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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심심미묘법(위 없는 미묘한 법)
백천만겁난조우(백천만겁에도 만나기 어려운데)
아금문견득수지(나 이제 듣고 보고 얻고 받아 지니오니)
원해여래진실의(원컨대 여래의 진실한 뜻 이해하여지이다).
불자견세간(佛子見世間) 불자여,세상의 온갖 것이
유심무제법(唯心無諸法) 오직 마음뿐,딴 법이 없다고 본다면,
종종비신법(種種非身作) 모든 것을 몸으로 짓지 않더라도
득력자재성(得力自在成) 힘을 얻어 마음대로 이루리라.
(능가경 집일체법품)

수자타는 어진 여인이다.
늘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마음의 법을 사유하며,일체의 색성향미촉법(色 聲 香 味 觸 法)에 물들지 아니하며,그렇다고 색성향미촉법을 떠나서 따로 구하지 아니하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해를 가리지 아니하나,그렇다고 그림자가 해를 떠나 따로 있지 아니한 것처럼 그윽하게 물들어 산다.

감나무의 감이 이제 막 홍시로 물들어 가는 어느 가을 날,수자타는 완행열차의 여유로운 몸짓,그 완만한 덜컹임에 기대어 시장에 사는 흰머리를 한 유마라는 장사꾼을 찾았다.

유마의 집에는 서서히 가을날 노을이 감나무 꼭대기로부터 몸통을 타고 내려와 조그만 잔디위를 고양이처럼 걷고 있었고,유마는 감나무에 어떻게 올라갔는지 의심스럽게 여린 감나무가지를 쩔쩔매며 원숭이처럼 손을 내뻗어 혼자 감을 따고 있었다.

수자타: 유마님, 도와드릴까요?
유 마: 수자타 왔구나. 마침 잘 왔다.거기 소쿠리 좀 들고 있어다오.

수자타가 땅에 있던 소쿠리를 아이 벌서는 동작으로 높이 치켜들고 그것도 모자라 굽 낮은 빨간 구두를 세워 발끝까지 조금도 남기지 않고 온 몸을 일으켜 세워 유마의 손끝에 닿으려고 전력을 다하였다.그건 마치 자기의 세계와 유마의 세계를 닿게 하려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몸과 마음의 조달과 같아보였다. 팔이 떨어질 것 같은 아픔이 덜덜덜 밀려왔지만, 수자타는 그 자세를 굴복시킬 뜻이 없어보였다. 한참 감 따는데만 열중해 있던 유마는 소쿠리 위에 차있던 감이 지진 맞은 것처럼 떨리는 것을 보고서야 수자타가 내내 그러고 서 있는 것을 알고 피식 웃으며 수자타에게 말했다.

유 마: 수자타야,왜 그러고 버티고 있는 거냐? 내가 감을 따서 내릴 때에만 소쿠리를 들어 올리면 될 것을,,, 나에게 지금 전력을 다 하여 뭔가 항의 하고 있는 것이냐?

수자타: 아니에요 유마님,,,
그런데,,, 전력을 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나요?

유마: 그렇다, 그렇게는 보이는 구나.

수자타: ^^*

유마는 이왕 감나무에 올라 온 김에 여기 저기 다 익은 감들은 떨구고 싶었지만, 비록 그녀의 전력을 다함이 손상을 입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수자타의 저런 불균형의 자세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임을 알고는 감 따는 일을 멈추고 한 가지씩 밟으며 내려왔다.

소쿠리에는 다 차지 못한 공간이 허공과 공유한 채…

그제서야 수자타는 쭈욱 뻗었던 팔을 내리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자세히 보니,그녀의 이마와 콧등에는 가을 날의 스산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초롱초롱 땀이 맺혀 있었고,유마는 그 땀이 참 따뜻하게 보였다.

유마는 천천히 마당을 거쳐 마루에 걸터앉고 수자타는 그제서야 소쿠리를 마루에 올려 놓으며 이마와 콧잔등에 맺혔던 땀을 손바닥으로 훔치며 말했다.

