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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타는 어진 여인이다.
시집도 가야 하고.돈도 벌어야 하고,좋아 하는 문학도 더 공부하여야 하고,그야말로 할 일이 태산 같이 남아있다고 늘 분주해하면서도 언제나 부처님법을 사유 하는 것을 잊지 않고,걸음 걸이 하나에도 마음이 얹혀있음을 주의깊게 관찰하며,결국 나는 돌고 도는 생명의 전셋집에 들어 사는 가련한 인생일 뿐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여,언젠가는 이 생명의 유전(流轉)이라는 치욕적인 방식의 삶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하는 커다란 뜻을 존숭하고 좋아 한다.

봄볕이 너무 잔인하다고 하는 4월의 어느 날,손에는 늘 가지고 다니는 책 한권을 들고,이미 져버린 목련꽃을 연장하려는 듯 하얀 가디건이 눈부시게 어울리는 날에 여행자처럼 간편하게 아이보리색 가방을 등에 지고 시장에 사는 흰머리를 한 유마라는 장사꾼을 찾았다.

수자타가 유마의 집 마당에 들어 섰을 때에는 마침 감나무에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감 나무 잎이 파릇파릇 또 하나의 계절을 챙기고 있었고, 유마는 그 감나무 아래 3년 넘게 놓여진 길다란 나무 의자에 앉아 그늘과 햇볕을 동시에 즐기고 있었다.
그늘은 아직 다 덮지 못한 감나무 잎이요,햇볕은 그렇다고 다 들어차지 못한 감나무 밑이다.


수자타:유마님,한가해 보이시네요.
마음은 실제로 한가하시고 몸은 좀 편해지셨습니까?
천식 기침은 좀 어떠세요?

유 마:어서오시게 수자타.
한가해 보이는구먼.
그래 마음은 이제 한가하고 몸은 좀 편안한가?

수자타: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유마님,왜 사람들은 마음의 평안을 갈구하며,무엇으로 마음에 평안을 얻습니까?왜 평안을 얻기는 어려우며,어쩌다 얻은 평안은 깨지기가 그리 쉽습니까?

유 마:욕망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마음의 평안을 갈구하며,욕망을 쉼으로 인하여 마음에 평안을 얻는다.불법(마음법)을 모르므로 평안을 구하나 얻기는 어려우며,불법(마음법)을 등지므로 평안이 깨지기가 쉬운 것이니,마치 빛을 등지면 어두움에 놓이기가 쉬운 것과 같고,사람이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어려워도 만들어진 도자기가 깨지기는 매우 쉬운 것과 같으니라.

수자타:어찌하여 한 법에 어려움과 쉬움 두 가지가 있습니까?어찌하여 한 가지에 갈구함과 쉼 두 가지가 있습니까?

유 마:법은 하나이나 만나는 인연은 백 천 만 억 이므로 어려운 것이다.이를 테면 한 나라에 제일 가는 미녀가 딱 하나이지마는 그 미녀를 만나려면 소소한 인연으로는 만나기가 쉽지 않고,다만 그 나라의 인구가 백 천 만 억이면 백 천 만 억분의 일의 인연으로 그 미녀를 만나야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처럼,부처님은 욕심(欲)으로 보던지,미묘한 형상(色)으로 보던지,또는 흔적이 없는 무의식(無色)으로 보던지 만나기가 어려우며,어쩌다 만났다 하여도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면 그 법을 듣기가 또한 어려우니,이러므로 불법은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 것이니라.

거기에서 다시 욕계의 욕심으로 볼 때에 거치른 욕심,중간의 욕심,미세한 욕심으로 다시 나뉘이면 더욱 더 어렵고,색계의 그 중 거치른 형상,중간의 형상,미세한 형상으로 나누이면 더욱 어렵고,무색계의 그 중 거치른 의식,중간의 의식,미세한 의식인 무의식으로 나뉘이면 더운 더 어려운 것은 확률이 더욱 나뉘이는 만큼 더욱 더 어려우니라.

