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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마음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 

 

5.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수보리야, 네 생각이 어떠하냐? 신상(身相)8)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못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신상으로써 여래를 볼 수는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여래께서 신상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신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온갖 상(相)은
모두가 허망하니
상이 상 아닌 줄 알면
바로 여래를 보리라.

 

8) 몸의 생긴 모양이니, 부처님께서는 서른두 가지 뛰어난 모습이 있다고 한다.
 

6. 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이 이러한 말씀[章句]을 듣고서 진실이라는 믿음을 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그런 말을 말라. 여래가 멸도(滅度)한 뒤 나중 5백 년[後五百年]9)에도 계(戒)를 지키고 복(福)을 닦는 이는 이 말씀에 믿음을 내어 이것을 진실이라 여기리니, 어떤 사람은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이나 셋ㆍ넷ㆍ다섯 부처님께만 선근(善根)을 심은 것이 아니라, 이미 한량없는 천ㆍ만 부처님께 온갖 선근을 심었으므로 이 말씀을 듣고는 잠깐 만에 깨끗한 믿음을 내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다 알고 다 보나니, 이 중생들은 이렇게 한량없는 복덕을 받느니라. 왜냐하면, 이 중생들은 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이 전혀 없으며, 법상(法相)10)도 없고 비법상(非法相)11)도 없기 때문이니라. 또한 이 중생들이 만일 마음이 상에 걸리면 이는 곧 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에 집착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만일 법상에 걸리더라도 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에 집착되나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만일 비법상에 걸리더라도 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에 집착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법상에도 걸리지 말아야 하고, 비법상에도 걸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러기에 여래가 항상 말하기를, ‘너희 비구들은 나의 설법을 뗏목같이 여겨라’ 하였나니, 법상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비법상이겠는가?”

 

9)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부터 다섯 번의 5백 년씩을 기한하여, 한 5백 년마다 한 가지가 굳어진다고 말하여 불법의 쇠하는 모양을 보였으니, 첫 번째 5백 년에는 해탈이 굳어지고, 두 번째 5백 년에는 선정이 굳어지고, 세 번째 5백 년에는 많이 아는 것이 굳어지고, 네 번째 5백 년에는 절 짓고 탑 쌓는 일이 굳어지고, 다섯 번째 5백 년에는 다투는 일이 굳어진다고 하였다. 나중 5백 년이란 것은 다섯 번째의 5백 년을 말한 것이다.
10) 마음과 경계의 온갖 법에 집착하는 것.
11) 법이란 고집이 없어지고, 진리가 나타나는 것을 집착하는 것.

 

7. 무득무설분(無得無說分)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여기느냐? 여래가 설법한 것이 있다고 여기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기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이름할 만한 일정한 법이 없으면, 여래께서 말씀하셨다고 할 만한 일정한 법도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모두가 잡을 수 없고 말할 수도 없으며, 법도 아니고 비법(非法)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온갖 현인(賢人)이나 성인(聖人)들이 모두 무위의 법[無爲法]12)에서 여러 가지 차별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12) 인연으로 생겨서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 아닌 법을 말함이니, 곧 진여 이치를 말한다.
 

8. 의법출생분(依法出生分)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에 7보(寶)를 가득히 쌓아 두고 모두 보시에 쓴다면 그 사람이 받을 복덕이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매우 많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이 복덕은 곧 복덕의 성품이 아니므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이 경 가운데서 4게(偈)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남에게 말하여 주면, 그 복덕은 저 7보를 보시한 복덕보다 더 수승(殊勝)하리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수보리야, 여러 부처님들과 부처님들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이 모두 이 경에서 나왔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곧 불법이 아니니라.”

 

9. 일상무상분(一相無相分)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수다원(須陀洹)13)이 생각하기를, ‘내가 수다원의 과위[果]를 얻었다’ 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수다원은 입류(入流)라 하지만 실로는 들어간 일이 없으니,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에 들지 않으므로 이름을 수다원이라 합니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사다함(斯多含)14)이 생각하기를, ‘내가 사다함의 과위를 얻었노라’ 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사다함은 일왕래(一往來)라 하지만 실로는 왕래함이 없으므로 이름을 사다함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아나함(阿那含)15)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나함의 과위를 얻었노라’ 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아나함은 불래(不來)라 하지만 실로는 다시 오지 아니함이 없으므로 이름을 아나함이라 합니다.”
“수보리야, 네 생각이 어떠하냐? 아라한(阿羅漢)16)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 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실로 아무것도 아라한이라 할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아라한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 한다면, 이는 곧 아상ㆍ인상ㆍ중생상ㆍ수자상에 집착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저를 일러서 무쟁삼매(無淨三昧)17)를 얻은 사람 중에 제일이라 하셨는데, 이는 욕심을 여읜 아라한[離欲阿羅漢]이기 때문입니다만 저는 제가 욕심을 여읜 아라한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생각하기를, ‘내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 한다면, 세존께서는 저를 아란나행(阿蘭那行)18)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만, 수보리가 실로 그러지 않았으므로
수보리는 아란나행을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13) 성문의 네 가지 과(果)의 첫 계급이니, 처음으로 성인 측에 참예한 것이다.
14) 네 가지 과의 둘째 계급, 하늘이나 인간 세상에 다시 환생하여 깨닫고,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천계(天界)나 인간계에 출생하는 일이 없는데, 이와 같이 반드시 한 번 천상과 인간계를 왕래하기 때문에 일왕래과(一往來果)라 하기도 한다.
15) 네 가지 과의 셋째 계급, 불환(不還)ㆍ불래(不來)라 번역하기도 하는데, 욕계에서 죽어 색계ㆍ무색계에 나고는 번뇌가 없어져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계급.
16) 성문의 마지막 과(果)로, 삼계의 견도혹ㆍ수도혹을 모두 끊고 공부가 완성되어서 존경과 공양을 받을 만한 계급.
17) 공한 이치에 평안히 머물러 다른 이와 다투지 아니하는 선정.
18) 아란야라고도 하며, 고요하다. 다투는 소리가 없다고 번역한다.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시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 두타행을 말한다.

 

10.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옛적에 연등(然燈)부처님께 법을 얻은 것이 있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연등부처님께 실로 아무런 법도 얻은 바가 없습니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보살들이 불국토(佛國土)를 장엄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불국토를 장엄한다는 것은 장엄이 아니므로 장엄이라 이름합니다.”
“그러므로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꼭 이렇게 청정한 마음을 내어야 하나니, 색(色)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도 말고, 성ㆍ향ㆍ미ㆍ촉ㆍ법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도 말아야 하나니, 아무 데도 머무는 데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가령 어떤 사람의 몸이 수미산(須彌山) 같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몸이 크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엄청나게 크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몸 아님을 일컬어 큰 몸이라 이름하셨기 때문이옵니다.”

 

출처 : 동국대학교 한글대장경