수자타; 유마님, 능가경에「몸으로 짓지 않더라도 마음대로 이룬다.」 (종종비신법(種種非身作)득력자재성(得力自在成) 고 한 말씀이 있는데,제가 아까 소쿠리를 들고 있었던 것은 몸의 일이요,전력을 다 한 것은 마음의 일인데,만일 유마님이 조금만 더 모른 채 하셨다면,저는 아마 전력을 다하는 일이야 한결 같았을 망정 몸은 쓰러지고 말았을 것입니다.그렇다면,몸있는 이로써 몸으로 짓지 않고 마음대로 이룬다고 하는 것이 가한 일이겠습니까?

유마: 수자타야, 네가 한 말과 같이 몸있는 이로써 마음대로 이룬다고 하는 것은 이른바 저 사람의 아들이 말한 「낙타가 바늘 구멍을 지나는 것처럼 희귀하고 어려운 일」이니 당대에 나나 또는 다른 이에게서 볼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그러나 만일 그 앞에 다음의 말을 붙인다면 그것은 나나 또는 다른 이에게서 당대에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경에 말씀 하시되 단지 「몸으로 짓지 않더라도 마음대로 이룬다 」고 하지 않고,「불자여,세상의 온갖 것(모습)이 오직 마음 뿐,딴 법이 없다고 본다면,모든 것을 일일이 몸으로 짓지 않더라도 힘을 얻어 자유자재로(마음대로) 이루어진다」고 한 것이니, 어인 연고냐?

수자타야,불자가 아니면 불법을 들을 수가 없으니,자식이 아니면 그 아비의 법을 들을 수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그러므로 「불자여」 라고 먼저 말한 것이고,이는 말하는 사람은 아비이고 듣는 사람은 자식인고로 이른 말이니,「내 아들아! 」하고 부르는 것과 같으니라.
이런 까닭에 자식이 아니면 이 법은 들을 인연이 없으므로 먼저 그 인연을 중시하여 인연이 닿는 이들에게만 이르신 연고니라.

무슨 인연인가?
수자타야 이 인연은 믿음의 인연을 말한다.
무엇을 믿음의 인연이라 하는가?
이 마음이 모든 것을 내는 주인공임을 믿는 인연을 말한다.
인연이란 이와 같이 깊고 깊은 의미를 함장(含藏)하고 있느니라.일렀으되,부처님이 일체 중생을 다 두루 포섭하시어 제도하시나,다만,인연 없는 자들은 제외한다 하셨느니라. 이 인연 없는 자들을 일러 잇찬티카(일천제)라 하느니라.그러므로 「불자여,」라고 한 것은 잇찬티카를 제외하여 불러모으는 것이니,잇찬티카들은 이 마음은 믿지 아니 하고,하늘과 땅에서 구하고 찾으며,정령과 영혼을 진정한 것이라 섬기며,내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려 하고 그 믿음을 거룩하다 여기는 모든 총명과 찬미를 일러 잇찬티카라 하느니라. 그들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만 섬길 줄 알았지 마음으로 보이는 것은 하찮게 여기며 그것이 바로 자기가 그토록 구하고 찾는 법인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마치 저 가난한 이가 평생을 남의 집에서 일하며 구차하게 품삯을 구하지만,사실은 자기 집 마당에 보물이 묻혀 있는 것을 모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수자타야,견(見)이라 함은 본다는 뜻인데,보는 작용과 보여지는 결과를 아울러 말하여 견이라 하는 것이니라.또한 견(見)이라 함은 의식으로는 안다 하나니, 눈에 있을 때에는 본다 하고 귀에 있을 때에는 듣는다 하고 코에 있을 때에는 맡는다 하고 혀에 있을 때에는 맛본다 하고 신체에 있을 때에는 접촉한다 하고 뜻에 있을 때에는 생각한다 하는 것이고, 몸으로는 가고 오고 머물고 앉고 눕는다 하고, 마음으로는 믿고 지키고 따르고 깨닫는다 하느니라. 또한 견(見)이라 함은 사무쳐 깨닫는 것을 말함이니,무엇을 사무쳐 깨닫는가? 이 몸과 마음은 옛날 다섯 왕(五蘊)의 무덤과 같은 존재여서 하나하나 파헤쳐보아도 낱낱이 텅 빈 관속에 갇힌 허깨비들이요,또한 오래된 거울이 다섯이 있는데 하나의 허수아비가 각 거울 마다 비추이면 다섯 거울마다에 각각 오락가락 하면서 생몰하나니 그것은 다만 속임수임을 꿰뚫어 보는 것을 일러 견(「見)이라 하느니라.