이와 같이,이미 불법을 만난 사람들이 이러한 희귀한 인연으로 이루어 진 것임을 알면,다만,'나모아미타붓다'하고 한 음성을 챙기는 아낙이라 할지라도 무시할 수 없는 크나큰 공덕을 함장한 인연이 속임없이 나타난 것이어든 누가 감히 그 아낙을 얼굴은 자유분방하고,다리는 조선 무우처럼 둥글고,입은 옷은 쇠똥구리 냄새가 나는 몸빼바지라고 폄하하랴!
부처님의 이름을 받아 지니고 억념함은 바로 부처님께서 그 사람을 호념(護念)함이니라.

또한,욕망으로 인하여 마음에 평안을 얻지 못하여 평안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것이고,마음의 평안이라는 것이 다만 욕망의 쉼에 지나지 않으니라.

수자타:욕망과 욕망의 쉼은 어떤 관계입니까?

유 마:욕망과 욕망의 쉼은 파도와 바다의 관계이며, 물방울과 물의 관계이며, 事와 理의 관계이며,번뇌와 열반의 관계이기도 하다.

수자타야,욕망은 안이비설산의(眼耳鼻舌身意)가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 추구하는 것과 같고 세계가 성주괴공(成住壞空)하는 것과 같나니,거치른 것이 세밀한 것을 낳고, 세밀한 것이 거치른 것을 포함 하는 것에는 실로 시작도 끝도 없느니라.그런즉,生을 인연하여 老가 있고 老를 인연하여 病이 있고,病을 인연하여 死가 있되, 다 무명(無明)을 인연한 것이므로 밝히 알 수가 없는 유전(無明流轉)이라 한다. 마치 바다를 인연으로 하여 파도가 있고 파도를 인연으로 하여 물방울이 있고,물방울을 인연하여 습성(濕性)이 있으나 한 세계안 에 한 바다만 있는 것과 같이 모든 유전하는 것의 바탕은 하나의 무명에서 비롯하는 것이니라.

수자타:만일 모든 유전하는 것이 하나의 무명에서 비롯하는 것이라면,그 하나는 어디에서 비롯한 것입니까?

유 마:마음에서 비롯하느니라.

수자타:부처님이 깨우치신 것은 바로 마음이라 들었습니다만,그렇다면 하나의 무명을 왜 팔만사천으로 흩뿌려 놓으셨습니까? 이는 일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유 마:수자타야,네가 만일 하나의 활을 가지고 허공에다 쏜다고 할 것 같으면 네가 쏠 수 있는 방소(方所)가 허공에 얼마나 되는지를 측량할 수있겠느냐? 만일 허공을 동서남북 네 갈래로 나눈다면 네가 쏠 수 있는 방소는 네 동서남북 네 가지이겠지마는,그것을 다시 여덟으로 나눈다면 쏠 수 있는 방소도 여덟으로 늘어 나고 ,이와 같이 점점 쪼개고 쪼갠다면 가히 팔만 하고도 사천의 방소를 가지고도 도리어 모자랄 뿐이니라.

이와 같이 네가 가지고 있는 마음은 하나이지마는 일으키는 대상(분별하는 法)이 무량하므로 그에 따라 생각과 말과 뜻이 팔만 사천가지로 늘어 나는 것 뿐이니라.만일 어떤 사람이 이것을 알고 사유하기를 '일체가 다 마음이 만들어 내는 소작이다'고 안다면,이 앎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지혜의 빛이여서 앞의 무명을 다 쳐부수고는,나라고 알고 있던 이 몸이라는 것이 앎을 가진 영물스러운 것이 아니고, 바로 마음이야 말로 영물스러운 것임을 즉각 깨닫는 데 커다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수자타:마음이 영물스럽다면 어찌하여 제게도 마음이 있는 데 이다지 어둡고 답답하답니까?

