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경 416 /백운 화상의 발문(跋文) 1 /대지는 이름이 없다
入聖超凡不作威이며 臥龍長怖碧潭淸이라 平生若欲長如此인댄 大地何曾留一名이리오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서 범부를 초월하는 데는 위엄을 부리지 아니하나 누운 용은 푸른 못이 맑은 것을 두려워한다. 평생 동안 만약 길이 이와 같기를 원한다면 대지가 어찌 일찍이 이름 하나 남겼겠는가.
해설 : 발문이란 책의 끝에 본문 내용의 대강(大綱)이나 간행 경위에 관한 사항을 간략하게 적은 글이다. 백운 화상이 부처님과 조사들이 곧바로 마음을 가리킨 말씀들을 요약하고 발췌해서 기록한 것을 후인들을 위해서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남기면서 그 경위를 아주 간단하게 기록한 글이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불교 수행자들이 공부를 하고 수행을 하는 것을 소영웅심리에서 하는 경우를 본다. 견성을 하거나 도를 이루어서 누구에게 큰 소리나 치고 무슨 특이한 신통력이나 자랑하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성인이 되는 것도 위엄을 부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공부가 알려질까 숨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백운 화상은 물속에 숨은 용이 물이 너무 맑아서 남의 눈에 뜨일까 염려한다고 한 것이다. 자신의 안목과 이 직지와 같은 뛰어난 책을 세상에 전하면서 선사로서 당연한 마음이리라. 평생 동안 저 대지와 같이 이름 없이 묵묵히 살고자 하는 것이 자신의 진심이다. 결코 이름을 남기고 세상에 자랑을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출처 : 염화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