수자타야,「세간(世間)」이라 함은 世는 삼세의 시간을 말하고 間은 시방의 공간을 말하는 것이니라.시간을 셋으로 나누어 삼세라 하는데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하는 것이요, 시방(十方)은 상하좌우중(中)을 세세히 나누어 말한 것이니라.과거가 없다면 현재가 없을 것이요,현재가 없다면 미래가 없을 것이니,이 몸의 현재는 이 몸의 과거이며,이몸의 현재는 또한 이 몸의 미래인 까닭에 삼세라 하느니라.또한 이곳이 없으면 저곳이 없을 것이요,저 곳이 없다면 그곳도 없을 것이니,이곳에 있다면 저곳에도 있는 것이요 저곳에 있다면 그곳에도 있는 까닭에 시방이라 한 것이니라. 이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진 것을 말하자면,비록 이 두 가지 뿐이긴 하나,그 수와 넓이는 가히 측량 할 수가 없느니라.영(0)과 일(1)은 단 두개의 숫자일 뿐이지마는 오늘날 우리는 이 두개의 디지털에 의지하여 컴퓨터라는 무한한 사이버공간을 확보하는 것과 같으니라.또한 물과 흙은 단 두개의 원소이지마는 이 둘을 합치면 만들어질 형상이란 가히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느니라.물질로서도 이러한 데 항차 물질이 아닌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지면 그 세간은 천변만화하여 위로는 하늘이 생기고 아래로는 땅이 생기며 가운데로는 나(我)가 생기고 가로로는 생각이 생기고 세로로는 감응이 생기나니,이른바 삼천대천세계라 하느니라.이러한 삼천대천세계는 하나의 단위가 되어 다시 무수한 삼천대천세계가 끝없이 전개되어 있는 것을 일러 「세간(世間)」이라 한 것이니라.이 세간은 다시 들어 사는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는 곳이므로 세상이라 하고, 또한 중생이 한번 이 세상에 빠지면 그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세계라고도 하는 것이니라.

