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그 사람이 그릇을 받칠 힘도 없어보였거니와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받쳐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래 굶은 사람임이 틀림없지만, 그는 천천히 아주 정직하고 속임 없는 태도로 한 숟갈 한 숟갈 우유죽을 떠 먹고 있었다. 청동빛갈이 고운 숟가락이 그의 입술사이를 천천히 들어갔다가 나올 때마다 정오의 한 가운데 햇살은 숟가락 위에서 번쩍이며 황금빛으로 물들여 주었다.때때로 그녀가 그의 입가에 묻어나는 음식자국을 마치 경험 많은 어미의 손길처럼 쓸어주면서….

이미 말라 붙어버린 지 오랜 강줄기처럼 좁아진 그의 식도를 통하여 향기 나는 우유죽이 쪼르르 빨려 들어가는 순간,마치 6년 동안 말라 있던 대지가 단비를 흡수하듯 그 6년 만의 처음 소리가 그의 목젖을 울리는 순간,아직 그 첫 소식이 미처 위장에 닿기도 전에 그는 이미 직감했다.
이 소식은 곧 전 우주에 퍼질 고귀한 소식이 될 것이라는 것을.
하늘들과 사람들이 모두 누구나 드나드는 거대한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벗이여,나는 그대의 이름을 아직 묻지 않았구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오?”

한 그릇의 죽을 다 끝낸 뒤 그가 비로소 벌써 물어야 했는데 묻지 못한 미안함으로서가 아니라 이제 물어도 좋다는 그녀의 준비가 다 끝난 뒤의 배려로 물었다.
그녀는 마치 누가 와서 마구 자기 가슴을 쿵쿵 찧는 것과 같은 이 질문을 마침내 자기가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를 미처 알지 못한 채 흠뻑 빠져 버린 시간에서 깨어나 흠칫 놀라며 가늘고도 긴 손으로 둥근 이마를 쓸어 올리며 없는 땀을 훔치는 척하며 대답했다.

“네? 저..저요?”

“ 벗이여,여기 그대 말고 또 누가 있단 말이오? 그렇소 벗의 이름을 나는 물었소.”

(내 이름..? 내 이름은… 그렇지,,, 이 분은 나의 이름을 물으셨구나.아이구 정신도 없어라..)

“ 네, 제 이름은 수자타라고 합니다. 저 아래 동네 마을 촌장의 집에 외동딸이랍니다.”

그녀는 겨우 자기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었던 질문을 해준 그 사람이 고마웠다.
다른 질문이었다면 그녀가 아무리 미리 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하더라도 다른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 수자타!.”

짧게 반복하여 부르고 난 후 그는 수자타에게 물었다.

“수자타여,그대는(나에게) 무었을 바라는가?
건강하고 아름다워 그대의 소문이 널리 이웃 마을 까지 퍼지기를 바라는가?
그리하여 7대 째 기품 있는 가문의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바라는가?
그와 평생을 반려하며 오래 살기를 바라는가?”

그는 수자타에게 무엇인가 이루어주고 싶은 일이 있을 것 같았다.
묻기는 온통 세속의 즐거움을 물었지만 속으로는 그녀가 좀 더 근원적인 열망에 가득 차 있기를 바랬다. 그것은 어쩌면 자기가 이제 막 얻을 그 어떤 소식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처녀가 그 소식을 듣기를 바라는지 모른다고 생각 하는 동안 아니나 다를까 그녀에게서 대답이 들려왔다.

“고귀한 이시여, 저는 벌써 이만한 아름다움에 이미 만족하고 있답니다.그러므로 아름다움이 널리 퍼지기를 바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7대나 그 이상의 고상한 가문의 힘으로도 나를 반려자로 삼지는 못 할 것이며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저는,,,저는..

당신은 저와 같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기 바랍니다.

당신은 꼭 제가 봐야 할 것을 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보는 것을 보기 바랍니다.

당신은 제가 꼭 느껴야 할 것을 느끼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느끼는 것을 느끼기 바랍니다.

당신은 꼭 제가 가져야 할 것을 가지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이 가지는 것을 가지기 바랍니다.

당신이 어디 있던지 무엇을 하던지.

이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수자타여,그대의 바램은 마치 한 줄기 미풍과도 같이 조용하고 어질구나. 젊음의 열풍에 떨지 않는 커다란 나무의 뿌리와 같구나. 그대로 이루어 질 것이다.
나는 그대와 같이 건강하여 질 것이며.그대는 나의 생각하는 바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대가 봐야 할 것만을 볼것이고 그대는 내가 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그대가 느껴야 할 것만을 느낄 것이며,그대는 내가 느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대가 가져야 할 것만을 가질 것이며,그대는 내가 가진 것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내가 어디 있던지 무엇을 하던지…”

