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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조그만 창문이 하나 외눈박이처럼 나 있다.
아직 때지 않은 방안 벽난로는 때 아닌 때 절대 문을 열지 않으리라 결심한 처녀의 정조처럼 꽉채워져 있고,창 아래 언덕배기 귤밭에는 어느새 귤들이 꼭 열여덟살 도둑년 들어오듯 살금살금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초 가을 햇살이 길면 그림자도 길어져 마침 나그네는 창턱 바로 아래에 방석을 깔고 앉아 두던 바둑을 마무리하며 주인에게 물었다.



客:주인장께선 어찌하여 불법을 경율논(經律論)으로 살피지 아니하고 오히려 티끌같은 몸이나 아지랑이 같은 마음으로만 살피십니까?

主:나는 그대의 말과 같이 경율론으로 살핍니다
.
客:하지만 저는 주인장에게서 한번도 금강경이나 반야경이나 아미타경이나 능엄경이나 능가경이나 법구경이나 아함경이나 보살계경이나 기신론이나 대지도론이나 중론따위를 들어 찬탄하거나 권하거나 인용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主:그것은 당신이 잘 몰라서 하는 말씀입니다,나는 언제나 금강경을 찬탄하고 반야경을 인용하며 아미타경을 권하고 기타의 여러 경권과 율장과 논장에 의거합니다.

경이란 부처님 마음이고 율이란 부처님의 몸이며 논이란 이러한 부처님의 몸과 마음을 쪼갤 것은 쪼개고 합칠 것은 합쳐서 닫친 것은 열고 숨겨진 것은 나타내고 묻혀있는 것은 깨닫게 하고 미처 들어가지 못한 것은 들어가게 하는 것입니다.여기에서 제가 더 할 것도 덜 할 것도 없습니다.

이를테면 나그네시여,금강이란 모든 물질 중에서 다른 것에 의하여서는 부서지지 않는 것이고,스스로에 대하여는 무너지지 않는 것을 일러 금강이라 하는데,금강경은 그러므로 부처님의 부서지지 않는 마음이며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일러 금강경이라 합니다.

어찌하여 부서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 합니까?
밖으로 모든 유위(有爲)법을 들어 이 금강의 마음을 상대할 때에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것을 합쳐서 상대한다 하더라도그것은 오히려 생멸일 뿐이므로 이 금강의 마음은 부술 수 없으며,안으로 한 생각도 생멸함이 없으니 무엇이 무너지거나 말거나 할 것 조차 없기 때문에 금강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마음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그런 부처님의 마음을 누가 만일 믿고 따르고 공부하고 설한다면 그이가 바로 금강경을 찬탄하고 권하고 설하고 인용하는 이입니다.

금강경에 이르기를,

"수보리야, 만일 어떤 사람이 한량없는 아승지세계에 가득찬 칠보를 가지고 널리 보시했더라도 만약 보살심을 일으킨 선남자 선녀인이 있어 이 경을 지니고 내지 네 글귀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다른 이를 위해 연설해 준다면 그 복이 저 복보다 더욱 뛰어나리라. 어떻게 하는 것이 남을 위해 연설하는 것인가. 생각과 현상에 이끌리지 말고 여여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이니라."

고 하셨으니,이것이 바로 이런 뜻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니 누가 만일 이러한 금강경을 아침 저녁으로 경권을 읽으며 절하며 보물처럼 다루는 것은 그 책이 보물이어서가 아니라,그 경권 속에 녹아있는 부처님의 마음이 보물이므로 그리 하는 것이지,그렇지 아니하고 금강경권을 대하여 상(相)을 일으킨다면 그는 부처님 마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잇찬티카입니다.

금강경은 읽는 것도 아니요(그러므로 읽어서 될 일도 아니요),
금강경은 얻는 것도 아니요(그러므로 얻어서 될 일도 아니요),
금강경은 예배하는 것도 아니니(그러므로 에배해서도 될 일이 아니니),
기타의 모든 경권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만두를 먹을 때에 만두 속만 빼 먹는 사람은 너무 약아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만두피을 모릅니다,그는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는 논쟁자입니다,

땅콩을 먹을 때에 땅콩깍지까지 함께 먹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너무 둔하여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는 먹지 않아도 될 것 까지 함께 먹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해를 입을 입을 것입니다, 그는 금강경주의자입니다.

나그네시여,내가 언제나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말하는 것은 바로 불법에 귀의하고 불법을 말하고 불법을 권하고 불법을 찬탄한다는 것을 아십시오.그것은 마치 땅콩에서 깍지를 제하고 떵콩을 먹는 것과 같으며, 거기에 더러 몸을 곁들이는 것은 실로 만두속을 만두피에 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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