수자타야,무엇을 유심(唯心:마음 뿐)이라 하느냐? 유심이라 함은 종(宗)이라는 뜻이니,일체 모든 선지식은 다 오직 이 유심을 종(宗)으로 삼기 때문이니라.또한 유심이라 함은 교(敎)라는 뜻이니 일체의 선지식이 다 이것만을 가르치기 때문이니라.또한 유심이라 함은 경(鏡:거울)이라는 뜻이니,일체 모든 것을 나타냄에 조금도 힘쓰거나 용을 쓰거나 작위하지 않아도 장애 됨이 없이 나타내기 때문이며,그 비추임이 시간과 공간에 두루하여 늘 그와 같기(여여하기)때문이며,또한 유심이라 함은 바르고 평등하다는 뜻이니 삼천대천세계를 다 뒤져보아도 마음만큼 평등한 것이 없고,모든 유정물을 다 나열한다 하여도 종국에는 마음의 나열에 불과한 것이므로 평등한 것이고,이러한 평등한 마음을 믿어 의심하지 않으므로 바르다 한 것이니라. 또한 유심은 균등하다고 하는 뜻이니,선정과 지혜과 균등하고,세간과 출세간이 균등하고,법과 비법이 균등하고,생과 사가 균등하고,이와 같이 자비희사가 균등하고 내지는 육바라밀이 균등한 까닭이니라. 또한 유심이라 함은 정각(正覺)이라는 뜻이니 마음을 깨닫지 아니하고는 밖은 먼지와 티끌 뿐이요 안은 오장육부일 따름이니 거기에는 이것이다 저것이다 할 무엇도 존재하지 않게 떄문이니라. 이 마음으로 싯타르타는 중생의 몸을 벗어나지 않은 채 붓다를 이루었고,이 마음으로 붓다는 붓다의 지견(知見)을 떠나지 않은 채 일체 중생의 세계에 머물러 화합함이 마치 바닷물이 일체의 강물과 화합함과 같고,일체의 강물이 모든 하늘의 태양과 달과 별을 담는 것과 같고,어린아이의 눈이 어른의 눈과 같이 일체의 사물을 똑 같이 눈동자에 비춰내는 것과 같으니라.또한 유심이라 함은 짓고 받는 다는 뜻이니,일체의 모든 업보는 다 이 마음이 짓고 받는 까닭에 유심이라 하느니라.

수자타야,무제법(無諸法)이라 함은 「궁극적으로 」라는 뜻이니,세간이 마음의 지어진 바 대로 나타나고, 나타나서는 색상이 되고 감추어서는 물리(物理)가 되는 것인데 이것은 궁극적으로 다 마음의 일이므로 무제법이라 한 것이니라. 수자타야,이 무제법은 깊은 반야의 지혜로써 비추어 볼 때에는 필경 공(空)한 것이며,空한 것은 깊은 반야바라밀로 비추어 볼 때에는 필경 색(色)인 것이니 모르는 이는 창조주의 창조라고 하거나 물리의 자연이라고 하지만,아는 이는 이를 일러 「무제법(無諸法)」이라 하나니, 無라 함은 없다는 뜻이 아니요 다만 깨달았다는 뜻이니라. 무심이라 할 때의 無 또한 마찬가지이니.마음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깨닫고 보니 이 마음을 딱히 뭐라 치우쳐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다만 무심이라 한 것 뿐인 것과 같으니라. 색은 공을 떠나서는 성립될 수 없고 공은 색이 아니면 나타날 수 없으니 무제법은 바로 이 색과 공의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아니한 궁극적인 깨달음을 일러 무제법이라하느니라, 왠고하니 수자타야,이러한 깨달음이 아니면 무제법이라고 사자후를 낼 수가 없게 때문이니라.

수자타야 종종(種種)이라 함은 「구차하게스리 」라는 뜻이니,목숨을 도모하며,그 목숨을 위하여 동으로 가서는 처자를 만나고,서로 가서는 권력과 이름을 구하고,남으로 가서는 수고하고 땀흘리며,북으로 가서는 부귀와 장수를 구하는 이러한 것들이 구차스러운 몸짓이고,이러한 것들을 일일이 열거하기 또한 구차하매 한마디로 일러 종종이라 한 것이니라.

