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현선수(賢善首)보살이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단정히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비하신 세존이시여, 널리 저희들과 말법 세계의 중생들을 위하여 이와 같은 부사의(不思議)한 일을 깨우쳐 주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대승교의 이름은 무어라 부르오며,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중생들이 닦아 익히면 어떤 공덕을 얻으며, 이 경을 지니는 사람을 저희들은 어떻게 보호하리까? 그리고 이 가르침을 퍼뜨리면 어떤 경지에 이르나이까?”
이렇게 말하고 오체투지하며, 이와 같이 세 번 청하여 거듭거듭 되풀이하였다.
이때 부처님께서 현선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선남자야. 그대들이 이제 보살들과 말법 세계의 중생들을 위하여 여래에게 이 경(經)에 나타난 가르침의 공덕과 그 이름을 묻는구나. 그대들은 지금 자세히 들으라.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말해 주리라.”
그때 현선수보살이 분부를 받들고는 기뻐하면서 대중들과 함께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기다렸다.
“선남자야, 이 경은 백천만억 항하의 모래와 같은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며, 3세(世)의 여래께서 수호하시는 것이며, 시방의 보살이 귀의하는 것이며, 12부(部) 경의 청정한 안목이니라.
이 경의 이름은 ‘대방광원각다라니경(大方廣圓覺陀羅尼經)’이라 하며, 또한 ‘수다라요의경(修多羅了義經)’이라 하며, 또한 ‘비밀왕삼매경(秘密王三昧經)’이라 하며, 또한 ‘여래장자성차별경(如來藏自性差別經)’이라 하나니, 그대들은 잘 받들어 지닐지니라.
선남자야, 이 경은 여래의 경계를 드러낸 것이니, 오직 부처님과 여래만이 다 널리 말씀하실 수 있느니라. 만일 보살들과 말법 세계 중생들이 이것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점점 더 나아가서 부처님의 지위에 이르리라.
선남자야, 이 경은 돈교대승(頓敎大乘)이라 이름하나니, 단번에 깨닫는 근기[頓機]를 지닌 중생이 이를 따라 깨달음을 얻을 것이며, 점차로 닦는 일체 중생들도 포섭하리니, 비유하면 마치 큰 바다는 조그마한 개울도 거절하지 않는데 모기와 등에와 아수라들이 그 물을 마시기만 하면 죄다 배부르게 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야, 가령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온통 7보(寶)를 가득 쌓아 두고 보시하더라도, 다른 어떤 사람이 이 경의 이름이나 한 구절의 이치를 들은 것만 못하리라.
선남자야, 가령 어떤 사람이 백 개나 되는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중생들을 가르쳐 아라한의 과위(果位)를 얻게 하였다 하더라도, 다른 어떤 사람이 이 경을 설명하여 반 구절을 분별한 것만 못하리라.
선남자야,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의 이름을 듣고도 마음속으로 믿어서, 의혹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 사람은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에게 온갖 복과 지혜를 심었을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내지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께 온갖 선근(善根)을 심으면서 이 경의 법을 들은 줄을 알아야 하리라.
그대 선남자야, 말법 세계에 이 수행하는 이를 보호하여, 악마와 모든 외도(外道)들에게 그의 몸과 마음을 홀려 물러나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때 이 모임 안에 화수금강(火首金剛)․최쇄(摧碎)금강․니람바(尼藍婆)금강 등 8만 금강, 그리고 그 권속들이 다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이 뒤의 말법 세계 중생들로서 이 결정적인 대승경전(大乘經典)을 지닌 이가 있으면, 저희들은 응당 눈을 보호하듯이 보호할 것이오며, 수행하는 장소인 도량까지도 저희 금강들이 직접 무리를 거느리고 아침저녁으로 수호하여 물러나지 않게 할 것이오며, 내지 그 집안에는 재앙과 장애를 영원히 제거하게 하고 질병을 소멸하게 할 것이오며, 재물과 보배가 풍족하여 항상 모자람이 없게 하겠나이다.”
그때 대범천왕․28천왕․수미산왕(須彌山王)과 호국천왕(護國天王)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수리를 대어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이 경을 지니는 사람들을 수호(守護)하여 언제나 안온하게 하고 물러설 마음이 생기지 않게 하겠나이다.”
그때 길반다(吉槃茶)라고 하는 대단히 강한 힘을 지닌 귀왕(鬼王)이 그 모임에 있다가 10만 귀왕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수리를 대어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이 경 지니는 사람을 수호하되 아침저녁으로 옆에서 지켜주어 물러서지 않게 하겠사오며,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 1유순(由旬) 이내에 어떤 귀신이 그 경계를 침범하면 저희들은 당연히 그를 먼지처럼 부수어 버릴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말씀하여 마치시니 일체 보살들과 하늘․용왕․귀신 등과 8부(部)의 권속들 그리고 모든 천왕․범왕 등 일체 대중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믿고 받들어 실천하였다.
출처 : 동국대학교 한글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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