유 마:수자타야,네가 보아라.사람 마다 그 모습이 같으냐 다르냐?

수자타:사람마다 그 모습은 다 다릅니다.

유 마:이 세상이 성립된 후로 지금까지 수자타야,똑 같은 사람이 아직 한번도 나타나 본 적이 없느니라.같은 시대에 겹쳐서 나타난 적도 없을 뿐만아니라,천년 만년을 격(隔)하여서도 나타난 적이 없느니라.수학적인 확률을 가지고 계산 할 것 같으면 모습이 똑 같은 사람이 나타날 확률이 아마도 우주가 마루고 닳도록 기다려야 하나 될까 말까 하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왜인가?
이것은 바로 마음의 방소가 가히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니라.마음바탕이야 하나이지마는 일단 그 마음의 움직임(行)이 있기 시작하면 그 앎(識)의 방소는 무량무변하여 이름과 모양이 또한 무량무변하느니라.

이름과 모양이 무량무변한즉,저기에 김씨가 여기에 이씨가 마치 바다의 물거품처럼 일어나서,저 마다 안이비설신의를 갖추고 보고 듣고 맡으며 맛보고 접촉하고 생각하면서,
'이것은 내가 보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듣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냄새맡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맛 보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다'
라고 알고,이렇게 안 즉
'이것은 좋은 색이고, 저것은 궂은 색이며,'
'이것은 부드러운 소리이고 저것은 거친 소리이며,'
'이 냄새는 향기롭고 저 냄새는 구역질나며,
'이 맛은 감미롭고 저 맛은 토할 맛이며,'
'이 접촉은 황홀하고 저 접촉은 역겨운 것이고,'
'이 생각은 행복하고 저 생각은 고통스럽다' 고 정의를 내리며,

이렇게 정의를 내리는 이것을 '나(我)다' 라고 알고, '이것은 나다' 라고 안 즉,

만일 눈이(마음에 맞는 진리,평안,부귀 따위가) 안 보이면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하여 밖으로 헤메이고, 헤메이는 피곤한 인연으로 눈에 눈병이 들면 이번에는 안 보이는 것 대신에 허공에 문득 꽃이 보이고,허공에 꽃이 보이면 이것이야 말로 진짜이다 하고 좆아가 목숨을 다 하기까지 받들어 섬기는데 비로소 세상의 온갖 가문과 종교와 철학과 학문과 기예와 명예와 쾌락과 심지어는 의젓하다고 하는 명상까지 들어가느니라.

수자타:하지만 유마님,마음의 평안을 좆는 것이 그 명칭이야 어떻든 간에 그리 큰 잘못으로 보이진 않습니다.좋은 가문에 태어나고,종교와 철학등에 의지하여 자기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것은 잘못으로 보이지 않습니다.젊은이가 사랑하는 연인에 의지하여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것이 꼭 쾌락으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유마님이 그렇게 일괄하여 내려깍을 일은 아니지않을까요?

유 마:수자타야,그런 것들은 아무리 가득해도 생멸유젼(生滅流轉)의 법일 뿐이다.마치 어떤 처녀가 봄들에 가득핀 들꽃이며 풀잎들을 한 광주리 가득 채워넣었다 해도 하루 이틀 사흘이면 모질게 변하여 사라지고 마는 것과 같다.잠시의 기쁨은 반드시 허무한 종말을 결국하는 것이다.방편일 뿐이다.삶의 방편으로 그러는 것이지 큰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모름지기 제일가는 뜻(第一義諦)으로서 말하는 것이지 방편법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나는 사라지지 않는 법을 말하는 것이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달처럼 이즈러지는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이를테면 환자에게 약을 처방함은 방편이지마는 학생에게 의술을 가르침은 第一義諦(제일가는 뜻:원리)이니라.