수자타야,비신작(非身作)이라 함은,몸으로 짓지 않는다는 뜻이니,몸이란 이른바,색신(色身),중음신(中陰身),건달바(識身),등을 말하는 것이니라. 대저 사람들은 몸을 움직여서야 먹을 것을 구하고 입을 것을 찾지만,그리하여,위로는 철학과 아래로는 노동까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구하고 찾지만,이것은 다 몸의 목숨을 위하여 수고하는 것이니라.그러나 부리는 것은 주인일지언정 종이 아니며,마음일지언정 몸이 아니니라. 이 몸이 저기에 도달하여서야 비로소 「나는 여기에 도달했다」고 하는데,그렇다면 착한 일을 하여 죽어서 천상에 태어나는 것이 어찌 이 몸이 저기에 도달하여서 라고 할 수 있겠느냐? 악한 일을 하여 지옥에 나는 것이 어찌 이 몸이 저기에 도달하여서 라고 할 수 있겠느냐? 마음으로 짓고 마음으로 받으므로 받는 바 경계가 즐거움이면 천상이라 하고,괴로움이면 지옥이라 하는 것에는 몸을 움직여 도달 함이 필요치 않는 것이니라.몸이 도달 하지 않는다면 색신이 도달하지 않음일 것이며,색신이 도달하지 않는다면 중음신도 도달하지 않음일 것이며,중음신이 도달하지 않는다면 건달바가 도달하는 것도 아니리라.그러므로 굳이 몸으로 짓지 않음이라 한 것이니,마음은 신속하여 짓고 받음이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하고,마음은 돈 많은 부자와 같아서 소소하게 빌려준 돈은 받을 생각도 않다가 문득 생각나면 받겠다고 다그칠 때에는 어김이 없으니,그러므로 몸으로 일일이 짓지 않아도 다만 마음이 짓고 마음이 받으매,이를 일러 비신작(非身作)이라 한 것이니라 .

득력(得力;힘을 얻음)이라 함은,다섯가지 힘을 말하는데,이른바,신력,진력,염력,정력,혜력이니라. 信力이라 함은 믿는 힘이니 바로 이 마음을 믿는 것을 말하고,進力이라 함은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는 힘을 말함이니 더러 뒤로 퇴타하기는 하나 마침내는 물러서지 아니 하는 힘을 말하며,念力이라 함은 붓다를 생각하고 그 정법을 생각하고 그리고 승가를 생각하는 힘이 다함 없는 것을 말하고,定力이라 함은 삼매의 힘이니,선정을 닦고 선정에 오래 머물며,선정의 위계에 자유로이 드나드는 힘을 말하며,慧力은 지혜의 힘을 말함이니,반야의 지혜를 말함이니라. 이러한 다섯가지 힘은 비록 나누어 다섯이라 하나 다 한가지로 마음에서 비롯하는 것이므로 차례로 번거로이 말하지 않고 다만 「득력(得力)」이라고 간단히 말했을 뿐이니라.

스스로 자재하게 이룬다(自在成) 이라 함은 바로 위와 같이 마음이 마음대로 함에는 실로 아무런 장애나 걸림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 것이다. 수자타야,도둑이 들어 오는 집이 자재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수자타: 그렇지 않습니다.도둑이 들어 오는 집은 자재하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유 마: 수자타야,빗물이 스며드는 집을 자재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수자타: 그렇지 않습니다.빗물이 스며드는 집이면 허물이 있을지언정 어찌 자재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유 마: 마음도 그러하나니,번뇌가 도둑처럼 들어오고,빗물처럼 스며든다면 비록 깨어 있을 때에 암만 오롯하다 하여도 생멸하는 상이요,또한 설법이 비오듯 구름일 듯 변화무쌍하며 막히지 않는다 하여도 다 도깨비가 들어 앉아 청중들과 옹알이를 주고 받는 것 뿐,「자재하게 이룬다(自在成)」는 것과는 천리 만리 벗어나 있느니라.수자타야,유능한 화가는 나뭇가지에 앉은 새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수자타: 예 유마님,어찌 나뭇가지에 앉은 새의 그림 뿐이겠습니까? 유능한 화가는 나뭇가지에 앉은 새의 그림 뿐만 아니라,날아가는 새의 그림까지도 분명하게 그릴 수가 있습니다.또한 그 새의 그림자까지도 낱낱이 그려낼 수 있습니다.