그리고 그는 채 그녀의 대답이 준비되기도 전에 천천히 삐그덕 소리가 나는 무릎을 펴고 일어 나려고 했다. 수자타가 엉겁결에 마치 넘어질 것 같은 어린 아들을 갑자기 붙드느라 곁에서 보드라운 손길로 그의 몸을 만졌을 때에는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행여 사립문 같은 갈비뼈가 다치기라도 하면,,하고 얼마나 조심하여야 했는지 모른다.
수자타의 손길은 아마 그에겐 성모의 손길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는 수자타의 참 나무 밥그릇을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소중한 보배처럼 껴안고, 천천히 걸어 매년 이맘 때쯤 이면 어김없이 매 말라 강 바닥을 들어내 놓는 니련자하 강물이 때 아니게 범람 된 물살에 다가가 수자타의 손을 놓고 대신 강가의 기울어진 나무 가지를 잡은 채 서서히 몸을 닦아 갔다.마지막으로 얼굴을 닦은 다음 그는 몸을 닦느라 곁에 놓아 두었던 수자타의 밥그릇을 들고는 좀더 물살이 센 강 중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것을 바라 보는 수자타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때 아닌 때 마치 악마의 마술처럼 범람 되어 일렁이는 강물은 세차기도 여간 한 것이 아니어서 행여 그의 쇠약해질 때로 쇠약해진 몸이 떠내려가기라도 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그런 그녀의 걱정에도 아랑곳 없이 그는 허리까지 차 들어 오는 깊이를 택한 다음 천천히 나지막이 그러나 또렸하게 말하였다.

“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이거든 이 그릇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 갈 것이다 ! “

그리고는 한 점 망설임도 없이 조용한 동작으로 수자타의 밥그릇을 강물 위로 천천히 내려 놓았을 때 수자타의 참나무로 된 무거운 밥그릇은 곧 바로 그를 내려 놓은 사람의 그것과 같이 아무 망설임도 없이 빙글 빙글 돌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갔다.그것은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다가 도로 내려 오는 마술과 같은 속임수가 아니었다.거슬러 오르는 척하다가 멀리서 돌아내려 오는 거짓이 아니었다.원천(源泉)에서 밀어 내리는 니련자하 강물의 모든 힘으로도 참나무 밥그릇 하나를 막을 수 없었던 이 거대한 힘은 알고 보면 단 하나,거슬러 오르는 그 사람의 내면의 힘,곧 진실이었다.

수자타는 눈물이 흘렀다.
벌써 그 사람이 자기의 밥 그릇을 들고 “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이거든 이 그릇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 갈 것이다 ! “라는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수자타는 그의 뜻을 온 몸의 세포가 거꾸로 세워지는 면밀한 엑시타시로 전환시키며 울고 있었다. 방금 그 사람이 자기의 손 대신 붙들고 있었던 나무가지 옆 강가에 서 있느라 범람하다 넘치는 작은 물방울들이 찰랑이며 자기의 발을 적시는 것도 모른 채 수자타는 눈물이 흘렀다.
알 수 없는 눈물은 놀라움 때문이 아니라 깊은 신뢰, 그것 때문이었다.
그이의 말을 믿었을 때에 당신은 눈물이 나지 않던가?
그이의 아무 것도 짓지 않는 흠 없는 모습을 보았을 때 당신은 울컥 눈물이 쏟아지지 않던가?

(오,나의 벗이여!
나의 오래 된 벗이여.
나의 단 하나 밖에 되지 않으면 더 이상 벗이라고 부를 수 없는 운명의 힘으로 나도 당신을 벗이라 부릅니다.
당신의 뜻은 이루어 질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수자타는 그 단 하나에 대한 신뢰에 미래의 모든 정열까지 쏟아버릴 때에 한 꺼번에 텅 비어 버리는 안타까움으로 속삭였다.

(여보세요,저는 말예요.당신이 그러리라 미리 예견했답니다.하지만 왠지 눈물이 나네요.비록 당신은 내게 당신의 생각과 바라봄과 느낌과 소유를 같이 하리라 약속하여 주었지만, 몸은 함께 할 수 없는 이 슬픔은 몸 있는 아낙만의 슬픔이지요. 당신을 한량없이 믿지만 말입니다.’)

수자타는 카시미르산 보자기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떨어지지 않지만 억지로 소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던 경험으로 발길을 옮겼다.
더 이상 강변에서 그를 바라 볼 수 없었다.
자기가 더 할 일도 없었지마는.또한 엉겁결에 더 머물다가 떠날 시기를 놓치고 말면 그가 올라 오면 남은 것은 이별의 인사 뿐이 아니던가!
그것이 그녀에게는 싫었다.
이별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별의 인사는 죽기보다 싫었다.
이별의 인사 대신 그녀는 나지막히 속삭이며 걸음을 옮겼다.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나의 뜻도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뜻이 이루어 지는 곳에 나의 뜻도 같이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괜찮겠죠?)

정오의 햇살이 강물 위를 번쩍이며 출렁일 때였다.
멀리 흰 소가 한번 음메 하고 울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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