모든 방편은 다 이 第一義諦에서 나온 것이므로,만일 이 원리만 안다면,방편은 무궁무진하지 않겠느냐? 방편이 무궁무진하다면,그가 너의 앞을 한번 스쳐지나가기만 하여도 너는 대번에 이것은 나의 이상형의 사랑이다 라고 알고는 다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그를 쫒아가는 것처럼 인연을 갖추게 되는 데,모든 방편은 다 하나의 마음을 꿰뚫도록 연결되어 있는 인연인 것이니라.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인연은 다 방편이요, 마음은 그 중 으뜸이다.

하나하나의 인연은 다 마음을 꿰뚫는 구슬과 같다는 이것을 알면 그를 선지식이라 하고 이것을 모르면 암만 불경(佛經)과 불명(佛名)을 가로 세로 앞으로 뒤로 꿰차고 다닌다 하여도 무명지(無明智)라 하느니라.

모든 길이 큰 거리의 사거리로 통하게 되어 있는 것과 같이,모든 나타난 인연 숨겨진 인연, 드러난 방편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방편은 다 한 마음으로 통하게 되어 있느니라.

그러므로 어떤 경계이던지 마음을 여의어서 이루어지는 것은 없으므로,그 경계를 자기 마음의 지표로 알고 삼가 경책하여야 할 것이다.현재의 자기 마음의 경계는 바로 자기 마음의 지표 그 자체인 까닭이다.그것을 속일 수는 없느니라.이 속일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지금 이것,너와 내가 받는 이것이니라.

수자타야,그러면 무엇이 이것이냐?
이것은 당처(當處)이기도 하고, 보(報)이기도 하고,여래장이라고도 하고,몰락하지 않는 곳간이라고도 하나니,네가 잘 보아라.
지금 너의 당처는 어디이며,지금 너의 과보는 무엇이며,지금 너의 여래장은 무엇이며,지금 너의 곳간에는 무엇이 들어 차 있는가를.

그것이 너의 몸이냐?
그것이 너의 촉감이냐?
그것이 너의 마음이냐?
그것이 너의 생각이냐?

어떤 것이던지,수자타야,그것으로 부터 속임을 받지도 않고,그것이 너를 속이지도 않느니라.다만,주고 받을 뿐이다.
주고 받을 땐 역시 한치도 속이지 않고 주고 받나니,원망할 데가 없고,또한 회향할 데도 없느니라.

수자타:그렇다면 제가 마음이 평안하기를 바란다면 이것은 어떤 경지이겠습니까?

유 마:네가 마음이 평안하기를 바란다면 결코 마음이 평안을 구하지 못하리라.어인 연고냐? 대저 마음은 일찌기 한번도 평안을 바란 적이 없기 때문이니라.

수자타:그렇다면 저는 왜 마음의 평안을 바랍니까?

유 마:네가 네 마음의 성품을 알지 못하는 고로 마음의 평안을 갈구하는 것이니라.

수자타:듣기를 바랍니다.

유 마:수자타야,네게 봉황의 눈을 닮은 아름다운 눈이 있다만,어찌 생각하느냐? 네 눈이 사물을 볼 적에 사물을 보기 바라는 까닭으로 사물을 보느냐?

수자타:그렇습니다.제 눈이 사물을 보기 바라는 까닭으로 사물을 봅니다.

유 마:네가 말하기를 '내 눈은 사물을 보기 바라는 까닭으로 사물을 본다'하니 그러면 어떤 것이 사물을 보기 바라는 것이고 어떤 것이 사물을 보기 바라지 않는 것이냐?

수자타:제가 사물을 보기 바라면 눈을 뜨고, 보기 바라지 않는다면 눈을 감습니다.

유마:네가 사물을 보기를 바라면 눈을 뜨고 사물을 보기 바라지 않을 때에는 눈을 감으면 된다 하였다만,어떠하뇨?잠을 잘 때에 네가 눈을 감고 잘 터인 데,그렇다면 꿈 속에서 사물을 보느냐 아니 보느냐?

수자타:꿈 속에선 사물을 봅니다.