유 마:마음도 그러하나니,허공처럼 다 함 없는 마음바탕 위에 몸과 말과 뜻의 붓을 가지고 좋음과 싫음과 좋지도 싫지도 않은 물감으로 팔만사천가지 업색(業色) 을 섞어 형형색색의 그림을 그려내는 데에는 저 새가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아감과 같고,저 화가가 그 새를 마음대로 그려낼 때에 그림자까지도 어김없이 그려내는 것과 같으니라. 이러한 자재함을 이루는 것은 저 미천한 벌레로부터 위로 부처에 이르기까지 이룸(成)이 무한하며,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에 이르기까지 만듦이 또한 무한 무량한 까닭에 말하기를 자재성(自在成)하다고 한 것이니라. 그리하여 주인공은 마음일지언정 몸이 아니므로 「몸으로 짓지 않더라도」라고 한 것이요,마음이 한번 만들어 내는 데에는 시방삼세에 두루하므로 「자재성(自在成)」하다고 한 것이니라.

수자타: 유마님, 이러한 이 법은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인데,어떻게 하여야 믿고 받아 지닐 수 있겠습니까?

유 마: 수자타야,어떤 이에게 만일 목숨이 만 개가 있다고 할 때,그 중 어느 한 목숨이 사는 동안에 이 법을 만나기는 힘드나니,마치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만 개의 화살을 주어 만 보 밖의 과녁을 맞추게 하는 것과 같고, 또한 수자타야,설령 어떤 이에게 만일 이 법을 만난 목숨이 천 개가 있다고 할 때,그 중 어느 한 목숨이 사는 동안에 이 법을 믿는다는 것은 어렵나니,마치 이제 곧 목숨을 마치는 늙은이에게 천 개의 구슬을 주어 천 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게 하는 것과 같고,또한 수자타야,설령 어떤 이에게 만일 이 법을 믿는 목숨이 백 개가 있다고 하자.이 사람이 그 중 어느 한 목숨으로 이 법을 받아 지니기는 힘드나니,마치 천년 마다 한번 피는 꽃이 있어 그 꽃을 백 개의 목숨으로 드나들며 다 보게 되는 것과 같이 어려워 오직,「불자」만이 불자된 인연으로 만나고 믿고 받아 지닐 수 있기에 이를 소홀히 하지 아니하사 맨먼저「불자」라고 못박은 것이니라. 수자타야,왕의 아들은 왕궁을 드나들기 자유롭지만 가난한 백성의 아들은 아무리 용을 써도 왕궁은 성밖이라면 모를까 드나들지는 못하듯이 불자 아닌 사람이 이 법의 곳간에 드나든다는 것은 어렵고,더욱이나 믿고 받아 지닌다는 것은 어려워 오히려 반드시 화를 당할 뿐,마치 왕의 아들은 그 나라에 하나 밖에 없는 보배구슬을 지녀도 해가 없지만,가난한 거지의 아들이 그 보배구슬을 지니고 다닌다면 큰 화를 면키 어려운 것과 같으니라.어인 연고냐? 그는 이 법을 오히려 비난하고 나무라며 멸시하고 마침내는 핍박할 것이기 때문이니라.이는 마치 나라의 형편을 살피려 궁전 밖으로 백성차림으로 구경 나간 왕의 아들을 모르고 누가 만일 비난하고 나무라며 핍박한다면 후에 그 화가 그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그의 권속과 일가 친척과 나아가서는 그가 사는 마을 전체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수자타야 새겨들으라.
이 법을 얻어 들은 이는 일체유심조의 도리를 반드시 통달하여 깨우칠 날이 매우 가깝다는 것을,,,

수자타: !!!
유마님, 저는 여자의 몸이지만,불자의 지위에 들어 어김없이 이 법을 믿고 받아 지니겠습니다.이제 그 증거로 거듭 이 게송을 암송합니다.

불자견세간(佛子見世間) 불자여,세상의 온갖 것이
유심무제법(唯心無諸法) 오직 마음뿐,딴 법이 없다고 본다면,
종종비신법(種種非身作) 모든 것을 몸으로 짓지 않더라도
득력자재성(得力自在成) 힘을 얻어 마음대로 이루리라.
(능가경 집일체법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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