유 마:네가 말하기를 사물을 보기 바라지 않을 때에는 눈을 감는다 하였는데 어인 연고로 눈을 감고 잠을 자는 꿈 속에선 사물을 본다 하는가?
네가 말하는 '사물을 보지 않기 바라면 눈을 감으면 된다' 하는 말이 맞는 말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눈을 감아도 캄캄한 것은 보고 있다'고 하느니라.그렇지 않으면,캄캄한 밤은 다 눈 감은 사람만 있게 되는 것인데,이치에 맞지 않느니라.

마음도 그러하여서,평안을 구하는 것이 마음의 본분이라고 하여서는 아니된다.만일 평안을 구하는 것이 마음의 본분이라고 한다면,왜 마음은 지금 번뇌에 머물고 있는 것이냐?
구하나 얻지 못하는 것 역시 마음의 본분이 아니니 구함조차 본분이 아닌데 하물며 얻음이나 못얻음이랴!
또한 구하나 얻지 못하는 그 자체가 마음의 본분도 아니며,구하여 얻어 진 것 자체 역시 마음의 본분이 아니니, 대저 자체가 자체를 구하는 것이 있을 수가 없는 까닭이니라.

이것은 다 허망한 것이어서,생겼다가 없어짐이 저 물거품과 같아 취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없애버릴 것도 못되느니라.

수자타:그렇다면 제가 말을 바꾸겠습니다.제가 사물을 보는 것은 사물을 보기 바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눈이 있기 때문에 저절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유 마:네가 말하기를,눈이 있기 때문에 사물은 저절로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이제 갖 죽은 이도 눈은 손상되지 않고 보존 되어 있다만,왜 그는 사물을 보지 못하는가? 마음은 손상되지 않고 있는데도 왜 몸을 명하여 움직이게 하지 못하는가? 그러므로 네 '눈이 있기 때문에 본다' 하는 말이 맞는 말이 아니니라.

마찬가지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저절로 평안따위의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니니라.

수자타:???

유 마:수자타야,놀라지 말라.두려워 하지 말라.
마음의 법을 듣고 두려워하지 말라.
마음은 실로 한번도 평안을 너에게 요구한 적이 없느니라.
마음은 실로 한번도 네게 이래라 저래라 한 적이 없느니라.
다만 네 무명의 움직임이 바람을 일으켜 깃발을 날리는 것 뿐이니라.

이 무명의 움직임으로 일체 세간이 성립되었나니,욕계과 색계와 무색계의 삼계와 그 속의 질적인 차이로 나뉘어진 천당과 지옥과 아귀와 짐승과 인간의 세계 등은 그 모양이 어떠하던지 간에 다 이 무명의 움직임이 바람을 일으켜 허공을 삼고 대지를 휘감아 두르고, 대지 안에 물과 불을 가두어 서로서로 요소가 되고 질료가 되어주면서 섞이고 갈라지는 것이니라.

이러한 움직임(行)은 삼천대천세계로 자라나서 다시 삼천대천세계로 번지나니, 마치 병아리가 자라서 닭이 되고 닭이 알을 낳고 알이 다시 병아리가 되는 것과 같이 끝도 밑도 없이 가히 불가측 불가설한 것이라서 붓다의 지혜가 아니고서는 비록 십지보살이라 하더라도 분명하게 알 수가 없는 것인 데 하물며 너와 나의 지혜를 합한 것이겠느냐?

다만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

마음은 너에게 일찌기 아무런 핍박을 가한 적도 없으며,핍박한 적이 없는 까닭에 그 핍박을 풀어 놓으라고 강요한 적도 없느니라.마치 눈이 너로 하여금 보라고 한 적도 없고, 보라고 한 적이 없으므로 보지 않는 다고 (눈이 너를)원망함도 없는 것과 같으니라.

오직 본다 아니 본다 하고 분별하는 것은 너의 무명의 움직임(行)에 의한 앎(識)이니라.

부처님은 바로 이것을 깨달으신 것이다.

生도 老도 病도 死도 일체가 다 이 무명의 바람에 의한 것이니,무명은 마음의 다른 이름이니라.

아아,수자타야,
마음을 보아라!
마음을 보아야만 진정한 눈 있는 자가 되고,
마음을 알아야만 진정한 선지식이 되고,
마음을 조복할 줄 알아야먄 진정한 승자가 되고,
마음을 만질 줄 알아야만 진정한 조물주가 되고,
마음을 친절하게 인도할 줄 알아야만 진정한 목자가 되고,
마음을 念할 줄 알아야만 진정한 염불함이 되고,
마음과 대화 할 줄 알아야만 진정한 대화이고,
마음을 다물 줄 알아야만 진정한 침묵이 된다.

이렇게 마음을 알면,늙음을 웃으며 볼 줄 알고,병듦을 한가로이 괴로워 할 줄알며,죽음을 종기를 짜듯이 사소하게 대하게 되느니라.

수자타:유마님,말씀은 그럴듯 하지만,실제로는 거의 응용이 안 되는, 아니, 불가능한 이론인 것 같습니다.어떻게 사람이 꼭 그렇게 말씀대로만 이치를 궁구하고 산답니까? 몸과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여 호소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네 마음이 구부러져서 그렇다'고 한다면 알아 들을 사람이 백 천 만이면 한 둘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유 마:수자타야,너는 내가 너에게 괜히 이런 말을 하는 줄 아느냐?
가당치 않은 괴변과 오직 말뿐인 말인 줄 짐작하느냐?
그런다고 밥이 나오느냐 국이 나오느냐 하는 방정식앞에는 다만 공허한 메아리 같은 소리일 뿐이라고 여기느라 네 생각이 바삐 움직이느냐?
어쩌면 고기를 먹은 후 이쑤시개로 이빨을 청소하는 것 보다 무익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스스로 매우 한심하다고 생각하느냐?

수자타야,그렇다면 너는 먼저 그렇게 알기 전에,짐작하기 전에,움직이기 전에,생각하기 전에,먼저 시장에 사는 이 흰머리를 한 유마를 찾아오지 말았어야 한다.

나는 조금도 이미 온 너를 붙잡거나,아직 오지않은 너를 초청할 생각이 없다.네가 이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에 감격하거나 감격하지 않았거나,네가 사뭇 짐짓 동조했거나,전력을 다해 동조했거나 그것은 다 너의 몫이니 네가 가져가야 할 것이다.남겨둔다해도 이미 나의 입을 거쳐 나온 것들을 내가 무어 거두어 들이겠느냐?

부자의 곳간에는 아직 남아 있는 보물들이 더 많은 법,내 창고의 문을 통하여 이미 방출한 것들을 다시 거두어 들이는데 아무런 기쁨을 느끼지 않느니라.

수자타:!!!
더 이상 구할 것이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유 마: 그러하다 수자타야,진실로 이 붓다의 법에는 한 법도 구함이 없어야 비로소 쉴 만한 곳에 이르렀다 하느니라.나로하여금 더 이상 네 몸과 마음이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쉬임없이 바라고 또 바라게 하지 말라.



수자타는 유마가 앉아 있던 긴 나무 의자에 앉아 두 손을 얼굴에 반창고 처럼 댄 채 흐느껴 울고,유마는 그런 그녀의 어깨위에 왼 손을 올려 놓은 채 다섯 손가락으로 토다토닥 거려주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작년에 심어 놓은 봄이 어느 새 저 만큼 지나가며 눈 웃음하는 것이 보였다.
아직 제 아래를 다 가리기에는 너무 여린 감나무 잎사이에 끼인 참새 두 마리가 보탠 그림자를 배경으로 유마는 홀로 가야 할 곳을 가는 걸음으로 자기가 사는 시장으로 들어갔다.

뒤에 남아 있는 것은 이제 다 그들 몫으로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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